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습관
최장순 지음 / 홍익 / 201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새해가 밝았다.
'새해'라는 단어는 '계획'이라는 단어를 연상시킨다. 물론 꼭 새해가 아니여도 '계획'은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것이지만, 계획없이 지내던 사람들도 새해가 되면 한번쯤은 거창하게 세워보는게 '계획'이 아닐까.
이 책을 쓴 저자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즉 '기획자'이다. 책의 말머리에 계획과 기획의 차이점을 설명하며 기획의 개념을 얘기하며 '우리의 일상은 기획의 연속이다'라고 시작한다.

동일성과 차이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
반복과 극복
기획은 이 둘 사이의 줄다리기다.

📍기획 (企劃)
어떤 일을 도모하고(企), 그 생각들을 나누어 보는 것(劃).
기획이 없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생(生)은 기획한 대로 살아갈 필요가 있다.

p28
사실 기획은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쉽게 말하면, '어떻게 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곧 기획이다. 기획은 '어떻게 하면'이라는 '방법How'의 차원과 '되지?'라는 '효과Effect'의 차원을 동시에 담고 있다.
원하는 결과를 먼저 정하고, 그것이 효과로서 나타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좀 더 있어 보이게 표현하면, 기획은 특정 대상에 대해, 특정한 목적을 정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가장 적합한 행동을 디자인 하는 것이다.

p35
'반복되는 생활'은 우리에게 주어진 공통 조건이다.하지만 그 공통 조건 하에서 그저 시간을 버티며 순응하고 살 것인지, '내일의 가장자리'를 넘어 '내일'로 나아가려 노력할 것인지, 그 삶의 태도를 결정짓는 건 각자의 몫이고 각자의 능력이다. (중략)
영원할지도 모를 '동일한' 조건 속에 사는 우리들.그 안에서 '내일의 가장자리'에 머무르는 대신, 조금씩 꾸준히 생활에 틈새를 낼 수 있는 '차이'의 습관을 마련할 수 있다면, 좀 더 나은 '내일'을 기획할 수 있지 않을까.
동일한 '내일'이 아니라, 좀 더 다른 '내일'을 기획하기 위한 작은 차이의 연습은 지금 우리 생활을 다른 무언가로 바꿔준다. 이 작은 '차이의 습관'을 통해 우리는 생활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한 습관이 반복되면, 우리는 일체의 반복되는 억압은 조건들을 극복해 '살아 움직여야 한다'는 당위를 깨닫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생활(生活)'은 '살아 움직인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어떻게 보면 한 분야에서 성공한 선배가 막 그 일을 시작한 후배들에게 들려줄 법한 이야기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같은 부분을 여러번 되새기면서 읽은 곳이 많다. 짧지만 선명한 문장들이 인상깊게 남는다.

p91
거리는 어디로 가지 않는다. 늘 그곳에 있다. 단지 조금씩 변화할 뿐이다. 그 변화의 속도와 뉘앙스를 파악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고, 이는 기획을 위한 좋은 자양분이 된다.
인위적으로 만든 트렌드 보고서나 책보다는 거리에서의 관찰을 생활화해보자. 개인적으로 난 트렌드 관련 책은 읽지 않는다. 향후 십수 년간은 우리나라에서 발간되는 트렌드 책은 읽지 않을 생각이다. 트렌드는 최소 10년을 가야 하는 것인데, 매년 나온다는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표현과 단어만 바꾸어 새로운 현상인 듯 꾸미는 태도는 정직하지 못한 분석이다. 그리고 매년 새로운 트렌드가 나올 정도로 대한민국이 그렇게 큰 나라인가?

📍가진 것을 알면 버릴 것이 보인다
-줄리 모건스턴(Julie Morgenstern)

p92
✔정리력
멋지게 관찰하여 인사이트를 얻었다면, 이제 그 내용을 정리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들어도, 아무리 좋은 책을 읽어도, 아무리 멋진 회의를 해도, 그 내용들이 정리되지 않으면 모두 허사다. 그저 많이 공부했을 뿐 무언가 정신의 산출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중략)
📍정리가 필요한 이유
심리학자 수전 피스크와 셸리 테일러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구두쇠는 돈이 있어도 잘 안 쓰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인지적 구두쇠는 사용할 인지 능력이 있음에도 잘 안쓴다는 말이다. (중략)
기획과 관련되 작은 대화라도 빠짐없이 정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금방 경험하고 취득한 정보는 내 머리에 오래 남을 것 같겠지만, 그건 착각이다. 자기 머리를 과신하지 말라. 정리하라.
정신없이 보내는 일상을 정리하는 것. 내게 불필요한 것은, 그것이 물건이든 감정이든 상관없이 버리고 남기는 정리. 그것은 우리가 '기획자'가 아니더라도 우리 일상에 꼭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정리'에 대한 책도 끊임없이 출간되는 걸 보면 우리 일생의 숙제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의식적으로 정리해보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p124
📍공부는 노력이다.
가슴을 울리는 인사이트는 동서고금의 고전에서 발견되기도 하며, 명철한 미래학자들이 예측하는 내일에 대한 묘사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혹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동시대적 가치의 조합과, 의도적 삭제를 통해 발견되기도 한다.
그 모든 노력은 공부다. 공부는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대화로 그 책과 사람을 읽으며, 마침내 이에 대한 글을 쓰고 논함으로 완성되는 것 같다. 독서(讀), 대화(話), 글쓰기(作). 이 세가지는 공부에서 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밀착되어 있다.
공부를 통한 지식의 발견은 즐겁지만, 공부하는 과정은 언제나 고통스럽다. 무언가를 해독하고 그 깊은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비일상적인, 결코 만만치 않은 텍스트를 읽는 작업은 일단 책상에 오래 앉아 있어야만 가능한 작업이다.(중략)
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은 생명 유지 활동이다. 우린 잘 살아가기 위해 노하우를 터득해간다. 공부 또한 잘 살기 위한, 그리고 결국은 잘 죽기 위한 생명 유지 활동이다.

