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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마치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평점 :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친절한 이방인>의 작가 정한아의 신간 <3월의 마치>가 봄과 함께 우리를 찾아왔다.
전작 <친절한 이방인>이 꽤 흡입력 있는 페이지터너여서 책을 펼치고 다 읽을 때까지 책을 덮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친절한 이방인>이 원작인 수지 주연의 드라마 <안나>도 정말 재미있게 봤기 때문에, 작가의 신간 발간 소식에 책을 읽을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3월의 마치>는 정한아 작가가 8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 사이코드라마 소설이다. 주인공인 이마치는 60세의 유명한 배우이다. 3월에 태어나서 이름이 마치가 되었다고 했다. 남편은 몇 해 전에 죽고, 딸은 PD가 되어 독립하였고, 아들은 21년 전 실종되어, ‘라파트멍’이라는 아파트에서 홀로 살고 있다. 알츠하이머 전 단계 진단을 받게 되어, 사랑하는 배우라는 직업을 떠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상황이 악화되어 자신의 이름도 잊고, 헛소리와 망상을 보게 되자 삼 개월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제제’라는 뇌의학 전문의사가 주치의인 병원에 다니고 있다. 마치에게 제제는 개인 맞춤식 VR 프로그램 치료법을 제안하고, 마치는 VR 치료를 받기로 결심한다.
“제가 구멍이 생기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그 구멍이 커지는 건 막을 수 있어요. 죽어가는 것들을 살리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것들을 지키는 방식으로요, 저는 알츠하이머가 치료 가능한 질병이라고 생각해요.
제제는 이마치의 남은 기억을 토대로 일종의 뇌 지도를 만들 거라고 했다. 그녀가 기억하고 있는 것들로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 그렇게 남은 기억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p.37)
이마치는 자신의 기억을 토대로 만든 가상현실 속의 라파트멍 60층에서 살면서, 자신을 도와주는 아파트 관리인 노아와 함께 43층에 살고 있는 43세의 이마치, 40층에 살고 있는 40세의 이마치, 7층에 살고 있는 7살의 이마치 등을 만나며 자신이 잊고 있던 기억들과 과거의 자신과 대면하게 된다.
가상현실 속에서 60명의 이마치가 각 연령에 해당하는 층에서 살아가면서 60세인 현재의 이마치와 만나게 하면서 수수께끼 같은 자신의 잊혀진 과거를 마주하게 된다는 VR 치료법에 대한 발상이 정말로 참신했다. 작가는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가? 장한아 작가는 진정한 이야기꾼이다.
VR치료는 과연 효과가 있을 것인가? 그리고 그녀의 이름 ‘마치’에 대한 진실과 실종된 아들, 언니의 죽음, 아빠, 엄마, 남편, 딸, K와의 관계 등 하나하나 밝혀지는 그녀의 과거의 기억들이 너무나 궁금하여 중간에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잘못된 기억일까? 부모, 부부, 자식 등에 대한 그녀의 경험과 생각에 대해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그냥 놔버려요. 당신이 가진 모든 기억. 당신이 인생이라고 붙들고 있는 것들. 별 대단치 않은 실패들, 성공들, 전부 다요.”(p.228)
페스츄리처럼 겹겹이 쌓여진 수많은 일들과 과거의 자신들이 지금의 우리의 모습이다. 아픈 기억들과 고통을 잊지 못하고 모두 기억하며 살아간다면, 그리고 과거의 영광과 성공에만 도취되어 현재의 삶을 등한시 한다면 그건 축복이 아니라 형벌일 것이다. 잊혀지고 있는 기억들을 되찾는 것이 과연 이마치의 병을 치료할 수 있을까?
8년 만에 정한아 작가가 들려주는 엄청난 스토리텔링과 흡입력 있는 글을 품고 있는 <3월의 마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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