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애를 보고 있자니 대니와 닮기만 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입 안이 바짝 마르며 쓴맛이 감돌았다. 가슴이 쿵쿵 뛰었다. 그녀는 아직도 외아들을 잃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절대로 적응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적응하려고 노력해본 적도 없었다. 대니를 닮은 소년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그녀는 애초에 아들을 잃은 게 아니었다는 환상에 너무나 쉽게 빠져들어 갔다. …
순간 티나의 시선을 의식한 아이가 고개를 돌렸다. 아이의 얼굴이 천천히 티나 쪽을 돌아보는 순간 그녀는 숨을 죽였다. 두 장의 유리창 너머로, 낯선 황색 불빛 아래에서 서로를 응시하는 순간, 그녀는 시공과 운명의 구렁을 사이에 두고 아이와 눈을 맞추고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환상은 산산조각 났다. 그 아이는 대니가 아니었다.
남자아이게서 시선을 돌린 티나는 자신의 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너무 세게 핸들을 잡은 나머지 아파오는 손을.”
- <어둠의 눈> 10~11p
<감상평>
처음 읽어 본 딘 쿤츠 장편소설이었다. 스티븐 킹과 서스펜스 소설계 양대산맥이라는 점, 최근 코로나19 발병과 관련해 이 책에 ‘우한-400’이란 바이러스 소재가 등장한다는 점이 관심을 집중하게 했다. ‘코로나 예언서’라며 시끌벅적하게 뉴스 기사가 등장했고,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책과 저자를 접하게 되었다. 아직 한국어판이 나오기 전인 3월부터, 다산북스에서 한국어판 계약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예약주문과 서평단 모집에 신청을 하며, 결국 완독했다.
서스펜스 소설이니 줄거리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한계가 있다. 다만 이 소설이 만약 영화화된다면 굉장히 상업적인 90년대 서스펜스 영화가 되지 않을까 상상했다.
단 4일간의 여정이 450페이지 동안 이어지는데, 이 책을 완독하기까지 나도 4일이 걸렸다. 가볍게 즐거움을 느끼며 읽기 좋은 소설이었다. 오랜만에 읽은 장편소설인데,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잘 짜여져있는 구조 위에 읽기 쉬운 문체로 쓰여 휙 읽은 느낌이 든다.
다만 ‘우한-400’이라는 단서를 마주하기 까지는 어느 정도 인내심이 필요했다. 이제는 그의 적수라는 스티븐 킹 소설도 읽고 싶어진다.
by.지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