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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소녀 찔레 ㅣ 오늘의 청소년 문학 42
심진규 지음 / 다른 / 2024년 6월
평점 :

[조선 소녀 찔레]는 방학에만 글 쓰는 간헐적 작가라 일컫는 교사인 심진규 작가의 작품이다. 청소년 소설을 여러 편 쓴 작가로 이번에는 병자호란에서 공녀로 끌려간 찔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찔레라는 이름은 찔레꽃에서 따왔다. 표지에 강렬한 눈빛을 지닌 뚝심 있는 소녀의 그림과 같이 있는 하얀 꽃들이 찔레꽃이다. 작가는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들과 산에 가득한 하얀 찔레꽃에 대한 슬픈 설화를 모티브로 극화한 작품이 [조선 소녀 찔레]이다.

[조선 소녀 찔레]는 조선 시대 병자호란이 발발한 무렵에 산골마을 봉산에서 아버지, 동생 달래와 살아가던 찔레가 어느 날 청나라로 돌아가는 병사들에 의해 소현세자 일행과 함께 공녀로 청으로 끌려가게 된다.
같은 조선인이지만 청나라의 장수인 용골대의 통역관으로 본인이 청나라 장수인 듯 권세를 누리는 정명수로부터 나쁜 일을 당할 뻔한 찔레를 세자의 스승인 정뇌경이 구해주게 된다. 몸이 좋지 않은 아버지와 달래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며 달아나고자 하지만 사정의 여의치 않게 되어 결국 청나라까지 가게 되었다.
예전에 공녀로 끌려와 용골대 집에서 일하고 있던 해주댁과 같이 끌려온 향금이와 서로 의지하며 살게 된다. 청나라 말을 배워야 한다며 가르쳐 주는 해주댁의 도움으로 청나라 말도 배우며 청나라에 적응하기 위해 애를 쓰며 살아가던 찔레는 정명수의 첩이 되도록 용골대의 허락을 받아냈다는 말에 슬픔에 잠긴다. 해주댁의 도움으로 조선으로 탈출하기 위해 용골대 집을 탈출한 찔레는 노예사냥꾼들에게 잡혀 조선땅을 눈앞에 두고 노예시장으로 다시 끌려오게 된다.
그 노예시장에서 사고 팔리는 조선 백성을 한 명이라도 구하고자 하는 소현세자와 세자비, 그의 스승인 정뇌경을 다시 만나게 되고, 그들에 의해 구해진 다른 조선 백성들과 청나라 안에서 작은 조선을 만들어 나가며 조선으로 돌아갈 그 날을 기다리며 농사도 짓고, 무역도 하고, 기술도 익힌다. 과연 그들은 다시 조선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들이 바라던 세상을 만들 수 있게 될까? 역사가 스포이겠지만, 이후의 스토리는 [조선 소녀 찔레]를 통해 더욱더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세자가 천구의를 만져 봤다.
이것이 우리가 사는 땅 모양이라..."
땅이 이렇게 둥글다면 그 어느 곳도 세상의 중심이 될 수는 없었다.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중심이었다.
...
지금까지 조선은 늘 왕족과 양반이 중심이라고 말해 왔다. 이제는 그 생각을 바꿀 때가 되었다. 모든 백성이 제 삶을 중심에 놓고 살 수 있어야 했다.(p.139)
병자호란의 역사적 배경과 인질로 끌려간 세자 일행과 노예로 팔려가는 조선의 백성들의 고통과 아픔이 [조선 소녀 찔레]에 잘 드러나 있다. ‘의지의 한국인’이라는 말은 그 시대의 선조들에게도 통하듯이 끌려간 타국에서도 삶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고,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희망을 가지고 꿋꿋이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스포일지 모르겠지만 소현세자가 왕이 되어 그가 바라던 이상향을 실현했더라면 어떤 나라가 되었을지 정말 궁금하다.
[조선 소녀 찔레]를 읽다 보니 예전에 읽었던 [애숙의 나라]가 떠오른다. [조선 소녀 찔레]의 용골대가 모시는 권력자가 바로 청나라의 섭정왕이 되는 도르곤이었는데 애숙이 바로 이 도른곤에게 시집을 가게 된다. 낯익은 이름이 등장하니 예전에 읽은 책의 내용도 다시 찾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조선 소녀 찔레]에서는 병자호란으로 인한 아픔과 고통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희망, 나라에 대한 이상향, 백성들에 대한 사랑을 나타내고 있어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도 다 읽을 때까지 손을 뗄 수 없는 스토리이다. 작가의 다른 책도 꼭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찔레꽃의 꽃말은 '신중한 사랑', '고독',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다. 꽃말처럼 진한 가족에 대한 그리고 조국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조선 소녀 찔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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