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바위, 시간 서평

성경, 바위, 시간 - 지질학적 증거에 기반한 지구 연대 논쟁
데이비스 영.랠프 스티얼리 지음, 김의식 옮김 / IVP / 2018년 11월

부제 : 지질학적 증거에 기반한 지구 연대 논쟁

1. 책으로 초대하면서

1) 성경은 과학 이론 입증서인가? 아니면 구원 역사를 기록하고 목적으로 하는가?

2) 성경은 21세기 상황에서 기록되었는가? 아니면 고대 근동(최소 3-4천 년 전) 상황에서 기록되었는가?

3)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다는 것은 젊은 지구론, 홍수로 인한 모든 지층의 완성을 믿는다는 것과 같은 말인가?

이런 질문들은 당연히 답변되어야하고 설명되어야

하지만, 이상하게 교회에선 질문하면 혼나는 분위기이다.

대체 왜 그런 것일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우린 세상에 목적 가운데 창조되었고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고백 이후에 붙여지는 설명들이다. 어떤 그리스도인은 젊은 지구론, 문자적 6일 창조가 성경의 창조라고 말하고 어떤 이들은 이에 대해서 침묵해버린다. 한국 교회를 다니는 청소년들은 중-고등 교육 과정부터 이런 혼란 가운데 빠지고 이공계열 전공으로 삼으면 혼란은 가중된다.

이 책은 그런 혼란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하면서 설득하기 위해서 쓰여졌다. 저자들은 성경이 과학 증명 도서가 아니라고 말하고 지질학적 토대를 가지고 하나님의 장엄한 창조, 역사를 보라고 권한다. 그러면서도 문자주의적 젊은 지구론이 얼마나 복음 전도에 방해되고 젊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위험이 되는지를 소리친다.

지금까지 많은 창조 관련 서적들이 나왔지만, 이 책은 전문적인 부분과 함께 교회라는 맥락에서 적용시킨다. 그렇기에 교회를 더 건강하고 지성적으로도 하나님께 예배 드리기 위해서 이 책을 같이 읽는 것은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2. 719페이지를 요약해봅시다.

이 책의 구성은 치밀하게 짜여졌다.

지구 연대에 대한 긴 논쟁을 역사적으로 요약해주고(1부) 성경 해석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고(2부) 지질학적 증거들로 젊은 지구의 비과학적 요소를 전문적으로 비판하면서(3부) 결국 왜 이렇게 두꺼운 책을 내면서까지 젊은 지구론/홍수지질학에 대해서 반대하는지를 복음 전도 맥락에서 크게 설명한다(4부). 이 책을 천천히 읽다 보면 결국 젊은 지구론 또는 홍수 지질학(일회적 격변론자)이 얼마나 비과학적이고 비성경적이고 비역사적(역사 안에서도 얼마 안 된)인지를 제대로 알게 되기에 창조과학 관련 오해를 풀기에 유익이 된다.

1부에서 저자들은 교회가 지금껏 창조를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설명한다.

지질학의 발전 전에는 교부 시대부터 종교개혁 시기까지 다양한 입장이 교회 안에 있었다. 어거스틴은 잠정적 해석이라는 말로 유연한 입장을 취했지만 문자주의적으로 해석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다가 17세기를 통과하면서 지질학의 발전과 함께 여러 해석(오랜 지구, 날-시대 이론)들로 답변을 해가면서 양립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 부분에서 조금 놀랜 것은 근본주의 운동의 창시자들마저 지질학에 대한 유연함이 있었다는 사실이고(181쪽) 안식교 창시자나 몇몇 문자주의들에 의해서 6일 창조, 홍수지질학이 주장되었다는 것이다(159-160쪽). 20세기에 도달하면서 더 많은 지질학적, 천문학적 증거가 쌓였지만, 홍수 지질학을 중심으로 한 문자주의 해석이 “놀랍도록 왕성하게” 되살아났다(214-215쪽). 이런 “놀랍도록 왕성하게” 힘을 받은 창조과학 지지자들은 홈스쿨링과 저술 활동으로 자신들의 해석을 알렸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한국에서도 발견된다. 많은 기독교 교육기관과 교회 내 주일학교, 설교에서는 창조과학의 과격한 문자주의 입장을 신앙의 이름으로 수호하고 전파하고 있다.

