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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엄마와 작가 된 12살 딸의 기록 - 육아의 성장과 실패를 마음대로 오리고 붙인 12년의 보고서
이주하 지음 / 바이북스 / 2019년 3월
평점 :

책 읽어주는 엄마와 작가가 된 12살 딸의 기록
이주하
바이북스
“12년의 육아 드라마의 반전은 엄마의 성장이다.”
다양한 육아서를 봤지만 엄마의 책과 아이의 책이 함께 출간된 것은 처음 읽는다. 책 표지도 핑크와 민트로 상큼하다. 「책 읽어주는 엄마와 작가가 된 12살 딸의 기록」은 엄마의 이야기를, 「12살 행복한 달팽이」는 아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엄마의 12년 동안의 육아 경험과 엄마와 함께 성장한 12살 딸아이의 기록을 함께 읽을 수 있다니 참으로 흥미롭다. 육아에 대한 엄마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아이의 목소리도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먼저 핑크색인 엄마의 책을 살펴보자.

「책 읽어주는 엄마와 작가가 된 12살 딸의 기록」은 <나를 발견하는 시간>, <사랑이 채워지는 관계>, <엄마도 엄마는 처음이야>, <엄마 공부를 시작하다>, <엄마로 살아가는 기쁨>총 5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신의 성장배경, 결혼, 출산, 육아 등의 저자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다양하게 담겨있다.

“친정엄마와 나는 끊어진 시간을 연결하기 위해 마주하며 배워야 하는 사이다. (…) 문제는 늘 우리 곁에 있다. 다만 책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 법을 우린 배워가는 중이다.”(p.88)
저자는 엄마 없이 자라다가 20년 후에 성인이 되어 엄마를 다시 만나게 되는 성장배경을 가지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어려움이나 실패를 겪을 때면 그런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자신을 탓하는 모습, 친정엄마가 없는 서러움 등을 엿볼 때마다 안타깝기도 했다. 그렇지만 가족의 사랑과 좋아하는 읽고 쓰는 일 등을 통해 극복해가는 모습을 보며 응원의 말이 샘솟았다. 보통 육아서를 보면서 내가 위로를 받는데 이 책은 거꾸로다.^^ 저자의 상처였던 엄마의 부재가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책으로 육아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우고 남보다 더 노력해서 책을 사랑하는 멋진 엄마로 성장하여, 결국 딸도 어린아이지만 책을 쓰는 작가가 되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저자는 부족한 자신도 힘든 육아를 해냈으니 우리들도 충분히 훌륭한 엄마로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울고 찌증내고 화낼거면 하지 마. (…) 뭐 하는 거야? 그런 태도라면 당장 그만해.” 이런 말을 차분하게 했을 것이라 예상한다면 놀랍게도 아니다. 악을 쓰며 폭발했다.(p.78)
저자는 우리 주변에 있는 그냥 흔한 엄마의 모습이다. 일반적인 육아서에 나오는 우아하고 육아에 통달한 엄마의 모습이 아니라 화가나면 악을 쓰고, 잔소리하는 그냥 내 모습이다. 그래서 책의 내용이 더 공감되고 책 속의 메시지가 더 마음에 남는 것 같다.
"남편은 에어컨이다. 인생을 걸고 남편을 내 공간에 들였다. 결혼할 때 생각의 크기가 딱 100만원만큼이었기에 더 좋은 성능의 에어컨을 알아보지 못했고, 돈도 없었다. 지금의 남편은 누구의 탓도 아닌 내 선택의 결과다. (…) 나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남편이 나보다 하나라도 나은 모습이 보인다.(p.96~99) “
남편을 에어컨에 비유하여 장장 4페이지에 걸쳐 설명하는데 읽다가 박장대소했다.ㅎㅎ 너무 공감되서 어쩜 이렇게 비유를 할 생각을 했는지 “쾌락독서”의 문유석 판사같은 위트가 넘치는 글이다.
“엄마, 나는 책 읽으면서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할게.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아프고 속상할 때도 많겠지만 그 안에서 내가 배울게. 엄마는 내가 울고 아파하고 화낼 때 그냥 안아주기만 하면 돼. 엄마가 말하는 것은 거의 들리지 않아. 엄마가 안아주고 함께 울어준 것만 기억나.”(p.24)
이 문장을 보며 정말 많은 생각에 잠겼다. 아직 말도 잘 안 통하는 아이에게 잘못된 행동을 고쳐주기 위해 훈육을 빙자하여 잔소리를 한바탕 퍼붓는 나를 각성하게 했다. 엄마가 되니까 내가 어렸을 때 엄마한테 느꼈던 감정들을 잊고 있었다. 내가 성장할 때 엄마와 나의 관계를 생각해보고 행동하면 될텐데 왜 잊고 있었을까? 잔소리보다 공감해주길 누구보다 원하던 나인데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렇게 느낄텐데... 아이의 한 마디가 나에게 많은 울림이 되어 온다. 그래서 저자는 육아의 반전은 엄마의 성장이라고 말하는가 보다.
「책 읽어주는 엄마와 작가가 된 12살 딸의 기록」은 일반적인 육아서와 결이 조금 다르다. 다른 육아서들은 육아법을 안내하지만, 이 책은 12년 동안의 아이를 키운 과정을 통해 개인의 경험과 실패를 통한 육아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는 육아 일기 같다. 그래서 그동안 육아서라는 교과서를 읽었다면, 이 책은 수필을 읽는 느낌이 들어 편안하게 읽으면서 내 상황과 대입해 보는 순간이 많아 중간중간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많았던 책이다. 아이의 자율성을 인정해주고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켜주고, 책을 사랑하는 아이로 길러낸 저자의 딸의 이야기도 너무 궁금하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예쁜 민트색 책도 빨리 읽어봐야겠다.
[본 서평은 도치맘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