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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집이 있었을까
예니 에르펜베크 지음, 배수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을 본 순간 읽고 싶어졌다. 개인적으로 한 가족이 세월이 흘러 과거를 그리워하며 써내려간 내용일까 혹은 변화된 사회에 대한 부조리한 단면을 말하는 내용일까 궁금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집 한채를 두고 얼기설기 엮여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집안의 정원사나 집 주인이나 소녀등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면서 점점 깊이있는 내용들로 이끈다. 한 단면을 알았다 싶으면 다른 단면이 나오는 어렵고 깊은 그리고 슬픈 이야기다.
미사어구가 많은 글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이 책이 싫증 날 수도 있었겠지만 겉만 번지르르한 문장이 아니라 많은 꾸밈에도 불구하고 깊고 담백한 문장이 나온다.
예니 에르펜베크는 조용한 시인이다라고한 말이 그럴싸하다. 문장들은 마치 긴 시처럼 어렵고 화려했고 정확했다.
장미꽃이 활짝 핀 한 여름의 정원이 떠오르고, 뚝심있어 보이는 정원사의 한치 흐트러짐 없는 손닐림하며, 마치 어릴적 시골 할머니댁에 놀러가 저녁 나절이 되면 굴뚝에서 연기가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듯한 편안한 옛 모습이 떠오르는 책이다.
많은 주인공들이 나오지만 개인적으로 정원사의 초점에 맞춰서 읽었다.
그럴만한 것이 정원사가 자주 등장하고 다른 주인공들에 비해서 임팩트도 강한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람 어떤 사람인가 궁금하게 만드는 인물이라 정원사편만 골라 읽어보기도 했다.
집 주인이 집을 버려둔채 ( 사실 버렸다고도 할 수 없지만)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정체적 상황이나 파시즘의 통치등 독일의 어두운 면을 우리는 사람들의 단편속에서 알 수 있다.
사실 이 책은 그리 쉬운 글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집중하기 힘들었고 이해하기는 더더욱 힘들었다. 한번으로 읽고 끝내기엔 아쉬운 책이다.
여전히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도 뭐라 말하기 힘든것이 사실이므로 감시 서평을 쓰기에 머쓱하긴 하나 누군가 이 책을 읽게 된다면 권하고 싶다.
한 번 읽고 덮지 말고, 문장하나하나를 씹으며 읽으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