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넘는 일
전성태 지음 / 창비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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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강좌 커리큘럼에 나오는 책.

''공동체''라는 테제 하에 이 책이 들어 있었다.

솔직히 전성태라는 작가에 대해 전혀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제목부터가 왠지 끌리지 않는 느낌인지라 거의 의무감에 펴든 책장은 생각보다 술술 잘 넘어갔다.

8편의 단편이 묶여 있는데, 각각이 다른 이야기였지만 그 하부에 흐르는 전성태 소설의 핵심이 무엇인지 별다른 정보 없이도 파악할 수 있었다.(만만하다는 건 아니다. 그는 그만큼 보편적인 것을 구체적으로 흥미롭게 틀의 안과 밖에서 풀어낼 줄 아는 천재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그가 일관되게 가지고 있는 의식(문제의식)이 맘에 들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거의 대부분이 가지고 있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배인... 그래서 구수한 느낌으로 방어막을 허물고 된장찌개처럼 다가온다고 해야 할까.(물론 거기에는 그의 사투리 구사 능력이 한몫을 하고 있다.) 이 시골스러움이 바로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그가 말하려 하는 바인 것 같다. 그와 함께 특수한 시대 상황이 들어가고, 결국은 모든 것의 해결 지점은 바로 그곳이 된다는.. 때로는 감싸안고, 때로는 은폐되고, 때로는 감싸안은 듯한 것이 비극으로 치닫기도 하지만 어쨌든 종국에는 그곳이 우리의 문제 해결의 지점이 된다는 것이다.

전성태 소설을 읽으면서 개인과 사회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겹겹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사회들.. 과연 그 모두가 ''공동체''라는 이름을 담을 수 있을까. 역으로, ''공동체''라는 이름을 달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가. 그것은 노력으로 될 수 있는 것일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일까. 공동체는 따스함의 대명사이기만 할까. 그 이면에 깔린 무수한 압력들은 과연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 걸까... 수많은 생각의 고리들만 던져 주고 닫혀 버린 책장. 하지만 문제제기만으로도 내겐 충분히 의미가 있었다.

또 하나 전성태가 가진 장점이라면, 언어 구사가 생생한 회화성을 띠면서도 전혀 사치스럽지 않다는 점이다. 가끔 ''글자''의 미에 취해 ''맥락''을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그의 소설은 결코 간결하지는 않으나 흐름이 끊기지도 않는 매력이 있다. 한마디로, 앞으로 다시 돌아가 읽게 되는 법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물론 단순한 의미 파악을 위해서일 때 말이다.


같은 커리큘럼 상에 들어 있던 장편 <리나>(강영숙 저)도 함께 읽어 보길 권한다. 비극적인 모습 속에서 발견하는 공동체란 또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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