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시골의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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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휴일의 한낮,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 책 한권을 뽑아들 때의 여유는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책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영혼의 빛이 점점 옅어지고, 월급봉투의 두께가 행복과 불행의 원인이 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걸까?'라는 탄식과 함께 눈물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라는 또 다른 물음이 내 둔해진 감성을 똑똑 두드릴 때야 말로 나는 카프카의 [변신]이라는 이 책을 꺼내들 수 밖에 없었다.

다른 무언가로 변하고 싶다는 욕망은 사람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 같다. 그런데 하필이면...흉측한 벌레라니...주인공인 영업사원 '잠자'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느낀 그 낯설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자유로운 생활에 길들여져 있던 내가 사회에 편입하게 되어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며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느낀 그 낯설음과 비슷한 것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그 변신 때문에 잠자는 자신의 세계를 잃어버리게 된다. 미래와 꿈과 책임이 있는 현실적인 공간을 말이다. 그가 벌레가 된 자기 자신보다 가족들을 걱정하고 있을 때, 가족들은 먼저 스스로를 걱정했다. 일면 냉정한듯이 보이지만, 그게 인간의 본성일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장례식장에 가면 유족들이 서럽게 울다가 실신까지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그 유족들이 울며 불며 하는 말들이란, '나는 어떻게 살라고~~'라는 말들 뿐이다. 유족들은 죽은 사람들보다 이미 현실 속의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슬퍼하는 것이다.

세상과 가족들에게 배신당한 그...그는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아니 강요당했다는 것이 더 옳은 말일지도....개인이란 존재는 이렇게 분리되어 있는 존재다. 쓸모있음과 없음으로...상대방에게 파악되며, 그에 따른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는 것. 그게 이 사회의 현실의 본모습이다. '소외'라는 단어로도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존재'와 '존재' 사이의 심연은 너무나 넓고 깊다. 그래서 인간은 '고독'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닐까?

자본주의 사회라는 것 때문에 더욱 그 왜곡성이 두드러지게 표현되어 버린...인간들 사이의 '단절'. 카프카의 [변신]은 내가 냉정한 눈으로 삶을 바라보고 또 판단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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