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빛을 따라서
권여름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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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재미있게 단숨에 읽은 소설이다. 

소설이라는 장르가 아무래도 인간사의 어두운 부분, 비극을 부각하기 마련이라

읽으면서, 읽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기가 쉽지 않은데,

이 소설은 읽고 나니 기분이 참 좋았다. 무려 상쾌하기까지!


지금 당장 정읍행 버스를 타고 그곳에 가면 필성슈퍼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을 것만 같은

놀라운 실감과, 직접 보고 듣지 않았다면 아니, 모어로 듣고 자라지 않았다면 결코 표현해낼 수 없을 할머니의 찰진 사투리와 욕은

대학로 소극장의 1열에서 열연을 지켜보는 심정일 만큼 생생했다.


나는 '단단하다'라는 말의 느낌을 좋아하는데,

이 필성슈퍼 사람들의 단담함에 진심으로 매료되었다. 

위기가 닥쳐올 때마다 버텨내는 단단함,

내 꿈과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내리는 선택의 단단함들이

이 책을 읽는 내 마음까지 단단하고 다부지게 어루만져 주었다. 


전에 들어보지 못한 괴이한 사건이나 끔찍한 사고,

혹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상상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것들이 아닌

가장 평범한 일상으로부터 

가장 보통의 사람들의

가장 비범한 삶의 선택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 권여름 작가의 필력에 감탄하며,

다음 작품이 진심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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