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어바웃 플라워숍 All about Flower Shop - 플로리스트 엄지영 & 가드너 강세종의 플라워숍 운영 노하우
엄지영.강세종 지음 / 북하우스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식물에게 꽃은 그저 번식을 위한 생식기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교미와 잉태를 위한 몸부림이 화려한 꽃의 그늘에 가려져 있을 테지. 생존본능의 달콤한 유혹에 애먼 우리가 이끌렸는지 알 수 없다. 꽃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일까.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식물이 꽃을 피우고 진다. 우리는 기쁜 일을 축하할때나 슬픔을 애도할 때 또는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전할 때나 스스로를 위할 때 꽃을 선물한다. 꽃에 의미가 부여되면서 꽃말도 생겼다. 그 꽃의 의미를 알고 선물해야지 센스있는 사람이 된다. 참으로 어렵다.

  누구에게는 꽃은 사치겠다. 배를 부르게 해주지 않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지도 않는데 꽃을 사는 건 돈을 헛되이 쓰는 거라 한다. 나름의 일리는 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쓸쓸하고 씁쓸하다. 그만큼 여유가 없다는 뜻일테지. 비싼 꽃이 아니더라도 식물이 집에 있을 때의 그 싱그러움과 정신적인 안정은 돈에 비할 바가 못되는데 말이다. 꽃을 사지는 못하더라도 계절따라 피우는 꽃을 감상할 여유과 감성이 사람들 마음마다 살아있길 바랄 뿐이다.  꽃은 자체로도 훌륭한 메인 선물이 되지만은 진가는 비법소스처럼 무언가에 곁들일 때 빛이 나는 듯 하다. 나는 주로 베이킹한 빵이나 쿠키를 선물하고는 하는데 이때 안개꽃이나 장미꽃 한송이로 박스를 꾸며 보내고 싶다. 그러면 왜인지 더 신경쓴 것처럼 보일테다. 바로 꽃의 마법이다.

  언젠가 닮고 싶은 언니의 홈페이지를 구경갔다. 나의 시선을 머무르게 한 사진 한장은 언니가 만든 작은 화단이었다. 꼼꼼하고 언제나 밝은 언니는 식물들에게도 예쁨을 받나보다 싶어 살짝 시샘이 났다. 오래전 집들이 선물로 받은 작은 허브가 생각났다. 외로운 나의 작은 방에 손바닥만한 온기라도 있어야하지 않겠냐며. 어두운 자취방에는 햇빛이 들어오는 공간이 작고 시간도 부족했다. 허브가 빛을 좋아할 거라고 지레집작하고 볕이 드는 곳에 갖다 두었다. 나의 진실한 관심은 그뿐이었다. 나는 곧 허브를 새까맣게 잊었다. 가끔 의무감에 물을 주면서 시들시들해 가는 허브를 보며 '너는 왜 자꾸 시들어가니'라고 핀잔만 주었다. 한참을 그렇게 우리의 동거는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허브의 잎이 연두빛으로 시들어가는 걸 발견했다. 화분의 흙은 말라 버석거렸다. 갑자기 무서웠다. 나의 무관심과 잘못으로 세상에 나온 한 생명이 죽어가고 있고 잔인하게 방치해 두었다는 사실이. 그래서 그때부터 신경을 더 써서 물도 주고 볕도 쬐어줬다. 하지만 갑자기 시작된 나의 과도한 관심이 진실한 사랑이 아닌 죄책감을 덜려는 고약한 이기심의 발로라는 걸 허브가 눈치챘는지 곧 죽어버렸다. 신경을 쓰지 않았을 때는 실낱같은 생명이라도 유지하던 그 허브는 내 관심에 그 끈을 놓고 말았다. 그 후 나는 책임을 가지고 돌보아야 하는 생명이 두렵다. 생명이란, 그 무게를 아는 자의 곁에 있을 때 안전하고 행복할테다. 변덕스럽고 건조하며 무지한 나같은 사람의 가슴에는 생명이 자랄 수 없다.

