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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와 생각
이광호 지음 / 별빛들 / 2024년 7월
평점 :

[파리와 생각]의 표지를 보자마자 정말 감각적이고 아름답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표지에 이끌리는 나 같은 사람은 이런 류의 책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게다가 여행 에세이는 내가 좋아하는 소설과 쌍벽을 이루는 장르이다. 오랜만에 접하게 된 여행 에세이. 게다가 파리 감성이 가득 묻어나는 책이라니...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Paris. 예전에 갔던 파리에 대한 향수가 더해져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다시 그 공간에 서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갈수록 굳어져가는 생활 속에서 ‘나’라는 인간이 더 딱딱하게 굳어지기 전에 내 삶의 모양을 송두리째 흔들어 볼만한 여행을 하고 싶었다.”(p.18)
작가인 이광호는 다섯 권의 시집과 여섯 권의 에세이, 한 권의 우화집을 썼다. 파리를 다녀온 사람들마다 ‘광호씨는 파리랑 정말 잘 어울려요.’라면서 파리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오랫동안 ‘떠나지 못할 이유’를 떨쳐버리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파리라는 곳으로 한 달 간의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그 여행을 다녀와서 [파리와 생각]이라는 이 여행에세이를 발간하게 된다.
[파리와 생각]에는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 준비 과정, 그리고 비행기 이륙부터 파리 현지에서의 경험, 여행에서 생활로 다시 돌아오는 것에 대한 감정, 소회, 그의 철학 등이 파리 감성이 가득한 사진들과 함께 담겨있다.

파리의 여러 장소들이 등장하는데 에펠탑, 오르세 미술관, 뤽상부르 공원, 센강, 베르사유 등 내가 갔던 곳들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나의 파리에서의 스토리가 스치듯이 떠오르고 같은 장소에 대한 작가의 느낌이나 생각을 읽으면서 꽤 흥미로웠다. 에펠탑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정시에 들어오는 에펠탑의 화려한 조명을 보며 감탄하던 일, 베르사유 궁전에서 자전거를 타고 푸르르고 넓은 그 곳을 돌아다니던 일 등이 특히나 인상에 남는다.
카페 드 플로르, 오랑주리 미술관, 빌라 사보아 등 내가 가지 못했던 곳에 대해서 읽으면서는 새로운 장소에 대한 이색적인 느낌과 다음에 가보고 싶은 곳을 셀렉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파리에서 있었던 모든 것들이 유의미하게 내 몸 뒤의 시간에서 반짝인다.”(p.216)
여행을 가서 반드시 무엇인가를 배우거나 깨우치거나 크나큰 변화를 가져오기를 기대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많은 경험을 통해서 생활을 떠나 잠시 다녀온 여행에서 엄청난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 여행의 끝은 다시 일상으로의 복귀이다. 그래도 내 일상이 아닌 곳에서의 경험이 큰 변화는 아니지만 나의 어딘가에 유의미하게 기억되고 있고 언젠가는 그 작은 기억들이 내 삶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끊임없이 떠나고자하는 것이 아닐까?
이제는 떠날 이유보다 떠나지 못할 이유가 더 많아진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나에게 잊고 있던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듯이 잊고 있던 나의 여행 세포를 일깨워준 [파리와 생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