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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여자는 글을 쓰지 않는다 - 평생 말빨 글빨로 돈 벌며 살아온 센 언니의 39금 사랑 에쎄이
최연지 지음 / 레드박스 / 2019년 6월
평점 :

행복한 여자는 글을 쓰지 않는다
최연지
레드박스
“평생 말빨 글빨로 돈 벌며 살아온 센 언니의 39금 사랑 에쎄이”
<질투> <연인> <애인>은 90년대 최고 인기 드라마이다. 이 중에 나는 <질투>밖에 보지 못했지만, <질투>는 아직도 드라마 ost를 흥얼거리는 노래다. 너무너무 오랜만에 <질투>라는 드라마 제목을 들어서 반가웠다. 그런데 솔직히 작가의 이름은 몰랐다. 최연지 작가. 최근에 작품이 너무 올드하다는 평을 들으며 편성과정에서 엎어져서, ‘20, 30대 독자들도 좋아할 진짜 책, 내가 쓰고 만다!’라고 이를 갈며 쓴 책이 바로 「행복한 여자는 글을 쓰지 않는다」이다.
「행복한 여자는 글을 쓰지 않는다」의 작가는 우리 엄마 또래의 연배로서 기자, 통역사, 강사, 작가까지 수십 년을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사랑에 대해서 쓴 소리를 하고 독설을 날린다. 본인의 경험과 생각을 노랫말, 영화나 드라마 대사, 책과 관련지어 정말 재미있고 유쾌하고 통쾌하게 사랑, 결혼,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책을 읽으면서 정말 센 언니가 옆에서 계속 수다 떠는 것 같은 느낌이다. 너무 직설적으로 이야기해서 진짜 그럴까? 믿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그건 내가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다.^^;;
“사랑이 변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계절이 지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p.36
작가는 사랑의 유효기간은 길어봐야 1년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사랑이 영원할 수 없으므로 모든 결혼은 불행하다라고 한다. 사랑이든 결혼이든 둘 사이에 동시에 끝날 수는 없는 것이니 누군가의 마음이 식으면 끝나는 유한한 사랑은 모든 결혼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사랑은 변하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사랑하는 순간이 더 없이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센 언니의 말이다. 사랑은 변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변한다는 것을 알고 대비하는 사람 사이의 사랑이 변했을 때 받는 충격의 정도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렇듯 최연지 작가는 독설을 날리고 그 독설 속에서 우리에게 사랑과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한다. 작가의 말빨이 어찌나 세고 좋은지... 책을 읽다 보면 나와 생각이 다른 부분도 있는데 나도 모르게 설득 당하고 있다.
“불효자는 웁니다. 효자는 안 웁니다.”p.133
최근에 시할머님 장례를 치렀기 때문에 이 말이 너무나 공감되었다. 작가의 말처럼 간병에 지친 효자와 효부는 울지 않고, 멀~리 살면서 잘 하지 못한 불효자는 울부짖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효자는 해드릴 거 원 없이 다 해드렸는데 불효자는 생전에 그러지 못해 한스러워 그런 것 같다. 역시 살아온 경험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작가의 삶에 대한 통찰력과 깊은 내공이 느껴진다.
“행복한 여자는 불러주는 곳이 많고 가야 할 데도 많다.(…) 반면, 불행한 여자를 오라고 적극적으로 부르는 데는 별로 없다.(…) 암튼 오직 불행한 여자만 글을 쓴다. 그리하여 드라마 교실엔 가지가지로 불행한 여자들, 재수 없는 언니들이 모여든다.”p.20
「행복한 여자는 글을 쓰지 않는다」가 이 책의 제목인 이유이다. ‘그런데 딱 자살만 안 하고 버티면 이 모든 것이 그대로 기막힌 재산이 되는 유일한 직업이 작가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충분한 불행을 겪은 여자는 글을 쓰면서 행복해지고, 그렇게 행복해진 여자가 비로소 작가로 거듭난단다. 많이 아파본 사람일수록 행복을 더 잘 알 수 있겠지. 사연이 많은 사람이, 경험이 많은 사람이 작가로 거듭난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작가가 되는 길이 쉽지 않음을 새삼 느낀다.
최연지 작가 그녀가 말하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아직은 모두 공감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 내 상황이 내 나이가 내 경험치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39금 사랑 에쎄이라고 부제를 단 것이 아닐까? 어느 정도 삶을 살아야 그녀의 이야기에 푹 빠질 것 같다.
수십 년 동안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말빨 글빨 센 언니 최연지 작가가 쓴 39금 사랑 에쎄이 「행복한 여자는 글을 쓰지 않는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