2부는 성경을 놓고 연대에 대한 논쟁을 이어간다.

저자들은 성경이 지질학적 해석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기에 확실한 의견을 내놓지 않다고 말한다(231쪽). 교부 중 어거스틴은 최상의 해석을 “잠정적”으로 택하는 것을 조언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것은 성경 자체와 성경에 대한 사람들의 해석을 구분할 줄 모르는 데에서 온다. 그들은 과학적 사실 입증에 관심, 목적이 없는 성경을 가지고 문자주의로 해석하면서 성경 자체가 마치 “과학적 사실”을 말하는 것처럼 포장한다. 무엇보다 성경은 21세기 상황에서 결코 기록되지 않았고 고대 근동을 배경으로 삼는다. 이는 “하나님의 적응(Accommodation of God)”으로 설명되는데 이는 하나님께서 인간의 시선, 이해에 맞추어서 말씀하시는 것을 말한다(오리겐, 어거스틴, 에라스무스, 칼빈이 지지하고 설명함). 성경은 당시 고대 근동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나님이 “적응”하셔서 다른 말로 말하면 “수준을 낮추어 맞추셔서” 말씀하신 것인데 오늘날 과학적 관점으로 해석하려는 것 자체가 잘못된 가정이 아닌가? 저자들은 성경이 과학적 사실 입증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고 고대 근동을 배경으로 하기에 오늘날 과학 입증 근거로 삼는 것은 억측이라고 누차 설명한다.

3부는 지질학적 관점이라는 제목으로 전문적 비판을 가한다.

이 부분은 과학 전공자에게는 당연하거나 쉬운 내용이지만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조금 어려울 수 있겠다. 그럼에도 매번 논의 마지막에 정리 및 요약을 적절히 해주기에 읽다가 어렵다면 뒤로 가면 가이드를 받을 수 있다. 저자들은 화석, 모래 퇴적, 화성암 등을 근거로 지질학적으로 오랜 연대를 설명하고 창조과학의 주된 공격 내용이 되었던 방사성 연대 측정에 대해서도 두 장을 할애해서 자세히 설명한다. 젊은 지구론/홍수지질학은 홍수라는 단회적 사건으로 모든 것을 정리하려고 하지만, 실제 지층들의 증거는 단회적 격변이 아닌 수많은 격변들과 오랜 시간에 따른 침적을 드러낸다. 저자들은 이런 증거들이 연대의 태고성을 말하고 이는 “창조주의 창의성과 위엄을 증언”하고 이를 “환상으로 치부하고 부정하는 것은 배은망덕한 행동”이라고 비판한다(504쪽).

14-15장에선 방사성 연대 측정을 설명하면서 측정 방식이 단일적인 방식에 있지 않고 콘코디아법, 아이소크론 연대 측정법 등 여러 방식들이 같이 이루어진다고 말한다(592쪽). 젊은 지구론자들은 방사성 연대 측정이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하지만, 다양한 방식들로 연대 측정은 이루어지고 설상 차이가 난다고 해도 그 차이가 젊은 지구 연대(6천여년)에는 훨씬 먼 최소 수십만에서 수십억 년 차이가 난다(611쪽). 과학자들은 젊은 지구론자들이 생각하듯이 절대적으로 이 방법만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이 측정 방식이 “합당하고 식견 있는 비판”에 견딜 수 없다면 포기할 것이다. 그들에겐 그동안 쌓인 정보량, 지질학적 근거를 토대로 방사성 연대 측정 방식들을 채택하지만, 우리가 오해하듯이 절대적으로 추앙하는 것은 아니다. 측정 방식은 그저 방식에 불구하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4부는 결론부로서 지금까지 논의를 정리해준다. 우선 저자들은 젊은 지구론자들은 결국 “증거를 잘못 해석한 것”으로 정의한다(615쪽). 젊은 지구론자들은 증거는 똑같은데 이를 해석하는 관점만 다를 뿐이라는 설명을 하지만 사실상 그들은 너무 적은 양의 과학적 정보, 지질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다. 저자들은 젊은 지구론자들이 보이는 성경에 대한 헌신에는 찬사를 보내면서 자신들도 그런 헌신에는 하나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성경을 믿는 것이 젊은 지구론을 믿는 것과 동일하지 않고 복음은 젊은 지구론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선을 긋는다(654쪽).

