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풀의 구원 - 부서진 땅에서도 왕성하게 자라난 희망에 관하여
빅토리아 베넷 지음, 김명남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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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의 연결고리는 헐겁다가도 어느 순간 숨이 막히게 조인다. 삽시간에 벌어지는 관계의 변화 속에서 우리는 언제나 같은 결말에 다다른다. 누구도 준비하지 못하며 준비할 수 없는 이별.

이별의 형상은 감정과 상황에 따라 돌변하지만, 끈끈한 관계 앞에 찾아오는 건 주로 죽음이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들 한다. 그 사실이 고통까지 없애주지 않음에도 수많은 입들이 당사자를 고려하지 않은 채 지속적으로 주문 외듯 외친다.

죽음 뒤에 숨어있던 고통은 남겨진 자들에게 자비 없이 쏟아진다. 절망과 슬픔을 떠넘기고 무책임하게 우리 곁에 머무른다. 그렇게 고통은 문득 떠오르거나 갑작스럽게 등장하여 영원히 자취를 남긴다.

익숙해질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강제적으로 고통과 함께한다.

슬픔은 우리와 함께 산다. 그래도 나는 그것이 우리의 나날을 몽땅 차지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다. - 233쪽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한다. 여생의 길이를 모른다는 듯이 걸어가야 한다. 그러다 어느새 우리의 발이 떠나간 자들의 발자국과 겹쳤을 때, 기시감과 미시감 사이를 헤매며 누군가의 고통으로 남겨져야 한다.

그것이 남겨진 자들인 우리의 길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을 받고 쓴 리뷰입니다.



#들풀의구원 #상실 #회복 #야생초 #정원 #가드닝 #에세이추천 #감동에세이 #실화에세이

웅진출판사 https://blog.naver.com/wj_boo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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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닌 -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하승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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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구덩이에 빠져 있다. 차별과 혐오라는 오물이 끝없이 쌓이며 폭력이라는 가스를 내뿜는 구덩이에 있다. 우리 중 누구도 바깥으로 빠져나가 본 적이 없다. 나갈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합리화라는 무기를 휘두르며 그 상태 그대로 머무른다.


  주인공 재일은 주어진 것 없이 사회로 내던져진다. 그리고 그 사회는 어떤 포용 없이 다시 그를 내뱉는다. 장소가 달라져도 어느 곳에서나 이방인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 사실은 누가 만든 것인가. 누가 그를 이방인으로 만든 것인가. 피부색 말곤 다를 게 없는 주변의 사람들이고 그 사람들이 만든 시스템이다.


사람들은 선한 얼굴로 사람을 벤다. -195쪽

 

  피부색, 종교 등의 이름 아래 학살은 너무도 쉽게 합리화된다. 편견으로 가득 찬 폭력은 일종의 놀이로 변모한다. 조롱과 모욕은 장난에 불과하고 피해자는 용서를 강요받는다.

  가해자는 다수이며 이들의 손에는 언제나 칼이 들려 있다. 이들은 하찮은 주관으로 소수자를 감별하고 그들을 향해 칼을 놀린다. 행동의 동력은 너무나 가볍고 결과는 한없이 끔찍하다. 가해자의 변명은 들어줄 가치가 없음에도 무겁게 취급된다. 이 앞에서 피해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시스템과 싸워야 했다. 인식에 대항해야 했다. 그런 걸 어떻게 이기나. 주먹을 휘둘러도 닿지 않는 존재를. 말을 해도 듣지 않는, 귀가 없는 존재를. - 287쪽


  기울어진 저울을 되돌리는 건 약자인 피해자의 몫이 아니다. 저울을 들고 있을 다수자들. 이 모든 것을 방관하거나 동조한 자들. 자신은 안전지대에 속해 있다고 착각하는 자들.

  모두가 오물 구덩이 속에 있는데, 자신은 깨끗하다는 어리석은 믿음은 영원할 수 없다. 예외는 없다. 누구도 구덩이 속을 빠져나갈 수 없다.



*** 출판사 도서 협찬을 받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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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닌 - 제2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하승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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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성의 기준을 확정할 수 없음에도 다수의 평화를 위해 소수를 비정상으로 낙인찍는다. 이 행위는 매우 의도적이며 특정한 형태의 악의로 나타나기도 한다. 문화나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기도 하지만 그 정체는 명백하다. ‘차별주의‘ (*출판사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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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손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2
단요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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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작은 사회는 높은 폐쇄성만큼 그 안의 인간관계를 쉽게 비틀어 놓는다. 외부의 인간은 간섭하기 힘든 독자적인 규칙에 따라 아이들은 서로의 고통을 헤집는다. 누군가는 타인을 길들이고, 누군가는 모멸감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숙인다.

어린 시절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수많은 말들은 편견이며 상상에 불과하다. '기이함과 추함과 주먹질과 발작적인 웃음'을 제거하고 무해함과 다정함만을 내세운 기만행위다.

'예쁘지도 선하지도 않은 것이라면 구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저 짓밟아버려도 되냐'는 물음은 언제나 유효하다. 사회는 정상성이라는 개념을 무기로 범위 밖의 사람을 배척한다. 배척 행위 안에서 존중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사람은 자신과는 다른 타인에게 비정상이라는 판결을 반복하며 권력을 과시한다. 그들이 내보이는 연민이라는 감정 역시 과시의 결과물이며 오만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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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러리
사라 스트리스베리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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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많이 지난만큼 밸러리는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하지만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적어도 독자들의 기억 속에서는 부활했다.

허구로 되살린 인물은 얼마나 실재와 닮아있을까. 저자 본인이 환상문학이라 명명한 만큼, "그나마도 충실히 재현하지 않았다"한 만큼 거리가 있을 것이다.

읽는 동안,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특유의 연출은 그 혼란스러움을 더욱더 가중시켰다. 급변하는 화면 전환 속에서 이야기는 매끄럽기보다는 자주 끊어졌다. 이 모든 요소들이 저자가 구현한 밸러리다. 만들어진 모든 것이 파편적이기에 어쩌면 밸러리였을지도 모를 이 인물에 대해서도 부분부분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글로써 이미지화한 자기 파괴적인 면모만은 생생하게 다가왔다.

이처럼 환상문학으로 표현된 밸러리의 치열한 생존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애도다. 실재하던 밸러리가 아닐지라도 책을 통해 그녀의 삶을 기억할 수 있고 안녕을 빌 수 있다. `기록'이라는 책 본연의 기능답게.


#밸러리 #문학동네

*** 출판사 도서 협찬을 받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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