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풀니스 -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한스 로슬링.올라 로슬링.안나 로슬링 뢴룬드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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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능성 옹호론자로서 이 모든 발전을 바라보고, 앞으로도 더 발전하리라는 확신과 바람을 갖고 있다. 낙천주의가 아니라 상황을 명확하고 합리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며, 세계를 건설적이 유용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p.100)

 

저자 한스 로슬링은 통계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의사다. 스웨덴 국경없는의사회 공동설립자이며 유니세프 등 국제구호기구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그는 인도와 모잠비크 등에서 극빈층 의료지원과 보건환경 개선 활동을 하며, 그리고 모국 스웨덴의 발전상을 보며 "빈곤은 줄어들고 기대수명이 느는 등 세계는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고, 통계적으로도 발전 추세를 증명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상을 실제보다 더 무섭고 폭력적인 곳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고 안타까웠던 그는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 즉 '팩트풀니스(사실충실성)'를 널리 알리려 평생을 헌신했다. 사람들이 세상에 갖는 잘뭇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아들, 며느리와 함께 '갭마인더재단'을 세워 강연, 연구, 자료 개발에 생의 마지막까지 매진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팩트풀니스>는 세상이 발전하고 있음을 통계적으로 증명하고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 10가지를 소개한 후 '사실충실성'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라고 당부한다. 책은 "세계에 관한 지식 테스트"로 시작한다 우리가 이 세상에 대해 얼마나 아는 것이 없으며 편견 투성이인지 알려 주는 테스트다. 극빈층 변화 추세, 예방접종, 기후변화 등 이 세상에 관해 묻는 열 세 문항을 세계 여러 나라 다양한 집단에게 제시하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침팬지보다도 못한 정답률을 보였다고 한다.

 

저자는 유엔을 비롯한 다양한 출처의 데이터를 통해 과거에 비해 세상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보여준다. 공들여 제작된 인포그래픽은 이 책의 핵심으로 여러 정보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한다. 90~93페이지의 "줄어드는 나쁜 것 16가지" 와 "늘어나는 좋은 것 16가지"를 본다면 '세상이 전보다 더 살기 힘들어졌다'고는 감히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통계를 보고 행복감마저 들 지 모른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세상을 실제보다 더 부정적으로 보는 걸까. 안 좋은 일이 기억 속에 더 선명히 박히고, 세상은 점점 더 타락해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의 뇌는 수백만 년간 생존에 적합하게 진화됐다. 즉각적인 위협이 많은 수렵 채집 상황에서는 심사숙고보다 빠른 판단이 생존에 유리했다. 문제는 진화의 결과인 '속단하는 우리 뇌나 극적인 것이 열광하는 성향'이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가 세상을 오해하고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을 형성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 세상은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비합리적인 두려움과 부정적인 미래상에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올바른 세계관을 갖고 본능적 반응 대신 비판적 사고를 하려면 다음의 10가지  본능을 주의하자. 그리고 사실충실성에 따라 세상을 보자.
 

 

합리적인 판단을 막아 세상을 오해하게 만드는 10가지 본능

 

 

1. 간극 본능

 

우리는 생각없이 세상을 양 극단으로 나누어 본다. 이제 세계는 더이상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이분법으로 나뉘지 않는다. 사람들은 선진국이 아닌 국가는 다 저소득 국가라고 생각하지만, "세계 인구 다수(75%)는 저소득 국가도, 고소득 국가도 아닌 중간 소득 국가에 산다. 중간 소득 국가는 세상을 둘로 나누는 사고방식에는 존재하지 않는 범주이지만, 현실에서는 엄연히 존재한다.(p.51) "세계를 과도하게 극적으로 나누지 않고 네 단계로 구분하는 방식은 이 책에서 독자가 배울, 사실에 근거한 사고의 틀 중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p.69)

 

 

2. 부정 본능

 

세계 발전을 보여주는 기본 사실들은 이상하리만치 잘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는 과거를 미화하는 경향이 있고 현실을 실제보다 더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게다가 언론, 활동가, 로비스트는 "일정한 추세에 일시적 문제가 나타날 때마다 전반적으로는 분명히 발전하고 있는데도 마치 세상이 끝나는 것처럼 교묘히 포장해, 과장된 우려와 예측으로 사람들을 겁준다." (p.98) 단순히 통계만 봐도 세상을 더 긍정적으로 느낄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 20년간 세계 극빈층 비율은 절반으로 줄었고 세계 기대 수명은 약 70세로 길어졌다(1963년엔 60세였다).

