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칸의 역사
마크 마조워 지음, 이순호 옮김 / 을유문화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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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지만 유럽같지 않은 곳, 발칸. 터키 서쪽에 위치해 유럽과 아시아의 완충지 역할을 했던 이곳은 수백 년간 오스만의 지배를 받았고 최근까지도 분쟁지역,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으로 서유럽인들에게 유럽의 못난 동생 취급을 받는 분위기다. 오스만의 지배 때문에 발칸은 유럽으로부터 고립되었고, 암흑기를 보냈다는 관점은 과연 옳은가? 발칸이 겪는 어려움의 근원은 무엇일까? <발칸의 역사>는 오스만 제국 통치기와 지리적 조건, 민족주의를 통해 발칸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책이다. 많은 나라와 민족이 이합집산하는 발칸 이야기를 따라가기 힘들었지만, 몇 안되는 발칸 역사서라 읽어 보았다.

기존 학자들은 발칸이 분쟁으로 들끓는 이유가 민족성 때문이라 했지만, 저자는 발칸의 고단한 역사가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비롯되었다고 설명한다. 발칸은 루마니아를 (비스듬이) 가로지르는 산맥 이름이다. 이베리아 반도는 피레네 산맥으로, 이탈리아 반도는 알프스 산맥으로 대륙과 분리된다. 그러나 이 두 산맥과 달리 발칸 산맥은 산맥 너머 침입을 막아주는 방어벽 역할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산맥의 지형이 고르지 못한 탓에 발칸 사람들은 반도 안에서 활발히 교류하지도 못했다.

200년 전만 해도 발칸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곳은 오스만제국이 지배했던 구‘로마인’의 땅, ‘루멜리아’였고, 학자들에게는 ‘유럽의 터키’로 불리다가 19세기 말 강대국들이 오스만제국 영토를 분할하고 감독하면서 ‘발칸’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다. (오스만의 유럽 지배를 종결시킨)1912년 제1차 발칸 전쟁이라 불리게 되었고, ‘동방문제Eastern Question’를 다루게 되면서 발칸이란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

 

 

"세계지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래야 고작 200여 년, 실타래처럼 엉킨 '피정복민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발칸은 그 비극의 역사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시원스레 해법을 찾기 힘든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다. (...) 이미 동서로마의 경계선을 따라 동방과 서방, 정교회와 카톨릭, 키릴 문자와 라틴 문자의 상반된 문화를 가진 모순된 역사적 과정을 밟아왔다." (발칸의 역사, p. 272)

 

 

바다로의 출구가 막힌 유럽 내륙에서는 영토경계선을 두고 다툼이 끊이지 않아 나라의 경계가 옮겨 다녔다. 그리스나 이탈리아, 폴란드 등은 오스트리아 제국이나 오스만 제국 지배를 받았고 전쟁을 치르며 나라가 없어졌다가 다시 생겨나기도 했다. 한때 오스만 제국은 유럽 상당부분을 지역을 지배했으나, 러시아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가 강성해지면서 동유럽과 흑해 주도권을 두고 다투기 시작한다. 이후로 머리아픈 발칸 근현대사가 시작되었다.

 

 

그리스를 살펴보자면, 동방정교회 중심이었던 그리스는 1453년 동로마제국 멸망 후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지배하에 오랜 기간 이슬람의 영향을 받았다. 18∼19세기 러시아-투르크 전쟁, 프랑스 혁명 등의 영향으로 독립 운동과 전쟁이 본격화되었고 1830년대에 이르러 독립을 승인받는다. 1차 세계대전에서 영국과 프랑스의 압력을 받은 그리스는 독일에 맞서면서 승전국이 되었지만 2차 세계대전에서는 독일 수중에 잠시 들어갔다가 독일 패망으로 독립한다.

 

 

발칸은 아직도 보스니아 내전, 코소보 사태 등 민족간 분쟁으로 전쟁과 보복이 잇따르는 곳이다. 제국의 사람들은 민족보다는 종교로 융합되어 살았던 것 같다. 오히려 국가가 탄생하고 경계선이 생기자 민족으로 서로를 구분하면서 문제가 시작되다었고 볼 수 있다. 즉. 발칸이 폭동과 유혈로 얼룩지게 된 배경은 오스만 제국 지배보다는 민족주의로 보는게 타당하다.

 

독일, 이탈리아의 경우 19세기 민족주의가 소국들을 묶어 더 크고 합리적인 통합 국가를 이루게 한 반면, 저자는 발칸의 민족주의가 반대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나타난 냉전체제에서 민족주의는 잠시 억눌려 있었다. 그리스는 영국과 미국이 관여했고, 그 외 국가들(루마니아, 유고슬라비아, 알바니아, 불가리아, 폴란드 등)은 러시아가 공산주의로써 하나로 묶어 어느 정도의 경제 발전을 이루도록 지원을 했다. 공산주의는 남동부 유럽을 잠시 하나로 묶어 주었지만, 공산주의 붕괴 후에 그동안 해결하지 못하고 억눌렀던 민족 문제가 터져나왔다. 공산주의가 발칸을 혼란스럽게 만든 면도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인종적 다양성, 오랜 기간의 종교·문화적 갈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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