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두기 - 영국 안드레 도이치 출판사 여성 편집자의 자서전
다이애나 애실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영국 출판 편집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다이애나 애실. 1917년 생인 그녀가 출판 인생 50년을 되돌아보며 쓴 책입니다. 안드레 도이치 출판사는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문학 전문 출판사라고 하네요. 원제는 교정을 볼 때 '그대로 두기'를 의미하는 'stet'입니다. 아직도 정도를 찾지 못하고 있는 저 자신을 채찍질하는 의미에서 보았는데... 기대에는 못 미치는 책이었습니다. 그녀의 출판 인생은 '개척'의 의미보다는 '흐르는 물 위의 돛단배'라고 해야 할까요... 제가 생각하던 그런 류는 아니더군요. 물론 분야가 다르기도 하고, 역사적 배경이 다르기에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함께 나누고픈 구절 하나 옮겨 적어 봅니다.

=> 98쪽 : 타임/라이프 측에서는 해마다 회의를 앞둔 시점이 되면 각 제휴사가 뉴욕으로 제출한 출간 기획안 열 개를 인쇄해 고급 가죽 장정으로 묶고 대표 이름을 금박으로 새겨 회의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강요에 의한 <구상>은 출판업계에서 가장 쓸데없는 짓으로 꼽힌다. 작가가 아닌 제3자의 머리에서 흥미진진한 책이 탄생했다면 심하게 들볶이는 상황에서 번쩍 하고 아이디어가 떠올랐거나 오랫동안 집착하던 주제가 있는데 적합한 저자가 나타났거나 둘 중 하나이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그거 괜찮겠다!' 싶어서 낸 책치고 괜찮은 경우는 없다. 어떤 주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고 강한 확신이 있는 사람만이 읽을 만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유능한 글쟁이라면 출판사 사장의 주문에 맞춰 책 비슷한 물건을 만들 수 있겠지만 이렇게 생산된 물건은 남들보다 두 배 빨리 재고 창고로 넘어갈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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