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
코맥 매카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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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현지에서 감히 성서와 견주어졌던 책!

 광고는 아주 강렬하다. 세계의 베스트셀러, 그리고 성스럽게 취급받고 있는 종교계의 묵시록, 성서에 감히 견줄 수 있는 책이 세계에 과연 몇 권이나 될 수 있을까?

 성서과 견주어졌다는 것은 우리에게 방금과 같은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사실, 성서가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이것은 자본주의적 금액 수치에만 중점을 두자.)성서가 종교적인 교본이고, 그 시간이 아주 오래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성서 자체의 문학가치-비유, 압축, 상징 등-또한 대단하지만, 그것을 인지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대도 역시 성서가 세계에서 가장 잘팔리고, 우리에게 전달해 주는 이미지가 강렬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로드'가 과연 그 성서에게 견줄 수 있을만한 가치를 우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로드의 내용은 이러하다.

 세상은 종말했고, 살아남은 인간들은 인간이기조차 포기하면서까지 살아남아가는 세상이다. 문명을 기억하는 남자와 현재만을 인지하는 그의 아들. 그들은 남쪽으로, 남쪽으로 계속 이동한다.

  구구절절 말할 필요없이 로드의 줄거리는 두줄, 그리고 세줄에서 간략하게 압축된다.  

  하지만 우리가 얻는 것은 몇 줄의 줄거리가 아니라, 창조적인 또 다른 세계. 파멸의 세계를 걸어가는 부자의 모습인 것이다. 과거를 기억하는 남자와, 내일을 나아갈 소년. 그들의 길은 엇갈리고 맞물리면서도 그리고 함께 한다.  머리 속에서 그려지는 이미지로도 표현 할 수 없을만큼 그들의 섬세한 감정의 흐름과 숨막히는 순간들은 단어 하나 하나에서 숨을 멎게 만든다.  

 종말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것과 같다. 

 그 깊고 깊은 어둠속 같은 페이지를 넘기고, 마지막장을 덮는 순간 느껴지는 그 환하고 찬란한 빛은 진정 성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만큼 눈부시다. 짧고 간결한 단어의 나열이 단순히 내용의 전개와 흐름이 아니라, 여태 괴로웠던 어둠에서 벗어나는 듯한 찬란한 빛의 따스함.  

 밤은, 저물었다. 이제 해가 떠오를 때 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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