 

 

3. 직선 본능

 

우리는 지구의 인구가 계속 증가할 거라 예상하지만, 인구는 직선으로 증가하지 않는다. "어떤 현상을 이해하려면 그걸 나타내는 곡선이 어떤 형태인지 확실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어떤 곡선이 눈에 보이는 부분 너머로 어떻게 연장될지 안다고 단정할 경우, 잘못된 결론에 도달해 엉터리 해법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p.141)

 

4. 공포 본능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이제는 세계 발전의 거의 모든 측면을 보여주는 각종 데이터를 확보했다. 그러나 극적 본능 탓에, 그리고 언론이 그 본능을 이용해 주의를 사로잡는 탓에 우리는 늘 세상을 과도하게 극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극적 본능 중에서도 뉴스 생산자가 정보를 선별해 우리 소비자에게 제시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공포 본능이 아닐까 싶다." (p.149)

 

 

"공포는 유용할 수 있다. 단, 실제로 위험한 것에 공포를 느낄 때라야 그렇다. 공포 본능은 세계를 이해하는 형편없는 지침이다. 공포는 우리가 가장 무서워하지만 위험하지는 않은 것에 주목하게 하고, 실제로 매우 위험한 것은 외면하도록 한다." (p.173)

 

 

"겁에 질린 사람들은 수백만 명이 설사로 죽고 해저가 수중 사막으로 변해갈 때 지진이나 항공기 사고 또는 보이지 않는 물질에만 집중하기 쉽다." (p.173)

 

 

5. 크기 본능

 

절대적인 수치를 보지 말고, 수치의 크기를 상대적으로 보아라. "내가 앞에서 통계 이면에 있는 개별 이야기를 보라고 다그쳤듯, 이번에는 개별 이야기 이면에 있는 통계를 보라고 다그쳐야겠다. 수치 없이는 세계를 이해할 수 없으며, 수치만으로 세계를 이해할 수도 없다."(p.182) 

"사람들은 비율을 왜곡해 사실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 (...) 숫자 하나만 보고 그 중요성을 오판하는 성향도 본능이다." "크기 본능은 우리의 제한된 관심과 자원을 개별 사례나 눈에 보이는 피해자, 또는 우리 눈앞에 있는 구체적인 것에 쏟게 만든다."(pp.182-193) 크기 본능을 억제하려면 제시된 수치를 다른 것과 비교하고 나누어 비율을 고려하라.

 

6. 일반화 본능

 

"간극 본능은 세상을 '우리'와 '저들'로 나누고, 일반화 본능은 우리가 저들을 다 똑같은 사람으로 생각하게 한다." (p.209) 세계 인구 다수에서 삶의 단계는 천천히 올라가고 있다. 사람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소는 종교나 문화, 국가가 아니라 소득이다. 세상을 볼 때 집단 내/집단 간 유사점/차이점을 살피고, 다수와 소수와 예외 사례를 모두 고려한다면 일반화 충동을 피할 수 있다. 

