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밑 남자
하라 코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마루 밑 남자' 읽는다고 했더니 친구가 그런다.

"마루 밑에서 뭐하는데?" 처음 이 책을 보곤 나도 이런 생각을 했다. 뭐하는 남자일까? 바닥시공하는 남자인가 아니면 집안에 떠도는 유령인가? 하지만 모두다 틀렸다. 마루 밑 집안의 실제 주인들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고 함께 공간을 공유하며 살아가는 그야말로 집도 절도 없는 사람들, 마루 밑을 자신의 집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다.

새로 이사간 집에서 우연이 마루 밑 남자를 만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한 가장의 갈등을 보여준다. 아니, 갈등이라기보다는 결국엔 세상의 가장들의 충분히 마루 밑 남자가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해주는 이야기다.

아마 이야기를 다 읽은 후에 노숙인에 대한 시선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노숙인 그들이 처음부터 길거리 생활을 한 건 아니었다. 열심히 경쟁사회에서 살아가려고 발버둥 쳤지만 결국 타인의 위에 올라서지 못해서 회사에서 쫓겨나고, 집에서 쫓겨나 결국 노숙인이 되고마는 것이다. 그들이 책한 주거지는 결국 새집의 마루밑!

주택에 사는 사람이라면 혹시 우리집 마루 밑에도?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싶다.

어느 날 일어났더니 어제 쇼파에 던져두었던 신문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거나, 커튼이 활짝 젖혀져 있거나, 낮잠자고 일어났더니 설거지가 말끔이 되어 있거나 한다면 분명 마루 밑 남자의 소행일 수도 있음을 기억하라!.

 

이 책은 총 다섯편의 단편집으로 이루어졌다. 다섯편 모두 일본의 경쟁사회와 불황속에서 발생하는 어두운 부분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너무 어둡지도 진지하지도않게 오쿠다히데오의 유머러스함과 사회풍자를 절적히 섞여 지겹지 않게 잘 만들어낸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마루 밑 남자와 파견시장이 가장 재미있었다.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서 주말도 반납한채 회사일에 찌들어사는 가장과 가정에는 너무 소홀하다고 불평불만하는 아내, 그리고 이 둘 사이에 일어나는 자신만의 주장이 충돌하여 결국 한 가정이 깨지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무한 경쟁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그토록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지, 자신을 위한 일이었는지, 자기가 원하는 일이었는지를 잊어버린채 타인보다 내가 먼저 목표점에 도달해야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속에 끌려가고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듯하다.

 

이 책은 일본 현사회를 비판하고 있지만 아마도 오늘 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이러하지는 않은지 씁쓸하다.

 

하라코이치라는 작가는 처음들어보았지만 오쿠다히데오를 좋아하고, 혹은 블랙유머를 좋아하는 이라면 재밌게 읽을 책이니만큼 추천하고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