마지막 17장에선 생각지도 못한 논의가 등장했다.

그것은 바로 젊은 지구론이 복음 전도에 “장애물”이라는 것이다(661쪽). 저자들은 젊은 지구론 같은 가짜 과학이 교회의 설교단과 주일학교 현장에서 지지되면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고 본다. 우선 대학에 진학하는 기독교 청소년들이 젊은 지구론을 마치 신앙의 절대적 기준으로 배우게 되면 공부를 하면 할수록 드러나는 지질학적 정보, 이론으로 자칫 신앙과 성경 자체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비그리스도인 과학자들은 이런 가짜 과학을 용인하는 종교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661쪽). 물론 젊은 지구론자들이 성경에 문자적 의미에 헌신한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그들의 과도한 해석, 단호함으로 인해서 많은 청년들이 신앙에 위기를 겪고 많은 비그리스도인들에겐 비상식적 종교라는 느낌을 주게 되었다. 이는 젊은 지구론자들이 원하든 원치 않았든 복음 전도에 “방해”가 되고 신앙에 “위험”이 된다.

3. 책을 권하면서

이 책은 단순히 문자주의, 젊은 지구론에 대한 반대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들은 교회의 건강한 복음 전도에도 관심이 있고 젊은 그리스도인들이 교회로부터 오해, 실망하는 것을 염려한다. 결국, 복음에 다른 것을 덧붙이면서 복음을 왜곡하고 교회에 해악을 주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그들의 저술 목적이자 마음으로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이런 책이나 주장들은 꽤 반가우면서 고맙다. 필자도 어렸을 때 주일학교나 특강식으로 창조과학회에 빠졌고 중학교 시절 좋아하던 과목이었던 과학을 포기할 정도로 이를 영적 전쟁으로 믿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 과학 전공자들의 진솔한 고백들과 신대원에서 만난 송인규 교수님을 통해서 그전의 생각이 얼마나 협소하고 심지어 “비성경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고 이런 과학적 지식의 수용이 하나님에 대한 부정으로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역사 가운데 수많은 그리스도인 과학자들은 이 길을 신앙의 길로 갔고 이 과정을 통해서 더 크신 하나님의 창조 사역을 증언하게 되었다. 그들의 발자취, 씨름을 보면서 이제야 조금 나의 생각, 특정 교파의 해석에 갇힌 하나님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 어린 “적응”과 창조를 묵상하게 되었다. 부디 이 책이 단순한 편 가르기나 지적 허세로 그치지 않고 사랑하는 하나님의 교회라는 맥락에서 읽히고 전해지길 바란다.

추신.

이 책을 보면서 도움이 될만한 책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영상 매체도 생각났다.

1) 오리진(ivp)

복음주의 또는 보수 신앙 안에서도 창조에 관련된 다양한 해석들이 얼마나, 어떻게 다양한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아담의 역사성, 창세기 해석 방법 등 민감한 주제들을 다루면서 우리의 신앙과의 조화를 돕는다. 일독을 권한다.

2) 창조론 연대기(새물결플러스)

이렇게 두꺼운 책을 중고등학생에게 권하는 것은 가혹하다. 그렇기에 만화로 된 책이 떠올랐다. 이 책은 로맨스-과학 장르라는 특성으로 구성되어있고 무엇보다 쉽고 재밌다.

3) 지질학과 기독교 신앙(ivp)

<성경, 바위, 시간>의 축소판으로 여기면 될 것 같다. 여러 저자들은 성경과 지질학적 토대가 양립 가능하다고 말하면서 신학, 과학적 견해를 밝힌다(각 영역의 전공자들이 대거 참여한다).

4) 교회탐구센터!

여기 영상만 보아도 이상한 말은 안할 것입니다!

이러한 영상에 감사합니다 ^^

https://www.youtube.com/channel/UC1sm_gPfEmV8mpWQWDba1YQ

Special Thanks.

- 이 서평의 기회를 주신 과신대와 ivp에 무한의 감사를!

-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을 같이 읽고 고민해준 이과 전공자 최승진군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