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이우일의 영화이야기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마음산책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김.영.하. 그의 자유로우면서 깔끔한, 부드러우면서도 유쾌한 글을 참 좋아합니다. 그간 영화잡지에 연재했던 그의 글을 모으고, 거기에 이우일 씨가 삽화를 그렸습니다. 읽는 내내 배꼽을 잡고 웃었답니다. 우울할 때 보면 최곱니다. (책임은 못 집니다. 취향이란 사람마다 다를 테니.)
빨간 스노보드용 바지를 입은 부산국제영화제의 그.
그를 보고(?) 있으면, 왠지 맘이 뻥 뚫리는 것 같습니다. 배꼽 잡았던 한 부분 올립니다.

=> 88쪽 : 어쨌거나 한 달에 한 편의 영화를 겨우 보다가 가끔은 그 한 편의 영화마저 못 보는 달이 있어 펑크를 내기도 한 걸 생각하면 정말 나는 어디 가서 영화를 좋아한다는 말은 입 밖에도 낼 자격부터가 우선 없다. 그럴 때마다 나는 영화에게서 문초를 당한다. 영화는 마치 자기가 예수 그리스도라도 되는 것처럼 내게 묻는 것이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나는 배신자 가롯 유다처럼 귀를 막고 소리를 지르며 저 멀리 광야로 달아나는 것이다. "아니오, 나는 당신을 증오하오." 그 광야엔 불행히도 편집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이들이 바로 편집자들인데 이들에 의해 필자들은 늘 시험에 들게 된다. 편집자들은 필자들에게, 절벽에서 떨어져보라 하고 돌을 빵으로 바꾸라고 한다. 그러면 마음 약한 필자들은 자기가 하늘을 날 수 있는 줄 알고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돌을 빵으로 바꾸는 무모한 일에 뛰어들게 된다(물론 마감이 지나면 광야의 편집자들은 한 달간 모습을 감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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