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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 행복한 달팽이 - 느려도 괜찮아. 나만의 속도로 세상을 배운다
전여진 지음 / 바이북스 / 2019년 3월
평점 :

12살 행복한 달팽이
글·그림 전여진
바이북스
“일상과 배움, 이게 바로 이 책의 전부다.”
「책 읽어주는 엄마와 작가 된 12살 딸의 기록」이 엄마가 들려준 육아일기라면, 「12살 행복한 달팽이」는 그녀의 딸인 여진이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다. 고작해야 살아온 해가 12살인 작은 아이가 나에게 무슨 감동을 줄 수 있을까하는 우려와는 달리, 책을 좋아하고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 엄마와 함께 성장해서인지 여진이의 글솜씨와 이야기 속의 생각의 깊이가 남다르다. 잔소리하고 공부 때문에 열을 내기도 하는 현실 엄마와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참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상큼한 민트색의 책인 「12살 행복한 달팽이」는 총 6장으로 이루어져있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도전과 경험>, <작은 책, 큰 세상>, <사랑하는 가족>, <나를 만든 가족>, <나는 세상으로부터 배운다>에는 여진이의 12살이 경험할 수 있는 아주 소소한 일상들이 담겨있다. 그리고 여진이가 그린 귀여운 그림들을 감상할 수도 있다.


여진이는 동물, 자연, 친구, 책, 글쓰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12살 아이이다. 그런데 매일 2.5페이지 분량의 글쓰기를 하면서 결국에는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다. 일단 206페이지에 이르는 책을 12살 아이가 경험과 자기 생각으로 꽉꽉 채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랍고, 대견하다. 책을 쓴다라는 것은 어른들도 감히 생각하지 못 할 일이 아닌가.
"우는 것보다 더 빠른 방법이 있다. 그것이 글쓰기다. 슬프다고 적지 말고, 어떤 상황 때문에 슬픈지. 이 상황이 왜 나에게 슬픔이란 감정을 가져다 주었는지. 이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이 슬픔이 나중에 나에게 어떤 가치가 될지. 이외에도 생각나는 것을 모두 적는다. 그리고 나면 한층 옅어진 자신의 감정을 볼 수 있다.“(p.52)
여진이의 글쓰는 방법을 엿볼 수 있는 문장이다. 이 책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쓰여졌다는 것을 책을 읽으면 바로 알 수 있다. 글쓰는 방법을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닐텐데 아이는 스스로 깨우치고, 글쓰기로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까지 알려주고 있다. 지금 서평을 쓰고 있는 나도 글쓰기는 늘 숙제이고,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책에 대한 정보를 얻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다. 그런 내가 아이에게 한 수 배우는 순간이다.
“시간은 장난치기를 좋아해서 천천히 가길 바라면 치타가 달리듯 빨리 달리고 빨리 가길 바라면 땅속의 굼벵이마냥 느리게 간다.”(p.39)
아직 12살이라 딱 그 또래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상들을 적고 있지만 그 속에서 끌어내는 생각과 철학은 어른들의 사고를 넘어서고 깊이가 있다. 그리고 표현들이 틀에 박히지 않고 맑고 상큼하다. 엄마의 책보다 여진이의 책이 더 흥미롭게 느껴지고 마음 속에 더 큰 울림을 주는 이유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8살 때 첫 그림동화책을 출간했던 제주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꼬마 작가 한 명이 떠오른다. 바로 전이수 군이다. 전이수군도 그림은 가르치거나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글도 마찬가지다. 전이수 군이나 전여진 양처럼 느리지만 천천히 자신들의 세상을 스스로의 힘으로 묵묵히 갈 수 있도록 그들을 믿어주고 지켜주는 부모들이 있어서 그들의 날개를 활짝 펼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신의 세상 속에서 꿈을 펼치며 행복하길 바라는 부모님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본 서평은 도치맘카페를 통해서 출파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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