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코쿠엔스의 음식이야기 - 세계 음식 문화를 만든 7가지 식재료
제니 린포드 지음, 앨리스 패툴로 그림, 강선웅.황혜전 옮김 / 파라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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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코쿠엔스' 는 요리하는 인간이라는 의미이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르게 어째서 요리를 하게 되었을까. 책은 머리말부터 흥미로워 책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다. 돼지고기, 꿀, 소금, 칠리, 쌀, 카카오, 토마토 이 일곱가지의 식재료에 대한 기원, 이름의 유래, 문학, 종교 등등 인문학이 맛있게 버무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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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식재료는 우리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돼지다. 돼지를 최초로 사육한 지역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중국으로 추정된다. 집을 뜻하는 한자어인 家가 돼지豕와 지붕宀의 조합이다. 그만큼 중국인의 삶에 돼지는 가깝고도 중요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몇몇 종교는상한 음식이나 배설물까지 먹어치우는 돼지가 불결하다고 여겨 먹는 걸 금기시 한다고 한다. 때문에 그 종교를 믿지 않는 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돼지고기를 먹기도 했다는 재밌는 역사를 알 수 있었다. 나는 고향이 제주도인데 재래식화장실 아래에 돼지를 키웠던 게 기억이 난다. 이상한 소리를 내며 빙빙 도는 돼지가 무서워 화장실 가기 싫었었는데 지금은 제주똥돼지라는 말이 유명하다니 시간이 많이 지난 게 실감난다. 책에는 돼지고기로 만든 음식이나 돼지를 도축하는 과정이 감긴 책이나 구절을 알려주는데 그 묘사가 무척 흥미로웠다. 베이컨, 소시지, 햄 등이 어디가 유명하고 어떻게 만드는 지 설명해 주는데 유럽 곳곳을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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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식재료는 값싼 설탕에 밀렸지만 풍미에서 한참 위인 꿀이다. 꿀벌이 멸종 되면 모든 식물들이 번식하지 못해 결국 인류는 멸망한다는 풍문을 들은 적이 있다. 2만 종의 벌중에 꿀을 만드는 꿀벌은 단 7종이라니, 귀하고 또 귀하다. 꿀의 매력 중 하나는 근처 꽃과 나무에 따라 그 색과 향 그리고 질감이 매우 다양하게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책에 처음 듣는 단화꿀들이 소개되는데 한번쯤 꼭 먹어보고 싶다. 나는 아카시아 꿀, 밤꿀, 잡꿀 등등 많은 꿀을 먹어 봤다. 이름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니 참 놀랍다. 빵이나 과자를 만들 때 꿀을 종종 쓰기도 하는데 밤꿀은 향이 진해서 보통은 아카시아 꿀을 추천한다. 꿀은 감미료 뿐 아니라 다양한 질환에 약으로도 쓰였다고 한다. 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돌이 지나지 않은 아기에게 꿀을 먹여서는 안된다. 꿀에 들어 있는 보툴리누스균의 포자가 만든 독소가 아기에게 매우 위험해서 자칫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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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식재료는 오늘날에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한때는 지위와 부, 힘의 원천이었던 소금이다. 소금은 양념으로도 쓰이지만 보존하는 성질이 있어 미이라를 만들 때도 사용되었다. 생선이 상하지 않도록 소금을 치거나 젓갈로 만드는 것도 다 이 보존력 때문이다. 책에 무척 다양한 소금의 종류와 생산되는 과정을 설명해 주고 있다. 그중에 나는 천일염, 히말라야 소금, 플뢰르 드 셀을 먹어 보았다. 천일염은 시중에 쉽게 구할 수 있어 일반 요리할 때 쓴다. 히말라야소금은 핑크색에 입자가 굵다. 고기를 구울 때 갈아서 뿌려 먹었다. 플뢰르 드 셀은 책에서도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서 설명할 만큼 고급 소금이다. 나는 주로 베이킹 할 때 썼는데 일반 소금의 뒷맛이 약간 텁텁하다면 이 소금은 산뜻하다. 사실 10여년 전만해도 일반 소금과 맛의 차이가 극명했는데 요즘은 소금이 참 다양하게 나오다보니 그 차이가 좁혀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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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는 칠리, 즉 고추에 관해서 나온다. 매운맛은 흔히 통각으로 맛은 아니라고 한다. 매운 걸 먹으면 엔돌핀이 나와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니, 고통을 오히려 쾌락으로 승화하다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운 걸 좋아하는게 삶에 찌들어서인가 싶어 조금은 씁쓸해졌다. 다섯번째는 한국인의 식탁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쌀이다. 쌀의 종류는 그 찰기와 모양에 따라 나뉘는데 우리네가 먹는 건 찰기가 많은종이다. 레시피에 비빔밥이 들어 있는 게 흥미로웠다. 저자는 아시아의 음식에도 일가견이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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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번째와 일곱번째는 우리나라에서는 식재료로 좀 생소한 카카오와 토마토다. 먼저 카카오는 제과제빵이나 음료에 많이 쓰인다.때문에 우리 전통 음식과는 접점이 없다. 예전에는 주로 음료의 형태로 즐겼다는데 주로 사회 엘리트층이 즐기던 품위 있는 음료였다. 산업 혁명으로 카카오 가공방식이 바뀌면서 우리가 아는 딱딱한 초콜릿이 탄생했다. 쇼콜라티에라고 초콜릿을 다루는 기술자를 이르는 프랑스 단어가 있는데 이는 프랑스에서 초콜릿이 역사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진 것을 반영한다. 나는 제과제빵을 좋아해서 초콜릿 테크닉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초콜릿은 온도에 매우 예민하고 템퍼링이라는 다소 까다로운 작업을 알아야 해서 지금도 어렵게 느껴진다. 책에 일련의 과정이 간단하게 나오는데 아는 부분이라 반가웠다. 토마토 역시 스파게티 소스나 케첩의 재료로 많이 알려져 있지 흔한 재료로 쓰기에는 거리감이 있다. 말려서 오일에 절여 놓던가 화이트식초와 오일에 마리에이드 해 먹어도 맛있다. 어릴 때 토마토가 채소라는 게 참 이해되지 않았는데 관세로 인해 채소가 되었다는 일화는 읽고 그 연유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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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읽었던 책들 중 제일 재밌게 읽었다. 삽화도 섬세해서 보는즐거움을 더했다. 그리스로마시대에는 배부르지 않고 미식을 즐기기 위해 씹고 바로 뱉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그들의 멸망이 신의 저주라는 우화를 어디선가 들었었는데 옛부터 미식을 탐닉하는 건 죄악이라고 하지만 일상의 큰 즐거움인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식재료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종류 등등을 다양한 관점으로 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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