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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날고 싶다
김종일 지음 / 어문학사 / 2010년 3월
평점 :
16살 종수의 부모님은 이혼한 후 엄마는 재혼하여 이민을 간다. 곧 자리잡고 데리러 오겠다고 고모집에 종수를 맡기지만 결국 찾아오지 않게 되면서 고모집에서 눈칫밥을 먹는다. 이러한 생활을 뛰쳐나와 청량리 뒷골목에서 구두닦이 노릇을 하면서 살아간다.
왕초역의 독사형님 밑으로 여러명의 구두닦이 형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구박받고 학대받으며 살던 종수가 어느날 '혜련'이라는 누나를 알게 되면서 그의 생활이 바뀌게 된다.
혜련은 사창가에서 일하지만 마음이 착하고 곱다. 독사형이 혜련을 좋아하게 되면서 종수와 다른 형들도 점점 온순하게 바뀌어 간다.
혜련은 종수에게 큰 버팀목이 되어준다. 16살 아직은 엄마의 따스한 품이 필요한 소년에게 정을 주고 공부를 다시 하게끔 도와준다.
독사형이 혜련을 좋아하게 되면서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도와주고, 맘을 나누게 된다.
그 후 혜련은 사창가 일을 그만두고 인권복지 일을 하게 된다.
다른 구두닦이 형들도 독사형의 도움으로 자신의 기반을 찾아가게 된다.
16살 종수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성장소설이다.
청량리를 배경으로 하여 사창가 뒷골목에서 사는 여자들과 구두닦이로 생활하는 이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사실, 청량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매체를 통해서 듣기만 했지 청량리가 어떤 곳이었는지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전혀 모른다. 그래서 더욱 이 책에 끌렸던 것 같다. 80년대 청량리는 어떤 곳이었나 궁금도 했었고 16살 종수는 힘든 생활에서 어떻게 정체성을 찾아가는지도 궁금했다.
전반적으로 글은 아주 쉽게 읽혀진다. 2시간정도 걸려서 다 읽었는데 사실 좀 '아쉽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수를 괴롭히는 구두닦이 무리중에 '개남'역이있다. 그가 무리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엔 소위 개과천선이되서 돌아온다. 늘 종수를 가장 만만하게 보고 폭력과 야비한 행동들을 했던 그였는데 공부에도 뜻을 가지게 되었고 열심히 구두닦이 생활을 한다.
글에서는 왜 그가 변했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혜련이 왜 사창가에서 일을 했었어야 했는지도 자세히 말해주지 않는다.
벙어리 석길이가 왜 엄마의 형상만을 조각했는지도 말해주지 않는다. (아마도 작가의 의도가 아닌가 싶다. )
전반적으로 글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해서 깊게 이해할 수 없어서 아쉬웠다. 만약 조금 더 자세한 언급이 있었다면 그들의 행동을 좀 더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종수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성장소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종수가 어떤 식으로 정체성을 깨닫고 나아가게 되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없었다. 꼭 드라마 막바지에 서둘러 찰영을 끝마치는 느낌이었다. 또 하나 문장과 문장의 연결이 잘 끊겼고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반복되는 내용이 많아서 같은 내용을 또 읽고 있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16살 종수가 거친생활에서도 자신을 다독이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만은 대견했다.
자신을 죽도록 괴롭히고 폭력을 가했던 개남이를 용서하고 걱정하는 그 마음이 너무 빨리 어른이 된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거친남자들과 봄날같은 여자가 만들어가는 휴먼드라마같은 글이었다.
서평을 너무 가혹하게 쓴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므로 최대한 솔직하게 썼다.
(어쩌면 얼마전까지 호세이니의 글들을 읽어서 그 영향이 미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