  후에 알았는데 그 허브는 그늘에 두어야 하고 물을 자주 주면 안 되었다. 어느 노부부 이야기가 생각났다. 평생 아침으로 식빵을 먹었는데 할아버지는 매번 할머니에게 딱딱하고 퍼석한 식빵 끝을 잘라서 주었다. 세월이 흘러서도 여전히 할어버지는 맛없는 식빵끝을 할머니에게 건네줬다. 할머니는 갑자기 역정을 냈다. 왜 평생을 맛없는 식빵 끝만 주고 혼자서 부드러운 부분만 먹느냐고. 할아버지가 놀라고 황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끝부분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지만 아내를 정말 많이 사랑하기에 양보한거라고. 내가 이랬던 거겠지. 상대가 무얼 바라는 지 모르고 내 잣대로 내가 주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 거다.

 

 

   '올 어바웃 플라워숍''을 읽으니 나의 무지가 더욱 두드러진다. 내가 정말 몰랐구나, 싶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두께를 보고 깜짝 놀랐다. 얇은 책일 줄 알았는데 정말 두꺼웠다. 사실 이 책의 서평을 신청한 건 나의 허영심 때문이다. 원예에 대해 너무 무지한 거 아닌가, 내가 만든 빵이나 쿠키를 구울 때 소품으로 꽃을 활용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참에 기회가 닿아 신청했는데 덜컥 당첨된 것이다. 무엇보다 와인처럼 꽃도 수박 겉핥기처럼 얕은 지식이나마 챙기면  어디가서 알은 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얼마나 폼날까. 사람들이 모르는 꽃의 종류를 줄줄이 나열하면서 잘난 척하면. 그런 내게 '올 어바웃 플라워 숍은 분에 넘치는 사치이자 과분한 책이다. 내가 이 책을 소장하고 있었도 되려나 송구스럽기까지 하다.

  먼저 플라워숍의 차릴 때의 준비과정(소비층 분석 자격증 등등에 관한)과 창업을 준비할 때 궁금할 위치선정과 계약시 필요한 것들 그리고 사업자 등록까지 세세하게 나와있다. 운영의 노하우와 홍보 과정 등 실질적인 자료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 분들, 이렇게 다 알려줘도 되나 싶을 정도다. 크게 매장을 열기까지 과정, 플로리스트 엄지영님의 플라워디자인과 가드너 강세종님의 노하우 이 세 파트로 나뉘어 있다. 부끄럽게도 나에게 너무나도 생소한 분야라서 아직 엄지영님 글을 마치지 못했다. 기한이 얼마남지 않아 부랴부랴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이 많이 부끄럽다. 엄지영님 글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꽃의 종류, 특징, 보관, 포장 그리고 알아야할 용어들까지. 정성스레 찍은 과정샷과 결과물은 무지한 나조차도 한번쯤 시도해보고픈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제일 하고 싶었던 건 화병꽂이였다.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꽃을 꽂아 테이블을 장식하고 사진 찍을 때 활용하고 싶다. 꼼꼼히 읽고나서 언젠가 멋들어지게 사진을 찍을 날이 올 것이다. 사진 속의 꽃은 프로의 손을 거쳐 저렇게 아름답지만 서툴은 내 손은 어떤 결과를 낳을 지 조금 걱정스러운 건 사실이다. 한가지 아쉬운 건 내가 사는 곳은 지방이라 책에 나온 갖가지 꽃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도 마음에 드는 꽃의 이름과 그 생김을 달달 외워서 언젠가 마주칠 그날에 스쳐지나가는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베이킹 관련해서도 이렇게 자세하고 정성스럽게 말해주는 책이 언젠가는 나오길 바라본다. 내가 교본으로 삼고 있는 책(올 어바웃 브레드, 케이크)도 기초부터 탄탄하게 무척이나 정성스럽게 만들어져 있으나 홈베이킹에 국한되어 있어 한계가 있다. 플로리스트를 꿈꾸고 있는 분이라면 꼭 이 책을 소장하길 추천한다. 제목 그대로 플라워숍에 관한 모든 것이 이 책에 담겨 있다. 24000원이라는 가격이 전혀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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