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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어 - 나의 갈팡질팡 지망생 시절 이야기
반지수 지음 / 송송책방 / 2024년 6월
평점 :

여름이라는 계절에 어울리는 초록초록하고 예쁜 표지와 그림들이 [다시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어]라는 책에 스며들게 만들었다. 나에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동경의 대상이다.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부럽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데, [다시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어]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위저드 베이커리],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불편한 편의점], [달팽이 식당] 등 유명한 책들의 표지를 작업한 일러스트레이터인 반지수 작가의 그림을 보고 미술 전공에 대한 일말의 의심도 품지 않았다. 그런데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의외였고 놀라웠다. 전공자가 아니어도 미술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반지수 작가의 발자취를 사람들이 무척이나 궁금해 한다.

비전공자인 작가는 진로에 대한 방황으로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는데 무료 7년 6개월이나 걸린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근무하다 퇴사하고 그 이후로는 프리랜서로서의 삶을 살아오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나 생각을 ‘작업일지’에 무수히 풀어내었다. 이를 바탕으로 그림을 다시 시작한 계기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발전시켜가는 과정에 대한 수많은 질문에 이 책으로 답하고 있다. 만화, 삽화, 글 등의 다양한 형태로 작가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다채로운 책이다.


“언니! 정말로 그림을 그려 보세요!”
...
내가 찾았던 수많은 증언과 증거들보다도 나에게 실제로 힘이 됐다. 주희의 말을 듣기 전에 가졌던 모든 의심, 불안이 갑자기 날아간 것 같았다.
그냥 나는 그 한마디가 너무나 듣고 싶었던 거였다.(p.100-101)
뒤늦게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이에 도전하는 이들은 기존의 일들을 포기하는 만큼 자신이 원하는 길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과 불안이 늘 따라다닌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과 맞는 길을 가고 있다는 확신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지인이나 가족의 한마디의 응원이나 인정이 정말 중요하다.
“우리는 종종 철들었다는 표현을 얼른 자신의 꿈을 접은 사람들을 묘사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철들었다는 말에는 긍정적인 뉘앙스가 있는 게 이 세상이다.
나는 철없다는 소릴 더 많이 들었는데 돌이켜보면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와서 그런가보다.
...
아무리 이 세상이 철든 젊은이들을 칭송한다 한들 그들의 삶에 꿈과 자신의 욕망이 누락된 것이라면 나는 평생 철 안 들고 살련다. 철들지 않아도 잘 살 수 있고 칭찬 받을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p.79)
나도 일찍 철이 들은 편이라 무엇을 하든 가족과 현실을 우선시 해왔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나도 철없이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처한 상황과 나이, 현실에 맞게 살아봤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철없는 아이처럼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만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말이다. 그렇지만 철없이 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라 씁쓸하다.
“꿈을 쫓는데 남들 시선이 뭐가 중요해”
“우리 그냥 하고 싶은 거 하자.”(p.153)
짧지도 길지도 않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느낀 점은 지금 현재가 가장 젊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나이라는 경계에 자신을 가두지 말자, 그리고 주변의 시선보다 자신의 인생이 더 중요하다고 나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다.
[다시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어]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지침서같은 역할을 하는 책이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다시 그림이 그리고 싶어졌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