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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치 소설의 이론
게오르그 루카치 지음 / 심설당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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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소설을 쓸까, 또는 왜 우리는 소설을 읽을까? 루카치는 소설이라는 장르의 비극성을 말한다. 그가 이상향으로 삼고 있는 것은 그리스시대다. 역사라는 것이 생성되어 있지 않은 시기에 인간은 신과 세계, 그리고 인간 자신을 각각의 대상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잠에서 깨어 아침마나 낯설은 세상을 바라본다. 나 자신과 세계가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매일 매일 느끼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얼마나 고독해지는가? 인간은 근본적으로 고독한 존재이다. 그러나 이 고독함은 인간이 또한 사회라는 집단 속에 속해있기 때문에 생기는 고독일 수도 있다.
인간은 세상속의 자기를 똑바로 바라보고, 화해하기를 소망한다. 고독과 화해란 모순이지만, 자유와 안정을 동시에 바라는 인간의 욕망을 생각해보면 단순한 논리다. 루카치가 생각하는 소설, 즉 서사문학은 이미 불완전한 세계를 살고 있는 인간이 완전한 총체성을 구현하고자 하는 비극적인 노력이다. 현실속에서 인간이 불가능한 화해를 추구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현실속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화해가 소설속에서는 이루어 질 수도 있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생각해보자. 돈키호테는 자신이 존재할 수 있는 기사의 세계를 잃어버린 남자다. 그래서 현실 속에서 엉뚱한 사건을 벌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내면은 충만해 있을 수 있다. 자신이 기사라는 환상을 통해 자신만의 현실의 총체성을 구현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의 주인공에게 우월성을 부여하지 않았지만 그의 주인공이 겪었던 체험은 바로 모든 인간적 운명 일반에 대한 상징적인 통일이었다.
물론 현실도피적이라는 단점에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결국 루카치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소설의 원리에 대해서 체계를 잡아나가고 있는 것이다. 루카치의 글의 매력은 아름다운 문장이다. 은유와 상징, 시적인 언어로 구성되어 있는 각 장들은 약간은 불투명한 유리창을 앞에 둔 듯 미묘한 감동을 준다. 그러나 그 내용의 깊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몇 번 이상의 탐독이 필요하다. 물론 그가 예로 든 소설들을 읽어 보는 것도 좋은 독서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