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 창비시선 138
박남준 지음 / 창비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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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그득히 눈물이 고여 울고 싶어질 때가 있다. 마음속에 출렁출렁 감정이 고여 그 흔들림에 그만 주저앉고 싶어질 때가 있다. 박남준의 시집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는 바로 그럴 때 읽는 책이다.

장그르니에의 '섬'의 번역을 한 김화영은 그 책의 첫부분에 이런 말을 했다. '목적없이 읽고 싶어지는 몇 페이지의 글을 읽기 위해 수없이 많은 책을 쌓아놓는 밤'...그런 밤에...나는 전혜린의 글과 박남준의 이 시집을 읽었다.

그런데 그 감동을 전하고픈 마음에 서평을 쓰려고 책을 찾아보니 절판이 되었다는 슬픈 소식이 먼저 눈에 띄었다. 정말 읽고 싶은 좋은 책들은 왜 그리 자주 절판이 되는지, 유행만 찾는 우리의 독서 문화가 서글퍼졌다.

박남준은 사랑과 그리움과 기다림, 그리고 외로움을 아는 사람이다. 표지글을 쓴 정희성 시인은 그의 시를 이렇게 표현했다. '비오는 날 외진 산길 무덤가를 지나며 맡는 싱그러운 풀램새 같은 것- 논리적으로 포착하기 힘든, 그렇게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아름다움!'

그의 시를 읽다 보면 정말 새벽녘 숲 속의 풀내음과 물기 촉촉한 이슬 방울이 생각난다. 그는 시 속에서 자기를 그려낸다. 끝없이 길 위에 서서 자기를 들여다 보고, 주위 자연 사물들 속에서 그 의미들을 찾아낸다. 끝없이 자기 본질을 들여다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늘 고독하다. 파고 들면 들수록 홀로 침잠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편, 한 편의 시가 끝나도 시인의 방랑은 끝나지 않기에...시인은 자신의 시에 결말을 주지 않는다. 슬프면 슬픈대로 놓아버리는 것이다. 아프면 아픈대로, 그리우면 그리운대로...자기 자신을 풀어 놓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안다.

그래서 이 시가 좋다. 억지로 웃으려 하지도 않고, 힘내라고 빨리 일어나서 걸으라고...주저앉은 마음을 억지로 일으키지도 않는다. 그 슬픔이 고요해질때까지 시인은 그저 묵묵히 곁에서 노래하고 있다.

절판된 시의 서평을 쓴다는 것이 참 씁쓸한 일임을 오늘 알았다. 그저 서러웠던 내 마음에, 시가 주는 슬픔의 정서를 더하고, 거기에 절판되었다는 사실이 한방울 눈물을 더하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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