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고 불안한 그리스도인들에게 - 청교도 목회자 리처드 백스터가 주는 조언
리처드 백스터.제임스 패커.마이클 런디 지음, 최원일.감안식 옮김, 최관호 감수 / 세움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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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는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고 가르치는데 나는 하나님을 간절히 원하면서도 그게 잘 안됐다. 삶에는 인생의 결국을 모르고 닥치는 일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예수 그리스도로 모든 것을 돌파 하라는데 율법의 요구에 모두 순종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답답했다. 율법은 내게 무거운 것이 아니라는데 나에겐 너무나 무거운 것이었다.


우울증에 걸리면 정말로 무서운 것이 뇌의 생각회로가 바뀐다는 것이다. 나는 간절히 하나님의 뜻을 알고 싶어 죽고자 했다. 아무리 기도해도 하나님의 응답이 없자 눈물도 고통도 없는 그곳으로 직접 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주님 만나러 갑니다’ 하면서 약을 모았었다. 천국에 가면 이미 계실 하나님과 함께 영원토록 함께 살고 싶었다. 그땐 이미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고, 자살 사고로 가득했다. 


나는 기질적으로 우울질이고 섬세한 성격을 가졌다. 삶에서 경험되는 많은 일들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는 것이 익숙한 성격으로 자라났다. 이러한 생각은 타인을 보호할 수는 있었겠지만 정작 나 자신을 보호하진 못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질병을 그 사람의 특정한 죄 탓으로 돌리거나 그리스도께 주어진 비전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것을 전적으로 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것 모두를 매우 주의해야 한다.” (p96)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유익은 너무 세세하게 나를 살피지 말고 나의 생각을 숙고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우울증은 자기 자신을 비난하는 질병이기 때문에 나에게 들어오는 생각보다 외부의 것, 즉 하나님의 무한하신 사랑에 초점을 맞추라고 말한다. 


사단은 나의 ‘지나친 슬픔’을 타고 들어와 더 깊은 우울증에 빠지게 했다. 나는 주여 주여 하다가 버림받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질병으로 인한 생각들과 내가 가진 풍부한 상상력은 생각을 멈추지 못하게 했다. 어디까지가 사단의 장난이고 어디까지가 나의 생각인지 모를 만큼 뒤섞여진 생각들은 항불안제를 먹고 나면 일시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교회 안의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과 상실을 경험한 이들을 돕기로 다짐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우울증으로 괴로워하고 있을까? 나는 내가 우울증이 질병인줄 알았으면 중증까지는 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겪은 시행착오들이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울증은 “극도의 낙담 상태, 또는 병적으로 과도한 우울 상태, 절망과 무능력감, 종종 식욕부진, 불면증 등의 신체적 증상이 동반되는 상태”로 정의한다. 


이 책은 우울증과 관련된 목회서신이다. 한참 우울증에 빠져 있는 사람이 읽기는 어렵지만, 드러내지 못하고 혼자서 아파하는 교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리처드 백스터는 청교도 목회자이다. 청교도 목회자라고 해서 왠지 우울증에 비판적인 시선을 가질 줄 알았는데 우울증을 질병으로 보는 관점이 흥미로웠다. 


신자는 세상 속에 있으면서도 하나님의 법을 따라 사는 사람들이다. 율법의 기준은 인간이 따라갈 수 없이 상당히 높은 수준의 것이라서 신실한 신자들 중에 하나님을 정말 사랑해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신자란 목회자나 성도 모두이다. 

청교도의 가르침은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울증은 이 생각하는 방법이 마비가 된 상태이기 때문에 상담과 항우울제가 필요하다. 


하나님의 말씀은 영혼육을 살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교회 안에서 우울증으로 인해 손가락질 받는다면 그보다 더 슬픈 일이 있을까? 교회가 안전한 공동체가 되어주지 못하는 것에 깊이 안타까움을 느낀다. 교회 안의 젊잖음이 기독교가 힘을 잃어가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신학은 사람을 죽이는 도구일 뿐이다. 예수를 믿으면 복 받는 다는 기복주의 신학이 그것에 한몫을 했다고 본다. 하나님은 신자나 비신자 모두 사랑하신다. 예수님의 가르침은 신학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이 세상에서 가르쳐질 수 있다고 본다. 모든 지혜의 근본은 예수님이다. 


2쇄를 발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만큼 교회 안의 우울증은 드러나진 않았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앓고 있는 질병이다. 이제는 그들이 나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나 감기 걸려서 병원다녀왔어. 라는 말처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돕는다는 것은 드러낼 수 있도록 안전한 친구가 되어주는 것 아닐까? 


이 책이 우울하고 불안한 사람들을 살리는 것에 쓰여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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