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은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그는 여름 하늘에 떠 있는 별들과 푸른빛을 띠는 금성과 붉은 빛을 띠는 화성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양팔을 굽히고 주먹을 쥐었다가 도로 폈다. 그러고는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데시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왜 당신이 없어서. 왜 내가 이렇게.견딜 수 없는 슬픔과 좌절, 무력감에익사할 것만 같았다. 허우적대며앞으로 나아가려 해도, 오히려몸뚱이에 납이라도 매달아 둔것처럼 바닥으로 가라앉을...
서류 봉투를 든 변호사가 제일 먼저 들어왔다. 그는 내가 모르는 그 난장이의 부인에게로 다가가 몇 마디 말을 하고 손을 잡아 주었다. 부인이 일어나 허리를 굽혔다. 변호사는방청석을 한 번 돌아본 다음 법대 아래 바른쪽 그의 자리로 가 앉았다. 안경을 쓴 젊은변호사였다. 그는 방청인들이 자기에게 호의와 존경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믿는 모양이었다. 그를 보는 순간 나의 속 밑바닥에서부터 부글부글 울화가 끓어올랐다. 중죄 재판에 변호인이 끼어들어 죄인을 싸고도는 법 제도를 왜 그대로 두고 있는지 나는 알 수가없었다. 그는 처음부터 숙부 살해범에게 죄가 없는 것처럼 감싸면서 사건 성격을 아주바꾸어 버리려고 했다. 담당 검사가 사태 파악을 잘못했더라면 그의 음모에 휘말려 들뻔했다. 검사는 훌륭한 사람이었다. 공익을 대표할 자질을 완전히 갖춘 사람으로 인상과옷차림까지 깨끗했다.
사람들이 꾸역꾸역 밀려들어왔다. 의정부북부행이라는 말때문인지는 몰라도 어쩐지 나는 우리 모두가 아주 멀고 추운 나라로 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창문에 얼비치는 내얼굴을 살펴보았다. 피곤해 보이긴 했지만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았다. 문득 내가 모르는 얼굴이 나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혜택이 돌아가는가‘를 자문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효율적 이타주의의 첫 번째 핵심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