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 - 인문쟁이의 재즈 수업
이강휘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쩌다보니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서평

 

사람 일이라는 게 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지도 않는 데다가

즉흥적으로 처리한 일이

섬세하게 계획한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사람의 일생에서 즉흥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높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삶은

일면 재즈와 닮아 있다고 하겠다.”

 

- 어쩌다보니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 142p

 

 

 

어쩌다 보니라는 어수룩함이 좋았다.

 

재즈에 대한 해박한 지식보다는 가볍게, 어쩌다 보니 듣게 되었는데 이만큼이나 좋아졌다는 그런 이야기일 것 같았다.

 

그런데 그뿐만은 아니었다.

 

이 책의 저자는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다. ‘재즈 전문가도 아니고 마니아라 하기에도 쑥스러운 입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던 그는 방과후 재즈 수업을 개설했다. K-Pop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20세기 음악, 그중에서도 재즈를 들려주고 그에 대한 에세이도 써내게 한다.

 

웬 재즈?’ 라는 반응을 보이던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묻는다.

그런데 왜 재즈에요?”

그러자, 선생님은 그냥, 내가 좋아해서.”라고 답했다.

볼품없는 대답일 수 있겠지만, 질문을 한 아이는 아주 흡족해하며 수강신청을 했다.

 

가끔은 선생님들도 가르치기 싫은 것, 자신조차 지루한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쓸모없어 보이는 것, 의미없는 것들을 가르치는 시간.

 

그런데 지금, 여기에 있는 선생님을 그렇지 않다. 방과후 수업으로 자신이 좋아서 듣는 재즈를 수업으로 기획해 구성하고, 아이들과 공유한다. ‘재즈를 미국의 역사와 연결지어 가르치고, 음악이란 예술로 아이들의 감각을 깨어나게 하고, 자신이 느낀 바와 생각하는 바를 글로서 담게 한다.

 

나는 이 교육이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공교육 시스템 내에서 잘 이뤄지지 않는 교육이기도 하고, 방과후 수업이라는 번외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압박감도 줄어든 상태에서 자유롭게 이뤄지는 수업.

 

저자인 선생님은 좋아한다는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나는 에 대해 아는 것을 가장 중요한 교육적 가치로 여긴다고 말한다. 특히 청소년들은 자신에 대한 이해가 매우 떨어지는 편인데, 자신에 대한 이해 중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을 자신의 기호에 대한 성찰로 꼽았다.

 

대개 아이들은 네가 제일 좋아하는 게 뭐야?’라는 질문을 받으면 카오스로 빠져든다.

이게 다 개인의 기호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가 부족해서 그런거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깊게 생각한 적이 없어서 잘 모른다.”

 

저자는 재즈 수업을 진행하면서 모든 아이들에게 호평과 호감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재즈는 제 취향이 아닌 것 같습니다만..”이라는 반응도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자신과 맞지 않는 것을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

 

이런 가벼운 마음이 좋았다.

 

큰 기대도, 큰 무게도, 큰 압박감도 없이.

재즈 수업을 듣는 시간.

 

우리 아이들에게 좀 더 이런 시간이 많아져야하지 않을까?

소탈한 마음으로 아이들과 재즈 수업을 시작한 이 선생님께 나도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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