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츠 마이 웨딩
이경재 지음 / 미호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외국 시트콤을 볼 때 결혼식을 올리게 된 여자가 엄청 두꺼운 스크랩 북을 꺼내며

'내가 꿈꿔 온 결혼은 여기 다 있어.'리고 말한다.

그 스크랩 북은 한 여인네의 결혼에 대한 로망의 역사이다.

그런데 이런 장면을 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틈틈히 보았다.

그래서 외국의 여자들은 다 이렇게 결혼에 집착는 걸까, 나는 굉장히 의아했다.

나는 결혼을 꿈꾸지만 결혼식은 관심이 없다.

사랑하는 토끼님과 같이 사는 걸 상상하면 행복한 미래가 보이지만

결혼식을 꼭 해야되나 싶다.

혼수, 예단 등등 이런 말만 들어도 골이 아파오고

아무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다.

예단비를 주었다가 다시 되돌려 받는 것도 이상하고

시어머니한테 보석 세트를 세개나 받고 더해 명품백도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우습다.

나는 장신구를 좋아하지도, 잘 하지도 않고

더군다나 명품백은 뭐가 뭔지 모르고 보관할 줄도 모르기에

굳이 해주시고 싶으면 엄청 큰 오븐 해달라고 했더니

토끼님 어머님께서 웃으셨다 한다.

여기저기 눈치보면서 이리저리 비교 당하는 결혼식도 귀찮을 뿐더러

나는 그저 토끼님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고 내 주방 한켠 생기는 게 기쁠 뿐이다.

스.드.메로 일컬어지는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도 꼭 분에 넘치게 해야되는 지도

그게 그렇게 중요한지도 잘 모르겠다.

분에 넘치는 결혼식은

현실에 없는 신데렐라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왕자와 행복하게 결혼을 했다고 쓰여는 있지만

그 이후 둘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무도 모르는 반쪽짜리 해피엔딩.

식보다는 식 이후에 어떻게 둘이 사는가가 더 중요한게 아닐까?

스튜디오에서 공산품 만들어 내듯이 똑같은 포즈와 의상으로 찍는 사진도 싫고

말도 안되게 비싼 드레스 대여비와 메이크업 비용도 마음에 들지 않으니

나는 결혼식에 정말 부정적인가 보다.

솔직히 토끼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결혼 그 자체마저 흥미가 없었을텐데….

사랑하는 토끼님하고 어찌됐든 같이 살아가기 위한

통과의례라고 생각하고 어떻게든 결혼식을 해내야겠지.

아, 이렇게 쓰고 보니 내가 정말 결혼식을 싫어하는 듯 보이는데

나는 '우리가 요즘 흔히들 하는 이 결혼식'이 싫다는 말이다.

그동안 뿌린 축의금을 회수해야한다며

나를 정말 축하해줄 사람이 아닌,

음식만 먹고 갈 사람을 부르고 싶지도 않다.

다음 식순에 밀려 허겁지겁 식을 올리고 싶지도 않다.

이것저것 나열하며 정리해보니 내가 나 모르게 생각한 결혼식은 '작은 결혼식'이었나보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결혼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지?

 

 

도움을 얻고 싶었다.

우리만의 스타일로 꾸미는 웨딩 D.I.Y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토끼님이랑 나는 의외로

개성과 주관이 뚜렷한 편이라서 자기만의 색이 있다.

결혼에 관심 없는 나와는 달리

토끼님은 자기만의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있다.

 

 

누군들 쫓기듯 하는 판에 박힌 결혼식을 올리고 싶을까.

여유로운 결혼식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꽉 짜여져 있는 예식장이 아닌 공간을 찾아야 한다.

책에는 예식 공간을 대여해 주는 곳이 알차게 나와있다.

하지만 주로 수도권 위주라서 많이 아쉬웠다.

 

 

몰랐는데 보통 대여되는 드레스는 서너번 쓰이고 수명이 다한다고 한다.

엄청나게 많은 웨딩드레스가 소비될텐데 환경문제가 되기도 하겠지.

대지를 위한 바느질이라는 곳에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친환경소재로 웨딩드레스를 만든다고 한다.

청첩장도 한번 읽히고 버려질텐데 너무 많이 인쇄되어서 환경문제를 야기한다고 한다.

솔직히 나는 모바일 청첩장은 성의없다고 여겼는데 이런 문제가 있는 지는 꿈에도 몰랐다.

예전에 아는 언니가 손수 쓴 편지와 청첩장을 같이 보내주었는데 감동이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좀더 환경을 생각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보고자 생각 중이다.

책에는 귀한 어른을 초대할 때 손수건청첩장을 추천해주었는데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 꼭 해보고 싶다.

 

 

토끼님은 꼭 웨딩촬영은 셀프로 해야 한다고 우긴다.

솔직히 나는 드레스, 메이크업, 헤어를 내가 준비해야 된다는 게 막막하고 귀찮다.

그러면서도 스튜디오 촬영은 싫다니 참으로 어리석다.

웨딩촬영은 주로 신부가 주도 하지 않나?

책에 나오는 부부들의 사진이 꽤 예쁘게 나와서 갑자기 혹해서

지금 마음이면 그냥 토끼님 하라는대로 따라갈 생각인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이런 꼼꼼한 식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있는 결혼식을 하면 좋겠다.

식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챙겨야 할 일이 많아서 어려우려나?

토끼님이랑 우리 결혼에 대해서 이것저것 뜬구름 잡듯이 자주 대화하지만서도

우리가 어떤 결혼을 할 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책에는 열다섯쌍이 넘는 커플의 개성넘치는 결혼이 자세히 나와있다.

기회가 된다면 저자인 이경재님에게도 상담을 받으러 가고 싶다.

그럼 아무 것도 모르는 나조차도 저렇게 아름다운 웨딩마치를 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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