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멋대로 행복하라 - 꿈꾸는 사람들의 도시 뉴욕
박준 지음 / 삼성출판사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난 책을 읽다 가슴에 팍 꽂히는 페이지의 상단 끝부분을 꾹꾹 눌러서 접는 못된 버릇이 있다. 자고로 나의 손을 거친 책에는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한다는 이상한 고집이 어느 새 일종의 자부심의 경지에까지 올랐으니, 책을 접는다는 것은 내게 있어 아주 의미 있는 행위인 것이다.

이 이상한 '버릇'을 단속하느라 진땀을 뺐던 순간이 떠오른다. 한 1년 전이던가. <On The Road>라는 책을 종로의 한 서점 바닥에 대충 주저앉아 뒤적거리다가, 급기야 철퍼덕 주저앉아 엉덩이의 한기가 느껴질 즈음까지 완전히 빠져들고 말았었다. 순간순간 모든 책장을 접으려 하는 손가락을 저지시키느라 입술을 꾹 깨물 수밖에 없었던 기억이...
(결국 서점에서 2/3를 읽다가 사고야 말았다ㅡ.ㅡ)

1년 후, 바로 그 작가의 새 책이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나 설레던지, 얼마나 손가락이 간질간질하던지... 그렇게 접한 <네 멋대로 행복하라>.  일단 제목이 맘에 들었다.

사실, 난 뉴욕에 대한 애정이 없다. 별로 관심도 없다.  대신(?) '파리'를 사랑한다. (가 본 적은 없지만..) 파리지엔의 개인주의가, 관용이 맘에 들고 그들의 보헤미안적인 성향이 맘에 들어서이다. 그런데 막상 이 책을 읽고 나니 '뉴요커'들도 파리지엔과 별반 다르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일종의 도시가 주는 특정한 이미지와 에너지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유'에 대한, '저항'에 대한 비슷한 성향의 결집체에서 비롯된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책의 중반 이후를 차지하는 박준 작가 특유의 장기가 돋보이는 인터뷰를 통해, 위의 생각을 더 확고히 다질 수 있었다. 거기에는 한국인도, 일본인도, 미국인도, 유럽인도 있었다. 그런데 다양한 배경을 가진 그들이 뉴욕에 오게 된 과정과 뉴욕을 향해 품는 꿈, 뉴옥을 사랑하는 이유 등을 듣다 보면 모두가 비슷비슷한 이유로 이 '신천지'에 오게 된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그 신천지 뉴욕이 고유명사가 아닌 보통명사로 느껴진다.

나 역시 내가 살아 내고 있는 '지금 여기'가 답답하기 그지없다. 하여 끊임없이 자유를 꿈꾼다. 누군가 나를 예측하고 옥죄려 할 때면 어디에서 솟는 에너지인지 모를 저항의 힘이 솟구쳐 오른다. 소위 자존심이 상하는 거다. 나라는 인간이 그렇게 쉬운 줄 알아? 그렇게 당신들이 예상한 곳으로 내가 흘러갈 줄 아느냐고?... 하며 사춘기 소녀 같은 이상한 저항의 에너지를 뿜어 낸다.

하지만, 정작 나는 무척이나 '말 잘 듣는' 딸이요, 며느리요. 와이프요(이건 잘 모르겠지만ㅡ.ㅡ), (회)사원이요, 선배요, 후배요, 친구이다.

이 모든 인간 본연의 에너지가 집결되어, 오히려 그러한 성향을 긍정적으로 뿜어 내게 해 주는 뉴욕! 그곳에 가고 싶다. 하지만, '회피'와 '포기'라는 단어를 어찌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니 쉽지 않은 일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대리만족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일종의 카타르시스인가? 아니면 억울함, 분노, 서글픔인가? 그들의 치열한 삶을 보면서, 마른 눈물이 난다. 아무리 남들이 개인주의적이라 욕한다 해도 실컷 욕 먹으면서 그런 삶을 살아 보고 싶다. 진정한 개인주의는 관용 속에 꽃피우는 것임을 생각해 보면 더욱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말이다.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인터뷰 - 260p 마종일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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