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복어 문학동네 청소년 70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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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칭 '기계공고 청산가리', 자칭 '복어'인 김두현.

두현이 초등학교 4학년 때 어머니는 자살했고
아버지는 두현의 곁을 떠나버렸다.
고2인 현재 두현이 조부모님과 함께 사는 이유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로 한동안 마음에 병을 앓다가
겨우 회복했던 두현의 마음이 요즘 다시 어지럽다.
자신을 버리고 떠난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는 사실, 감옥에 있었고
그 아버지의 출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년분류심사원에 입소했던 악어 같은 강태가
교실로 돌아왔다.

스스로 독을 품은 복어라는 두현, 악어인 강태,
두현의 잘못이 아닌 두현의 과거로 괴롭히는 형석…
이 정글 같은 학교에서 두현은 온전히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

어머니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아무런 해명도 변명도 직접 들은 적 없는 아버지를
두현은 대면할 수 있을까?

거기다 갑자기 전학온 재경이 일으키는 사건까지…

아슬아슬한 두현의 하루를 걱정하고 응원도 하면서
단숨에 읽게 되는 소설 <나는 복어>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문경민 작가님 책을 처음 읽었어요.
이야기가 거침없이 전개되면서도 인물들의
학교 생활이 현장감 있다고 느꼈는데, 역시 현역 교사셨어요.
(세상 사람들 다 알고 나만 몰랐;;;)

이 소설 통해서 요즘 고등학교 학생들이 진로와 관련해서
학교와 사회에서 느끼는 위화감을 좀 더 실감하게 됐습니다.
저도 학부모인 탓에 남일 같지가 않았어요🥺

사전투표를 해둔 터라 어제는 학교를 쉬는 아이와
올림픽공원에 가서 자전거도 타고
연두빛으로 빛나는 나무 그늘에서 책도 실컷 읽었습니다.

환하고 밝게 한낮을 즐기는 아이들을 보며
두현이와 친구들을 떠올렸어요.
그 '일렁이는 마음'들에 걸맞는 이름들을 잘 찾아 붙이고
'쇠도 깎'을 듯 단단해지길 바랐습니다.


*****밑줄 그은 문장들*****



김두현이라는 이름이 있지만 간혹 뒤에서 나를 청산가리라고 부르는 놈들이 있다.
지금처럼.
"저 자식이 청산가리야. 쟤 엄마가 자살했대. 청산가리 먹고." _5쪽




나는 다른 사람의 진로를 두고 이죽거리는 태도가 싫었지만 이해할 수는 있었다. 불안해서 그런 거였다. 불안해서.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했고 그건 어쩔 수 없었다. 우리 모두가 그랬다. _64쪽

                                                                                 


아버지가 감옥에 가서 좋았다. 누군가가 짐을 털어 준 기분이었다. 아버지가 엄마를 죽인 벌을 받는 거라고 생각했다. _80쪽



강태의 퇴학을 생각하자 마음이 복잡했다. 강태가 사라지면 우리의 학교생활은 나아질 것이다. 개운치 않은 편안함이어도 좋은 건 좋은 것 일 터였다. 그건 찜찜하고 슬픈 일이었다. _89쪽



당신 같은 사람들이 노동자를 죽을 곳으로 몰아넣는 거야."
떨리는 재경의 목소리가 집 안 공기를 휘어잡았다.
"당신 같은 사람들이 용광로에 사람을 떨어뜨리는 거야. 당신 같은 사람들이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 사람이 끼여 죽게 만드는 거야. 당신 같은 사람들이 콜센터 직원을 자살에 내몰리도록 내버려두고, 현장 실습생이 배에 붙은 따개비를 따다가 바다에 빠져 죽게 만드는 거야. 그리고 이 빌어먹을 세상은 그게 당연한 거라고, 그렇게 해도 괜찮은 거라고, 더 많은 시간 동안 일할 자유를 허락해 주니 얼마나 고맙냐고 떠드는 거야. 파렴치하게."
장귀녀 사장이 노기 어린 목소리로 받아쳤다.
"얻다 대고 나한테 훈계질이야? 우리들의 노동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돈이 최고고 그게 현실이야!"
"이 개 같은 세상이!"
저 밑바닥부터 끌어 올린 재경의 절규가 내 가슴을 쳤다.
"돈이 최고라고 떠드는 이 개 같은 세상이 당신 편이어서 당신은 자기 말이 옳다고 믿는 거야!"
숨통이 조여들 만큼 강한 말이었다. _107~108쪽



긴 다리를 건너 온 지금, 나는 홧홧하게 부풀어 오른 검붉은 상처를 거친 손톱 끝으로 매만지고 있었다. 내 안의 붉고 까만 열매가 폭발음을 내며 터져 버리면 나는 어떻게 될까. 머리칼을 자르지 않고 버티던 과거로 돌아가게 될까. 분명한 건 지금보다, 과거보다 더 나빠지리라는 것이었다. 안간힘으로 어설프게 쌓아 올렸던 김두현의 성은 폭음을 내며 갈라진 땅속으로 사라질 것이었다. _168쪽



복어 독의 독성은 청산가리의 천 배에 달한다. 복어 독에 중독되면 숨을 쉬지 못하게 되고 결국 질식해서 죽는다. 복어 독은 해독제가 없다.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숨을 쉴 수 있게 해 주는 응급조치를 받으면서 몸 안에서 복어 독이 사라질 때까지 버텨야 한다. _175쪽




한번 깨졌던 내 영혼은 정밀하게 깎아 낸 금형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말끔했다. 마음의 표면에 신선하고 뜨거운 기운이 감돌았다. 일렁이는 이 마음에 무슨 이름을 붙일까 생각하는데, 불현듯 투지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점점이 내리는 눈을 맞으며 나는 앞을 향해 걸어 나갔다.
나는 쇠도 깎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_186~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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