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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살리는 문학 - 일생동안 어린이 문학을 일구고 가꾼 이오덕의 유고 평론집
이오덕 지음 / 청년사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이오덕 선생님의 유고 평론집 이라는 그 한마디에
두번 볼 것 없이 책을 샀다.
이오덕 선생님이 2003년에 돌아가셨지만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 80년대후반에서 90년대 초반에
쓴 글들이고, 그 중 다수는 잡지나 다른 매체에 실렸던 글이다.
큰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후로 조금씩 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특히 어린이를 위한 책에 대해서는 책 자체에도 관심이 있지만 평론, 비평 같은 것에도
함께 관심이 생겨서 관련 책을 이것 저것 보고 있다.
그러던 중에 나온 이 책에 단번에 눈길이 쏠린것은 이오덕 선생님의 명성을 생각하면
너무 당연하지.
정말 한 글자도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차근 차근 읽고
궁금한 점이 있거나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있으면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읽었다.
해방 후 90년대에 오기까지 암울한 시대에
시대에 아부하고 장삿속이나 채우는 작가나 출판인을 조목 조목 비판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말장난'이라고 표현하며 비판한 부분은 내 마음속 오랜 채증을 확 가시게 해 주었다.
'어머니의 목소리는 도랑의 자갈을 굴리는 냇물 소리가 되어 아이의 귓속으로 들어왔다' 이런 류의 문장을 예로 들면서,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절실한 말이 없고 생각이 없으니 속이 빈 말밖에 쓸 수 없고, 그런 속 빈 말을 뭔가 들어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자니 온갖 기교를 부려 장난글이 되고 마는 것이다'고 했다.
이런 류의 글쓰기는 지금도 가끔 보게된다. 나는 글쓰는 것은 잘 모르니 그저 내가 수준이 낮아서 그런 글이 이해가 안되고 또 그런 글을 쓸 수가 없나보다 생각하면서도 그냥 담백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쓴 글이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오덕 선생님의 비판한 내용을 읽다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외에도 서양동화 흉내를 내는 국적 불명의 동화, 철학동화라는 부류, 어린이 문학의 리얼리즘에 관한 얘기, 명랑소설 등 어린이에게 해가 되는 문학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리고, 어린이 문학이 어떠해야 하는지, 가장 중요한 학교 선생님과 부모들이 어떻게 한발 한발 나아가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하나 하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나는 어린시절 '백일장'을 비롯한 학교에서 강요하는 글쓰기는 정말 싫어했다.
하지만 책 읽는 것은 참 좋아했는데, 부모님이 읽으라고 사 주신 것은 거의 없고 친구네 집에 놀러갔을 때 친구방의 책꽂이에 가득 꽂힌 책이 좋아서 친구랑 놀러 가서는 혼자 책만 읽다가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시골 학교의 정말 열악한 도서관이기는 했지만 여러 줄 늘어선 책장에 가득 꽂혀있는 책들 사이에서 참 즐거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어린이 문학의 폐단이나 나아갈 방향 같은 것은 지금의 내 아이가 아닌 어린 시절의 나를 위해 내 부모님이 읽고 실천헀어야 할 내용이다.
여기저기 하루에도 수많은 유아나 어린이 책들이 쏟아지고, 이런저런 추천도서목록이 넘쳐나고 하는 지금 이땅의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글을 쓰는 사람들이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부분은 지금의 작가들도 새겨야 할 내용들이다.
내용 하나하나 모두 이오덕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구체적이고 알차다.
하지만, 유고집이라 글을 마음대로 수정하거나 편집할 수 없어서 그런지 같은 내용이 여러번 반복되고 전체적인 편집도 뭔가 좀 허전하다.
그러면서 가격은 24000원. 이오덕 선생님이 살아계셨다면 이런 책은 절대 내지 않으셨겠다는 생각이 드는것은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