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나가 놀자 국악 동요 그림책
류형선 지음, 김선배 그림 / 풀빛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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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에너지는 어린이집 선생님도 혀를 내두른다. 날이 좋으면 매일 산책하고 산에서 노는데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홍길동처럼 뛰어 논다고 한다. 이렇게 움직이는 데도 체력이 남는지 하원하는 길에 매일 놀이터에 가자고 조른다. 가서는 두 시간은 기본이다. 친구들이 다 떠나고 깜깜해져도 집에 들어가지 않겠다며 고집을 부린다. 일단은 힘을 빼야 집에서 내가 편안해지니 될 수 있으면 놀게 두지만 지금처럼 추울 때는 정말 고단하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은 놀면서 자란다고 믿기에 딸아이가 잘 놀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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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아이가 쿨쿨 자고 있는데 새가 ‘밖에 나가 놀자’고 지저귀며 시작된다. 우리딸은 눈을 뜨자마자 내게 오늘은 어딜 가고 무엇을 하며 놀 건지부터 묻는다. 잠이 묻어 있지 않은 또랑또랑한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등줄기가 오싹 소름이 돋을 때가 가끔 있다. 설렘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을 느껴본 지 오래라 그런 딸이 부러우면서도 하루를 어떻게 재밌게 채워주나 막막해진다. 새소리에 깨어나 씩씩하게 기지개를 켜고 아침 스트레칭을 한 후 세수와 양치를 한다. 가방을 메고 한 손에는 잠자리채를 들고 집을 나선다. 혼자는 재미없으니 친구, 선생님, 멍멍이 그리고 모두를 만나 산 여기저기를 누빈다. 해님이 쨍쨍한데 바람은 불어 시원하다. 나무 밑에서 잠시 쉬다가 노을이 지니 다양한 색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보며 감탄한다. 달과 별이 뜨면 각자 집으로 돌아가 다시 오늘같은 내일을 기다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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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무척 눈에 익어 작가님을 검색했는데 정보가 많이 없다. 캐릭터는 올망졸망 귀엽고 노는 장면이 내 어릴 적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콩닥거렸다. 책을 읽기 전에는 딸은 집에 있기를 좋아하는 나를 닮지 않았구나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나도 무던히도 밖을 좋아했구나 싶다. 비 오는 날에 놀이터에서 했던 모래놀이, 어른들이 가지 말라는 곳에 들어가서 했던 숨바꼭질, 친구들과 개천 주변을 돌아다니며 잠자리나 메뚜기를 잡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동요를 들으니 느리지도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은 템포의 꽹과리와 피리 소리가 경쾌하다. 책의 배경은 생명력이 넘치는 여름이었는데도 황금색 들녘을 깡충 걸음으로 뛰어다니며 노는 아이들의 풍경이 문득 떠오른다. 이상하게도 코 끝에서 가을 냄새가 스쳐 지나간다. 우리 모두 사계절 내내 ‘밖에 나가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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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빛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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