 

7. 운명 본능

 

"이 본능이 어떤 식으로 진화에 도움을 주었을지 생각하기는 어렵지 않다. 역사적으로 인간이 살아온 환경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따라서 어떤 대상이 작동하는 방식을 터득한 뒤, 그것을 재평가하기보다 끊임없이 지속되리라 생각하는 게 분명 훌륭한 생존 전략이었을 것이다." (p.239) "운명 본능이 나타나는 가장 흔한 사례는 (...) 아프리카는 항상 무기력하고 절대 유럽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또 하나는 이슬람 사회는 기독교 사회와 근본부터 다르다는 생각이다."(p.240)

 

전 세계 남성은 평균 10년간 학교를 다니고, 같은 나이의 여성은 평균 9년간 학교를 다닌다. 남녀 차이가 크지 않다니 의외인가? 우리는 매체에 보도되는 폭력적인 이미지만으로 현실을 판단하지만, 성 평등은 분명 개선되고 있다. "그리고 아프리카 사람들이 아직도 극빈층인 이유는, 변치 않거나 변할 수 없는 문화 때문이 아니라, 척박한 토양과 무력 충돌 때문이다." (p.244)

 

8. 단일 관점 본능

 

"우리는 단순한 생각에 크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 통찰력의 순간을 즐기고, 무언가를 정말로 이해한다거나 안다는 느낌을 즐긴다. (...)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시간이 많이 절약된다. 어떤 문제를 밑바닥부터 배우지 않고도 의견과 답을 낼 수 있고, 따라서 다른 문제에 신경 쓸 여유도 생긴다. 하지만 세계를 이해하는 데는 올바른 방법이 못 된다." (pp.266-267)

 

"문제점만 끊임없이 듣기보다 진전의 증거를 듣는다면 더 의욕이 생기지 않을까. 그런데도 유니세프, 세이브더칠드런, 국제사면위원회, 기타 인권과 환경 단체 등은 이런 기회를 번번이 놓치고 있다."(p.272)

 

"경제성장과 보건 의료 발전에 민주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면, 그와 모순되는 현실에 부딛히기 쉽다. 따라서 우리가 좋아하는 다른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데 민주주의가 우월한 수단이라고 주장하기보다 민주주의 자체를 목적으로 지지하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 (p.286)

 

9. 비난 본능

"비난 본능은 왜 안 좋은 일이 일어났는지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는 본능이다.(...)  비난 본능은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중요성을 과장한다. 잘못한 쪽을 찾아내려는 이 본능은 진실을 찾아내는 능력,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이해하는 능력을 방해한다. 비난 대상에 집착하느라 정말 주목해야 할 곳에 주목하지 못한다." (p.295)

 

"언론은 중립적이지도 않고, 중립적일 수도 없으며, 그걸 기대해서도 안 된다."(p.301)

 

"(...) 문제는 거의 항상 그보다 더 복잡하다. 여러 원인이 얽힌 시스템이 문제일 때가 대부분이다." (p.315)

 

10. 다급함 본능

 

"(...) 즉각적 위험은 거의 사라지고 좀 더 복잡하고 대개는 좀 더 추상적인 문제를 마주하는 요즘, 다급함 본능은 주변 세계를 이해하는 데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본능은 스트레스를 주고, 다른 본능을 확대해 억제하기 힘들게 만들고, 분석적 사고를 가로막고, 너무 빨리 결심하도록 유혹하고, 충분한 고민을 거치지 않은 극적인 행동을 부추긴다." (p.235)

 

"문제가 다급해 보일 때 맨 처음 할 일은 늑대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정리하는 것이다." (p.355)

 

"데이터는 진실을 말하는 데 사용해야지,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행동을 축구하는 데 사용해서는 안 된다." (p.337)

 

"다급함 본능과 모든 극적 본능을 억제하라. 세계를 과도하게 극적으로 바라보고 상상 속에서 문제를 만들어 스트레스받기보다 진짜 문제와 해결책에 좀 더 집중하자." (p.344)

 

사실충실성 실천하기

 

"우리는 아이들에게 사실에 근거한 사고의 기본 틀(네 단계와 네 지역에서의 삶)을 가르치고, 사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법을 훈련시켜야 한다. (...)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겸손과 호기심을 가르쳐야 한다. 여기서 겸손이란 본능으로 사실을 올바르게 파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것이고, 지식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다."(pp.355-357)

 

"(...) 소비자인 우리가 뉴스를 좀 더 사실에 근거해 소비하고, 뉴스가 세계를 이해하는 매우 유용한 도구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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