청춘
시바타 쇼 지음, 이유정 옮김 / 태동출판사 / 2000년 3월
평점 :
품절


조금 촌스러운 듯, 순진한 듯한 연분홍 꽃의 색으로 수놓아진 표지가 내 시선을 끌었다. 조금은 통속적으로 느껴질 만한 '청춘'이라는 제목조차 약간은 떫고 아슬아슬한 젊음의 이미지를 안겨 주었다.

2000년대에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이기 때문인지 1968년의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만큼 섬세한 감정표현이 인상적이었다.195,60년대 일본의 학생운동과 공산주의 운동에 대한 내용이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지루하거나 읽어나가기 괴롭지는 않다. 공지영의 '고등어'나 신경숙의 '외딴 방'이 어렵지 않듯이 말이다. 그 시기를 격렬하게 살았던 사람들의 후일담은 그 시대를 모르는 사람에게 소외감을 가져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은 더 포괄적으로 인간의 삶이라는 큰 철학적 주제를 담고 있다.

데모 대열에서 도망쳐 나온 배신의 기억을 가진 사노가 죽음을 결심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묻는다. 죽기 전에 무엇을 생각하게 될지......사노가 자살을 결심하게 된 것은 아무리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삶의 허무가 아니었을까?

뿐만 아니라 사노의 죽음은 주인공 오하시와 약혼녀 세츠코의 갈등이 표면으로 드러나게 만드는 촉매가 된다. 세츠코가 떠올리는 과거의 추억에서 오하시와 나무탑을 쌓는 놀이를 했던 이야기가 나온다. 그 부분이 정말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그 것이 삶의 본질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학생 운동의 목적과 행위가 어느새 어긋나 버리는 것처럼, 오하시와 세츠코의 놀이는 그들 스스로를 위한 것이 아니라 탑을 위한 것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아마 데모를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자신이 외치고 있는 구호와 자신 사이의 괴리감...문득 나라는 인간이 구호의 부속품처럼 느껴질 때의 비참함...

말로는 표현되기 힘들 것 같은 아슬아슬한 감정의 굴곡들이 손에 잡힐 듯 말듯, 그려내는 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후일담 소설이 그렇듯이 짙은 허무를 배경에 깔고 있긴 하지만, 그 잔잔하고 묵묵한 침묵 속에서 그들이 이겨내려고 하는 과거와 현실의 세계가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오하시와 세츠코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밋밋하게 보이지만, 그 밋밋함뒤에 얼마나 짙은 고뇌를 숨기고 있었는지...과거란 단지과거의 의미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자신을 이루는 바탕이기 때문에 이들의 방황은 예정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제목과 너무 어울리는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너무 순진하기도 하고, 덜 자랐다는 느낌도 들지만 삶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자기 지향점을 찾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서 아련하게 날리는 벛꽃길의 풍경을 바라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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