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50
고미숙 지음 / 책세상 / 2001년 10월
평점 :
절판


<인텔리겐차>이후에 고미숙씨의 글을 두번째로 접했다. '근대성' 우리가 항상 숨쉬는 공기에 대해 자세히 생각해본적이 없듯이 제도권 안밖의 교육을 통해 무수히 접해본 말인 '근대성'역시 주어진 의미를 수용하는데 바빴을 뿐 제대로 살펴보려고 한적이 없었던것 같다. 나에게는 '근대'하면 먼가 새롭고 발전되고 그래서 우리가 추구하고 있고 또 그래야만 하는 대상으로 다가올 뿐이었다. 그러한 식으로 무의식중에 나의 행동과 생각을 지배하고 잇는 근대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 이 책을 읽고 난후의 커다란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고미숙씨는 민족, 섹슈얼리티, 병리학과 기독교라는 세가지 키워드를 통해 근대를 사유하고 있다. 어느하나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그중에 내가 '민족'이라는 단어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게 된것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힘과 영향력이 지대하고 이미 철저하게 우리의 내면에 알게 모르게 각인되어 있다는것을 알고 난 후였다. 물론 시대적 상황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민족'이라는 단어가 일제 강점기하에 가졌던 의미와 가치를 충분히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해방이 된후 50여년이 훨씬지난 지금까지 하나의 변하지 않는 진리로써 여겨지는 '민족'이라는 단어에 대해 조금은 객관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고미숙씨의 말처럼 '민족'이라는 말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하나의 블랙홀로 여겨진것이 사실이다. 모른 정치,경제,문화적인 담론과 이론들을 빨아들이는 물론 어느정도의 긍정성을 지니는 것도 사실이고 제국주의 국가와는 달리 우리의 민족주의가 공세적이 아닌 배타적인 의미를 가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민족주의에 함몰되어있는 우리의 상상력의 한계로는 새로운것을 꿈꾸는것은 여려워보인다.

특히나 분단상황이라는 특수한 정치적 상황에서 '민족'은 변함없이 강조되고 또 재생산 되어왔다. 남북모두 단일민족국가를 대외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송두율 교수는 책에서 말했다. '민족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민족을 사라지지 않을까? 우리가 추구하는 그리고 해야만 하는 정치적인 단위가 꼭 민족이여야만 할까? 특히나 우리의 경우처럼 동일인종성을 특별히 부각시키는 형식의?

세계적인 모든 일들이 단위국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민족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그러한것은 아니다. 또한 민족이라는 정의를 재정립하는것도 중요할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에 '먼저 근대를 완성해야한다' 와 '탈근대를 추구해야한다' 는 출발은 비슷하지만 방법론은 다른 두가지 선상에서 고미숙씨는 후자에 조금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민족'이라는 단어에서도 똑같은 방법론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먼저 민족, 즉 민족국가를 완성해야 할것인가?' 아니면 '탈민족, 또다른 제3의것을 추구해야하는가?' 특히나 분단상황이 우리의 사유를 반으로 제한하고 모든 사회적인 문제들이 분단상황에 의해 희석되어지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아직 민족이 유효할 것이다. 탈근대를 꿈꾸는 사유들이 저평가 되어서는 안된다. 민족을 지대한 가치로 생각하는 우리가 중국이나 러시아 동포들을 대하는 이중성에서도 '민족'이라는 키워드로 인식되는 근대의 또다른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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