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하버드에서도 책을 읽습니다 - 독서 인생 12년차 윤 지의 공부, 법, 세상 이야기
윤지 지음 / 나무의철학 / 2019년 6월
평점 :

#나는하버드에서도책을읽습니다
#윤지
#나무의철학
#에세이
“행복하고 즐거울 때, 힘들고 지칠 때, 외롭고 두려울 때
나의 모든 하루에는 언제나 책이 있었다.”
「나는 하버드에서도 책을 읽습니다」의 저자 윤 지는 민사고 졸업, 듀크대 조기 졸업, 하버드 로스쿨 재학 중이라는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할 만한 학력의 소유자다. 문유석 판사의 「쾌락독서」 같은 책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해서 이 책을 선택한 이유도 있지만, 수재들만 모여서 공부하는 하버드대 그것도 로스쿨을 다니는 학생은 공부할 시간도 부족할 것 같은데 틈틈이 책까지 읽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 어떤 책을 읽을지 호기심이 일었다. 그런데 「나는 하버드에서도 책을 읽습니다」는 단순히 하버드대라는 타이틀에 끌려서 책을 선택한 나를 반성하게 하는 책이다.
「나는 하버드에서도 책을 읽습니다」의 저자인 윤 지는 로스쿨 공부를 하면서 수재들이 모여 있는 대학교의 인간관계와 생활이 이 세상의 전부라고 느껴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한다. 앞만 보고 달려가다 보면 처음에 가졌던 꿈과 가치에 대한 생각을 잊게 될까봐... 그리고 책 속에는 다양한 인간의 삶들이 있어 경험해보지 않은 상황과 인간관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주기 때문에 그녀는 바쁜 삶 속에서도 책을 놓지 않았다. 그녀의 학업, 법, 삶 속에서 느낀 감정에 대해서 관련 있는 다양한 책들 속의 글을 발췌하여 적절하게 녹여서 쓴 그녀의 글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그리고 책 중간 중간 그녀가 아빠, 동생, 친구들에게 쓴 편지와 시 등을 보면 나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똑똑한 머리로 쓴 글이 아니라 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글이기 때문에 그녀의 글이 주는 울림은 굉장하다.
“문득 지금까지 걸어온 내 삶을 돌아본, 이 가운데 몇 발자국이나 온전한 나의 의지로 내디딘 건지 궁금해진다. 나는 왜 나로 살지 못하는 걸까?”p.44
아직 20대 중반에 대단한 학벌에 미래의 변호사, 그리고 책까지 출간한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그녀가 나는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 속의 그녀는 그녀의 삶이 버거워서 힘들어하고 심하게 아프기도 하고 깊은 우울에 빠져 치료와 약의 힘을 빌려야 할 때도 있었다. 나는 스포츠 스타나 유명 연예인들이 삶의 의욕이 없고 우울증에 빠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명예도 돈도 다 가진 사람들이 왜 우울하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제야 비로소 이해가 간다.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맞춰 살다보니 자기 자신은 없어지고 남의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견디기 힘든 것 같다.
“화려하고 무거운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말이 왕관을 항상 쓰고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해. (…) 내가 정말 견디기 힘들고 눈물이 나오려고 할 때는 왕관을 벗어놔도 그걸 훔쳐갈 사람이 없다는 거야. 네가 지금까지 노력해온 시간은 다른 사람들이 적당히 흉내 낸다고 따라올 수 없어. (…) 왕관이 너를 갉아먹게 해서는 안 되잖아. 애초에 왕관을 쓰려고 했던 이유가 뭐였는지 잊지 마.”p.68
그녀의 왕관의 무게는 견디는 것이 아니라 잠시 벗어놔도 누가 훔쳐가지 않는다는 말이 참 마음 아프다. 그녀의 왕관이 얼마나 무겁고 버거웠을지... 높은 곳을 향해 쉴 틈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달려왔을 그녀가 안쓰러웠다. 그녀가 책을 읽고, SNS에 서평을 쓰고, 사람들과 함께 나누면서 그녀의 아픔과 우울을 견딜 힘을 얻었다고 하니 책이란 참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미국에 남기 보다는 이제는 가족들과 함께하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싶어 하는 저자는 자신의 재능을 자신을 위해서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다. 그녀가 자신의 세상의 버블을 깨고 나온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좋은 변호사 또는 작가 등 그녀가 원하는 삶을 살기를 응원한다. 그리고 「나는 하버드에서도 책을 읽습니다」의 후속작도 기다린다. 앞으로 그녀가 계속 읽어갈 책과 그녀가 들려줄 이야기가 궁금하다.
책 속에 갇혀있기 보다는 좋은 책, 좋은 글에 대한 공유의 즐거움을 통해서 치유와 삶의 즐거움을 찾은 「나는 하버드에서도 책을 읽습니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