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러티브로 읽는 사사기 - 사사기의 구조와 의미에 관한 서사 분석
박유미 지음 / 새물결플러스 / 2018년 7월
평점 :
1. 강조와 무관심 속에서
사사기만큼 설교가 자주 되는 책도 없지만 그만큼 오해되는 책도 없는 것이 슬프다. 어렸을 때부터 사사기 설교는 영웅 이야기이거나 타락 이야기에 그쳤다. 다양한 본문이 다루어지지도 않았고 적용은 매번 비슷했다. 결국, 사사기에 대해서 우리가 들은 적용은 "하나님의 영웅이 되라!" 식으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강조 가운데서 우린 너무나도 많은 인물을 무심하게 지나쳤고 그저 사용된 도구였던 인간을 영웅시해버리는 비극으로 이야기를 끝낸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든다. 이런 선포 가운데 하나님의 자리는 작았고 우리 삶의 자리도 성공이 아니면 실패처럼 무관심에 버려지는 것 같았다.
그런 무관심과 강조 속에서 저자는 성경이 그려내는 사사기 그 자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라고 손짓한다. 그래서 많이 다루어지지 않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들어가고 인간 영웅에게 자리를 빼앗긴 것 같은 하나님의 구원이 자꾸 언급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인간의 방식이 아닌 자신의 방식으로 백성을 돌보는 하나님에 대해서 알아가고 그 하나님의 사람들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길 바라본다.
2. 사사 시대 : 역동적인 하나님의 구원 이야기
우선, 저자는 책의 초반부에서부터 사사 시대를 둘러싼 오해들을 고쳐주려고 노력한다. 저자는 사사 시대가 암흑 시대 같은 느낌으로 이해되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이 시대에 하나님께서는 정형화되지 않은 다양한 방식들로 이야기 속 인물들과 관계 맺으셨다고 말한다(11쪽). 지금까지 들은 사사기에 이야기는 타락한 이스라엘 백성의 이야기와 전형적인 영웅들 즉, 사사들의 이야기였던 것 같은데, 책에서 그려지는 사사 시대는 하나님의 끊임없는 응답하심과 너무나도 인간적인 사사들과 이스라엘의 모습이다. 저자에게 이 시대는 다른 시대와는 다르게 하나님께서 역동적이면서 다양하게 개입하신 시기였고 이 시기에 대한 묵상은 오늘날 현장과 맞닿게 된다.
이 책에서 사사들은 이야기 안에서 충분히 그려진다. 그래서 에훗의 왼손잡이에 관한 이야기도 본문 안에서 장애에 대한 언급보단 왼손에 능한 사람으로 설명되고 기드온의 여러 질문도 의심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저자가 그려내는 사사들은 뒤로 가면 갈수록, 아이러니하게 분량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자신의 욕심을 하나님의 구원 사역 중간중간마다 드러냈고 그런 불길함은 이후 백성들의 삶이나 자신을 따르는 이들의 행동에서 열매를 거두기도 했다. 기드온은 적을 멸하면서 하나님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전투를 진행하고(157쪽) 이후 백성들은 기드온을 왕처럼 만들려고 하고 결국 사사기의 대표적 악인 아비멜렉을 완성시킨다(176쪽). 그렇게 만들어진 인간 왕은 하나님의 방법이 아닌 이방 나라들처럼 왕위를 지키려다가 배신과 전투 가운데 여성에 의해서 죽음을 맞이한다. 아비멜렉 이후에 입다, 삼손은 더 죄의 모습을 가지면서 부족한 자로 등장한다. 그런데도 하나님은 그들을 통해서라도 이스라엘을 지속해서 구하신다.
저자에 따르면 사사 시대는 나선형 타락 구조를 닮았는데(20쪽) 이는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인간의 실패가 강조된다는 의미를 가진다. 사사 시대에 하나님은 그 어느 시대보다 강하게 이스라엘을 구원하시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스라엘은 그 어느 시대 못지 않게 끊임없이 타락하고 변질하여간다. 이 양면적인 모습이 사사기에서는 여가 없이 드러나고 이때 이방 민족들만이 아니라 이스라엘 지파들, 사사들까지도 그 죄의 모습 가운데 실패해간다. 하지만 그런데도 하나님은 끊임없이 백성에게 "전쟁"을 통해 자신을 알리시고 백성의 소리에 답하신다.
3. 희생당하는 약자들
이 책은 사사기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충실히 담고 있으면서 여성, 약자에 대한 눈길을 가지고 있다. 저자에게 드보라 이야기는 하나님이 여성도 능히 쓰셨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고 그 이야기 가운데 야엘은 하나님의 용맹한 전사로까지 그려진다. 그렇지만 대개의 이야기에서 여성들은 성폭행, 희생, 납치, 시체 훼손당하고 실수 가운데 인신 제사로 드려진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설교자들은 침묵하거나 살며시 언급함으로 내용을 흐렸지만, 저자는 이런 대목에서 멈춰서 생각하도록 더 크게 강조해주었고 사사기는 그런 비극을 기록해서 반성하도록 했다고 정리한다.
사사기는 분명 하나님의 구원을 그려낸다. 그런데도 인간의 실패가 역동적으로 그려지는 책이다. 저자가 마지막에 묻는 것처럼 과연 우리는 사사 시대만큼 하나님의 구원을 경험하고 있으며 우린 사사 시대의 백성들, 인간들보다 나은가? 라고 묻게 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사사기는 우리의 양심을 찌르며 하나님의 관심, 눈길을 다시 알려주는 것 같다. 강조되지 않은 것을 강조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존재에게 무관심한 것이 다시 반복되지 않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