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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자의 사랑
에릭 오르세나 지음, 양영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위즈덤 하우스에서 출간된 [프랑스 남자의 사랑]은 프랑스소설이 역시 쉽지않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 책이다.
프랑스남자의 사랑이란 제목에 핑크빛 로맨스를 기대했지만 의외로 철학적이고 심오한 이야기로 두세기를 거쳐 프랑스에서 부터 쿠바까지 시공을 넘나드는 결혼과 사랑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동시에 이혼한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과 결혼에 관한 이야기.
어쩌면 서먹했던 둘의 관계가 동시에 이혼을 했다는 계기로 좀더 가까워졌는지도 모르겠다. 아들의 이혼에 나쁜것을 물려주었다는 생각에 자책하는 아버지.
사랑에 실패하게 만드는 유전자라는 독특한 발상을 하게되고 급기야 쿠바에서 부터 시작된 조상들의 저주가 아닐까란 생각을 하며 아들과 끊임없는 대화를 나눈다.
미국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출연한 유명배우인 클라크 게이블을 닮아 미남인 아버지는 여성편력이 심한 자유로운 사랑을 하는 사람이다.
그를 비판하는 아들. 그런 아들의 비판을 능청스럽고 유연하게 넘기는 아버지의 대화가 프랑스식 유머로 유쾌하게 그려진다.
왜 자꾸 사랑에 대해 실패하는지 원인을 알고자 소설가인 아들과 노인이 된 아버지의 끊임없는 대화는 사랑의 실패에 대한 상처를 서로 위로해주는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나는 우리가 '감정'이라 지칭하며 무척이나 떠받드는 이 야릇한 영혼의 동요를 생각했다. 나는 우리들, 우리 인간들이 품는 감정이란 것을 생각했다. 어째서 우리의 감정은 지구의 움직임에 의해 지배되지 않는 걸까? 어째서 지질학의 법칙은 심리학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일까? 내가 이제까지 사랑했던 여인들은 점차 멀어져갔다. 우리는 대륙마냥, 쪼개진 대륙처럼, 마치 미 대륙이 아프리카 대륙으로부터 멀어져가듯, 표류했던 것이다.(212p)
실패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기조차 쉽지 않기에 대화자체를 꺼리는게 현실이라 오랜시간 끊임없는 두 남자의 수다는 인상적이었다.
부모님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적도 없는 내겐 두 부자의 모습이 부러울뿐이다.
책은 가독성이 좋은 소설이라 장담할수는 없겠다.
잔잔하고 마냥 무겁지도 또 가볍지만은 않은 소설. 공쿠루상을 수상한 경력과 소설가이자 경제, 정치, 철학을 공부한 에릭 오르세나작가가 그리는 사랑에 실패한 남자들의 수다는 꽤 진솔하고 유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