p130
남들이 제공한 지식에만 머물지 않기 위해선 언어 능력이 필수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디자인한 세계 속에 갇히게 된다.
요즘 다른 고민이 생겼다. 시장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국내는 원래부터 너무 좁았다. 해외에 자꾸 눈이 돌아간다. '그 언어들을 말로도 잘했다면 외국 친구들을 많이 사귈 수 있을텐데'하는 생각 때문에 읽기, 쓰기 위주로만 외국어를 공부했던 것이 후회가 된다. 한국어처럼 외국어를 잘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p135
공부를 한다는 것은 니체가 말한 정신의 세 가지 단계와 비슷하다. 사자의 자유정신을 기반으로 어린아이의 새로운 창조력을 담아내고자 한다면, 일단 낙타가 되어야한다. 선행 연구에 대한 존중, 위 세대에 대한 겸손, 성실한 배움의 자세와 이전의 지식을 몸과 머리로 견디어낼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을 실천하려면 일단 책상 앞에서 엉덩이가 무거워야 하니 어찌 공부가 지루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독서삼도(讀書三到) -주자(朱子)
눈으로는 다른 것을 보지 말 것이며
입으로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아야 하며
마음을 하나로 가다듬고 반복, 숙독하면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혹자는 나이들어 하는 공부가 진짜 공부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살다보니 인생살이에 꼭 필요한게 '공부'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학창시절에는 학교를 다녀야하니 공부와는 뗄 수 없는 관계에 있고, 졸업 후 직장에 다녀도 승진이나 자기계발에 필요한 공부를 하게 된다. 결혼후 아이가 생기면 육아에 대한 공부를 위해 육아서도 읽는다. 물론 공부를 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충분히 공부와 담쌓고 살아도 나름대로 잘 사는 사람들이 참 많기도 하다. 하지만 밀도 있는, 깊이 있는 삶을 살고 싶은 이들에겐 공부가 필요하다. 그것이 어떤 공부가 됐든 말이다.

p144
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관이다. 책을 통해 우리는 저자가 바라본 세계와 교류할 수 있다. 이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다양성, 기기묘묘함들을 경험하게 해주는 독서는 그 자체가 목적이어야 한다.

p160
모든 독서를 인생의 나침반으로 삼으려는 태도는 완독 콤플렉스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모든 책들이 인새의 나침반으로 삼을 만큼 대단하지도 않다. 책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 그것이 독서를 즐겁게 만드는 첫 걸음이다.

p165
좋은 책이 눈에 들어오면 무조건 사둘 것. 손해 볼 일은 전혀 없다.

📍경청하는 사람은 어디서나 사랑받을 뿐 아니라,
시간이 흐르면 지식을 얻게 된다.
-윌슨 미즈너(Wilson Mizner)
수단의 '독서'가 아닌 '독서'자체의 의미를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구절이었다. 독서를 통한 내적성장은 일생을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일이다. 독서를 하고 안하고의 차이는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그 차이를 알려면 역시나 독서를 해야한다. 어찌됐던 책 바이러로써 좋은 책은 꼭 사두라는 말. 손해 볼 일이 전혀 없다는 저자의 말은 정말 공감된다. 독서의 시작은 일단 책이 눈길 닿는 어느 곳에든 있어야한다. 무심코 집어든 좋은 책 한권이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다. 그렇게 믿는다.

p219
글은 일단 쓰고 본다. 비밀글이 아니라면, 읽을 사람이 있는 곳에 써본다. SNS는 특히 독자의 반응을 볼 수 있는 매우 개방적이고 효율적인 공간이다. 이곤에서는 글로 화두를 던지면서 온라인 인맥들과 댓글 토론을 할 수도 있다. 하나의 주제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이해를 엿볼 수 있어 이 역시 매력이다.

내용 없는 사유는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크리에이티브 없는 전략은 공허하고,
전략 없는 크리에이티브는 맹목적이다.

p263
✔Enough is not Enough
'게으름'에 대한 나의 정의는 육체노동 시간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하루에 육체노동을 2~3시간만 하더라도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면 게으르지 않다. 판단을 재빨리 중지하고 결론을 손쉽게 도출하는 것, 너무나 손쉽게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내가 생각하는 '게으름'이다. (중략)
최대한 생각을 많이 뽑아내고, 모두가 충분하다고 생각할 때까지 비판을 자제할 것. 그리고 기획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주어지면 가급적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결론을 지연시킬 것. 충분한 것은 결코 충분하지 않다Enough is not enough.

p280
다르게 말해보는 연습은 다르게 생각하는 관점의 훈련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 이 방법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다양한 관점을 훈련할 수 있는 효율적인 습관이 될 것이다.

p292
그렇게 기획의 '멋진 신세계'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끊임없이 그려질 것이다. 어제의 기획은 오늘의 기획으로, 오늘의 기획은 내일의 기획으로 이어진다.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린 언제나 '현재'를 살아가고 있으며 당장 필요한 것은 '현재화된 기획'이라는 사실이다.

다시 새해는 왔다.
올해는 고정된 '계획'만 가득한 해가 아닌
'기획'이 일상화된 날들로 채워가는 한해가 됐음하는 바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해 첫 책으로 이책을 읽은건 행운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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