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의 비밀 - 초등4~중3 학부모와 교사를 위한 '요즘 사춘기' 설명서
김현수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정신과 전문의 김현수 선생님이 쓰신 책. 사춘기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 그들의 진심을 부모들에게 들려준다. '헛똑똑이 부모들', 정말 자녀들에게 잘 하고 있는게 맞나요? 뜨끔하다. 총 7장,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강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춘기, 중학생이 되면 아이들은 변모하는 신체, 내면의 변화들로 위축됩니다. 본인이 본인에게 낯설게 되는 거지요. 그런 위축과 어색함, 낯섦에 대해 아이들의 방어기제는 침묵, 반항 등 다양합니다. 이런 방어의 갑옷을 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격려입니다." (pp69-70)

술술 읽힌다. 다 내 얘기, 내 주변 얘기라. 서로 싸우다 니가 미쳤나 내가 미쳤나 보자면서 병원을 찾아온 부자 이야기, 병원에 상담와서는 선생님께 본인이 선정한 야동 베스트 50선을 권하던 학생 이야기에 빵 터졌다.

중2병이란 말은 1999년 일본 라디오 프로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한다. (이런 깨알 정보까지.) 중2병 체크리스트도 수록되어 있다. 중2병 증상은 아이들이 자의식을 발달시키는 과정 + 불안과 외로움을 감추기 위한 허세 비슷한 거다. 사람들과 부대낄 기회가 줄어든 요즘 아이들은 따뜻한 관계를 더 많이 필요로 하지만, 집에서는 부모의 잔소리에 숨이 막히고 학교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 때문에 주눅이 들어 존재감을 잃어버린다.

부모는 아이를 잘 안다고 잘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이와 정서적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아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어떤 대화를 하고 있는가? 격려하고, 응원하고, 노력하면 더 좋아질 거라는 자신감을 주어야 한다. 강요와 금지는 역효과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말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금지하면 더 하고 이해하면 조절한다. " (p133) 금지냐, 이해냐가 중2병의 본질 중 한 단면이라 한다.

"아이는 애정을 자라지 규칙으로 자라지 않는다는 것, 금기에 의해 도덕성이 육성되지 않는다는 것, 아이가 지킬 수 있는 약속을 하라는 것" (p146) 을 기억하자.

부모도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게 뭔지, 뭐가 동기가 될 수 있는지. 이제 세상이 변했다. 요즘 사람들은 부장님이 '수고했어. 밥사줄게' 라고 하면 안 고마워하고, '수고했어. 빨리 퇴근하자' 이래야지 고마워한다. 아이들은 우리와 20-30년 차이 나는 완전히 다른 세대다. 아래는 세대 차이를 정리한 표다.

 

 

 

 『중2병의 비밀』 중, p169

이제 부모와 자식 사이에 '존중의 거리'를 둘 시간이다. 불만 많고 퉁명스러워진 아이에게 섭섭함을 느끼는가? 자의식과 비평적 눈이 띄이면서 사춘기 아이는 부모에 대한 환상을 깨고 다른 모델을 찾아 움직인다. 부모에게 도덕의 잣대를 들이대는 건 부모에게 싸우자는게 아니라 자신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아이는 지금 어른이 되는 중이다. 과잉 보호는 아이의 성장을 막는다. "아이를 혼자 있게 두지 않고 아이의 기분도 지정해 주고 아이의 마음도 좌지우지하려는 부모"(p188)가 되지 말자. 좋은 코치로 바뀌어 격려와 응원을 하는 부모가 현명한 부모다. 단, 항상 아이를 주시하고 보호해야 함을 잊지 말자. 예를 들어 인터넷 게임, 팬덤 같은 것에 빠져 있으면 외로운 것임을 알아차리자. 아이들이 허전한 마음을 달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교우 관계를 존중하고, 단짝 친구가 필요함을 기억하자. 미국 정신과 의사 설리번은 학교 때의 친구 관계가 모든 친구 관계의 원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했다. 단짝 관계는 "타인의 눈을 통해 스스로를 보고", "진실한 친밀감을 경험하는 최초의 기회를 부여한다." (p199)

성교육과 사춘기의 뇌에 관해서도 설명한다.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성적 자극을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 성적으로 자유로운 국가다. 성인 외도율, 청소년 음란물 시청률도 높고 성폭력, 성범죄도 증가 추세라 한다. 자극을 잘 다루는 훈련이 필요하다.

빨라진 성적 관심과 경험을 아이들이 잘 해석하고 정리 정돈할 수 있도록 돕자. 그러려면 어른들이 성적 충동을 해소할 다양한 신체/예술 활동, 데이트 교육 등을 이끌어야 한다. 아이들이 욕구를 관리하고 불안을 줄이도록 도와주자.

청소년기 아이들의 불안정함은 생리적인 이유 때문이기도 하다. 청소년기에는 일시적으로 시냅스가 대폭 늘어나면서 뇌 속 뉴런 연결망이 폭주했다가 줄어든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기부터 성인 초기까지 신경망 가지치기가 일어나니 한 분야에 몰두하기보다는 다양한 분야를 접하는게 좋다. 청소년기 초기에는 도파민이 일시적으로 감소해 도파민 분비를 촉진시키는 위험, 공격, 보상 행동을 하게 된다.

이 시기엔 전두엽이 미숙해 정보 가공, 판단 양이 부족하다. 특정 정보나 위협에 해마와 편도체가 전두엽보다 더 먼저 반응해 생각 없이 즉각 반응하는 행동이 나오기도 한다. 남아들은 테스토스테론 증가로 위험 행동 공격 행동이 늘어나고, 여아들은 옥시토신 증가로 관계 지향 행동이 늘어난다. 조절과 판단, 기분에 작용하는 세로토닌 분비는 남아들이 조금 적다. 남아들은 여아들보다 멍때리는 시간도 더 길다고 한다.

★「 강연자의 조언 - 중2병은 잘못된 사회를 향한 아이들의 메시지입니다 」( p230) 의 내용은 올해 나온 저자의 책 『요즘 아이들 마음고생의 비밀』에서 더 상세히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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