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드라마, 제목에 숨은 뜻을 아시나요?'
드라마 제작진들은 때로 줄거리보다 제목을 만드는 데 더 많은 고민을 하기도 한다. 연출과 대본, 연기가 인기를 책임지지만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부터 관심을 끌어 모으는 데 제목보다 큰 역할을 하는 것도 드물기 때문이다.
제목이 곧 드라마의 얼굴이 되는 만큼 주제와 설정을 함축적으로 담아내면서도 흡인력 있는 타이틀을 만들기는 결코 쉽지 않다.
실제로 최근 방영을 시작한 '슬픈 연가'의 유철용 PD는 "제목 때문에 작가, 스태프들과 수 없이 많은 고민을 했다. 이 제목으로 낙찰되기까지 수 많은 후보들이 물망에 올랐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제작진들의 땀과 눈물을 담은 덕에 화제작들마다 제목에 숨은 사연도 다양하다. 작품의 주제부터 출연 배우의 복귀, 주인공들의 대사에 이르기까지 드라마 제목들은 브라운관 밖에서 또 다른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드라마의 주제를 표현한 한 단어
SBS의 '유리화'와 '세잎 클로버'는 제목만으로 드라마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제목 만으로도 '겨울빛 멜로'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유리화'는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뜻한다. 여러 색의 유리가 섞여 하나의 형상을 이루는 스테인드 글라스처럼 유리화는 서로 다른 색을 지닌 세 사람의 뗄레야 뗄 수 없는 운명이 주제다.
주인공인 동주, 지수, 기태 세 사람은 셋 중 한 사람도 빠져 나갈 수 없는 하나의 '묶음'임을 제목을 통해 나타낸 것이다.
SBS의 새 월화 드라마 '세잎 클로버'는 '행복'이라는 드라마의 주제를 암시한다. 이 제목은 '행운'이란 꽃말을 지닌 네잎 클로버에 비해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어 귀하게 생각되지는 않지만 세잎 클로버의 꽃말이 '행복'이라는 점에서 착안했다.
'행운'을 찾기 위해 눈 앞에 가득한 '행복'을 놓치고 마는 사람들에게 더불어 사는 평범한 삶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하는 것이 드라마 '세 잎 클로버'의 의도.
드라마 밖에서도 의미를 갖는 제목들
'봄날'과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는 드라마 외적인 요소와 맞물리면서 더욱 의미가 부여된 제목들이다.
톱스타 고현정의 복귀작인 '봄날'은 세상과 통하는 마음의 문을 닫고 말조차 잃었던 여주인공 정은이 자신에게 손을 내미는 남자의 따뜻한 사랑을 통해 인생의 '봄날'을 찾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 제목이다.
하지만 이 제목은 공교롭게도 고현정의 새로운 연기 인생을 암시하는 말로 종종 비유되곤 했다. 인기 절정의 배우의 길을 포기한 채 지난 95년 결혼과 함께 시청자를 떠났던 고현정이 이혼의 아픔을 딛고 다시 시작하는 상황과 잘 맞물렸기 때문이다.
고현정 역시 드라마 제작발표회를 통해 "이 드라마를 통해 내 인생에 제 2의 '봄날'을 찾고 싶다"며 새출발의 각오를 내비치기도 했다.
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는 원래 영화 '러브 스토리'와 흡사한 결말로 마무리 될 예정이라 이같은 제목을 붙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의 드라마 속 설정은 여주인공 수인이 영화와 마찬가지로 불치병으로 죽게 되면서 홀로 남은 현우의 삶에 가슴 아픈 여운을 남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발로 인해 제작진들이 당초의 계획을 수정,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는 두 사람의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제목이 곧 마지막 대사의 여운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이자 드라마의 여운이 제목이 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종영한 두 편의 드라마는 남자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를 통해 제목의 의미를 드러냈다. 제목이 곧 마지막 대사의 여운인 셈이다.
KBS의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죽음을 앞둔 무혁은 은채에게 "미안하다, 사랑한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서로가 상대 없이는 살 수 없을 만큼 깊게 사랑했지만 결국 은채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무혁의 안타까움을 짧은 인사 한마디로 대신한 것이다.
SBS 주말 드라마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역시 말없이 사라진 은수를 찾아낸 현우가 "마지막 춤은 너 아니면 출 수 없게, 네가 만들었잖아"라는 말로 대단원을 장식했다.
만남과 헤어짐을 숱하게 반복했던 두 사람이 마침내 재회한 후 '마지막 춤'을 함께 했던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제목의 의미를 전달하며 더 깊은 여운을 만들어 냈다.
/배영은 기자 youngeun@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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