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파이 나누는 시간
김재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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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만들어내는 부당함과 인간관계속 망가진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사과와 또는 사과를 받아야 할 대상조차 남아있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사과파이 나누는 시간]이란 책속에 담겨있다.
무거운 현실이란 짐에 힘겨워하는 사람들도 지나간 상처로 인해 부유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도 저마다의 사연들이 8편의 단편속에 그려진다.
소설 <코끼리>로 인권문제를 다뤘던 작가 김재영의 신간 [사과파이 나누는 시간]은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로하는 소설이라 소개되었지만 읽을수록 우울함이 진득하게 붙어있는 기분을 떨쳐버릴수가 없었다.

첫번째 단편인 사과파이 나누는 시간에서는 강제철거와 반대하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뺏기지않으려는 사람들의 몸부림. 결국 화재로 인해 사람들이 죽는 참사가 발생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며 누구의 사과도 없이 끝나버린다.
우주의 대부분이 알수없는 암흑물질로 이루어지듯 이세상도 재벌이나 권력자,유명인이 아닌 암흑물질처럼 평범한 사람들로 채워져있으며 이사회를 지탱한다고 말하는 미래와 우주.
평범한 사람들로 채워진 사회속엔 점점 사과하지 않게 되면서 어이없는 참사가 반복됨을 꼬집는다.

미래는 '유감'이란 말이 '사과'가 아니란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것이 사과였다면, 아버지를 잃은 유가족을 차디찬 감옥으로 끌고 가진 않았을 거다. 집과 일터를 잃어버린 철거민들이 지하 월세에서 살든 말든,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신세가 되었든 말든, 집이 사라지면서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든 말든, 무관심하지는 않았을 거다. 사과하지 않는 한, 어떤 잘못을 하든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걸 시민들은 알게 되었다.(39p)

결혼과 출산을 스스로 포기한채 조카에게 집착하는 이모의 이야기인 [모기], 원수의 자식이지만 자신을 키워준 양아버지의 죽음뒤 미처 하지못한 고백[얼음사과], 시위를 주도하고 쫓기다 실족사한 연인을 잊지못하는 [무지갯빛 소리], 비정규직 직원과 스포츠마사지사의 힘든 현실속 사랑이야기 [더 러브렛] 등 오늘의 힘든 삶을 힘겹게 살고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때로는 위태로우며 때로는 무덤덤하게 그려진다.

모든 삶이 반짝일수는 없겠다. 하지만 반짝이는 곳의 이면에 있는 삶역시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모습인것을. 공감하는 문장으로 인해 마음을 울렁이게 한 [사과파이 나누는 시간]은 그누구보다 내게 위로가 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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