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녀서 거장의 클래식 5
천쉐 지음, 김태성 옮김 / 글항아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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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여성의 존재는 놀라운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항상 놀라다 못해 분노하는 대중이 존재한다. 여성의 내면을 활자로 보는 행위를 영원히 낯설어 할 작정인지 매번 충격을 받고 매번 거부의 논리를 외친다. 거기에 성소수자라는 정체성도 드러나면 귀신보듯 혼비백산한다. 『악녀서』를 둘러싼 과거의 논란도 다를 것이 없다.

당연하게도 살아 숨쉬는 사람은 행동할 수 있다. 그러니 여자가 글을 쓰는 것, 성소수자가 본인의 삶을 글로 드러내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다. 그냥 살아가는 것일 뿐이니까.
그런데 일부는 누군가의 정체성을 모욕하며 타인의 삶을 인정하지 않는다. 질리지도 않는지 존재하지 않는 자격증을 내밀며 아직도 난리를 치고 있다.
책이나 유튜브, 각종 SNS에서도 찾을 수 있는 성수자들의 이야기가 그들 눈에는 언제나 처음과도 같은 지 반응이 한결같다. 여러분, 여자끼리도 관계를 맺습니다. 심지어 그걸 글로도 쓸 수 있습니다. 당신들처럼요.

욕정을 서슴지 않게 드러내고 환락에 빠진 채 방황하는 캐릭터, 갑자기 등장하는(실재하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과거의 연인 등은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성별이 여성이라면? 많은 것들이 달라질 수 있다. 심지어 현대에서조차도.

천쉐 작가가 열어놓은 이야기의 문을 우리는 이제야 볼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출간될 다른 글을 생각하면 축제라고 부르고 싶다. 다른 이야기 보따리가 빨리 도착하길 빌어본다.


*** 출판사 도서 협찬을 받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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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과잉 사회 - 성비 불균형이 불러온 폭력과 분노의 사회
마라 비슨달 지음, 박우정 옮김 / 현암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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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타고남을 조작할 자유가 있는가.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된다. 시대에 따라 조작은 ‘고치다’로 둔갑하기도 한다. 『남성 과잉 사회』에서는 ‘치료’라는 단어로 불린다. 다른 단어들이 자리를 꿰차더라도 이것이 비윤리적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가부장주의의 유산인 성별감별낙태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아직까지도 특정 성을 원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심지어 아시아권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책에서 거론한 미국을 들여다보자. 자본주의의 화신과도 같은 미국 사회 답게 성별 감별이라는 의료기술은 자본주의와 결합한다.

또한 미국인들은 상업화된 맞춤식 의료 서비스도 싫어하지 않는다. “성별 선택은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이에요. 싫으면 사지 않으면 됩니다. -본문351쪽

이 맞춤식 의료 서비스를 옹호하는 미국인들은 아시아권과는 달리 가부장적 사고에 따르지 않기 때문에 본인의 선택은 다르다고 얘기한다. (본문352쪽) 성별선택을 행한다는 점에서 다를게 없음에도 자기합리화에 빠지고 만다.

시대마다 나름의 성별선택 기법은 거의 언제나 존재한다. 그러나 오늘날의 상황은 보다 더 위협적이다. 유전자 단위에서 건드릴 수 있는 첨단 의료 기술은 치료라는 이름 아래 접근성이 낮아졌고, 비도덕적 행위는 개인의 기호로 탈바꿈됐다.
유전적 질병을 물려주지 않기 위한 의료 기술은 이제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영화속 상상처럼 지식이나 외모를 유전자 단위로 선택해 아이를 낳는 시대도 멀지 않았다. 그러한 자본과 기술을 현재 존재하는 아이들에게, 아직까지 정복하지 못한 수 많은 난치병 치료에 쏟았다면 많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남성 과잉 사회를 만들어낸 욕망 과잉 사회에서 언제나 도덕적으로 행동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적어도 의학 기술만은 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위험한 기술엔 반드시 높은 도덕성과 엄격한 책임감이 뒤따라야 한다.


***출판사 도서 협찬을 받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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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억 번째 여름 (양장) 소설Y
청예 지음 / 창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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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와 디스토피아 물은 이제 메이저 소재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시대를 막론하고 영화, 만화, 소설 등의 여러 콘텐츠 속에서 꾸준히 존재했는데, 오늘날만큼 많아진 적이 또 있을까.
인류의 미래 전망이 어둡다는 걸 작가도 독자도 이미 알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소재는 가상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 이어진다. 수많은 기시감 속에서 움직이는 등장인물들은 마치 자기 반영을 한 것처럼 동질감을 선사한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곧 내 이야기인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소설이 이러 식으로 동작하긴 한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미래의 완전한 가상 세계를 그림에도 이게 완전히 현재의 이야기가 돼버린다는 것이다. 몇백 년이나 몇천 년 뒤의 미래라는 설정은 장식이 되고, 지금, 바로 여기의 순간들이 펼쳐진다.

현실과 마찬가지로 지배계층 아래에서 착취 당하는 수많은 사람들. 본인들이 선택하지 않은 것들로 인해서(본문59쪽) 애도 행위마저 박탈당한 피지배계층. 결국엔 반복하는 역사를 증명하듯 착취하는 자들은 무너지며 착취당하던 자들만 살아남는다. 권선징악이라는 문학적 해피엔딩으로 끝맺으며 독자는 아직 진행형 멸망 물인 현실로 돌아온다. 소설 속에서 지켜봐야만 했던 결말은 이제 독자의 손에 달려있다. 타인이 아닌 바로 우리의 선택으로 미래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 순간에 나 역시 함께할 수 있다면 좋겠다.


***출판사 도서 협찬을 받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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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머
모래 지음 / 고블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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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라는 건 의도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얽혀버리며 칼같이 끊어지지도 않는다. 『드리머』 속 인물들은 서로 엮이지 않는 게 좋았을 인연이다. 모두 서로를 부정적인 방향으로 신경 쓴다. 우정이라고 하기엔 꽤나 지저분하고 질척인다.


인물들의 성격과 행동에 공을 들인 도입부 덕분에 독자는 어렵지 않게 소설의 비극적 결말을 예상하게 된다. 하지 말아야 할 선택들의 연속적인 등장은 그 예상에 힘을 실어준다.

잘못된 선택의 원인은 '취약성'에 있다. 주요인물들은 환경적으로, 정신적으로 취약하다. 사이비 종교와 같은 사기는 언제나 그 지점을 쉽게 파고든다. 소설 속의 신비한 힘을 가진 수첩도 마찬가지다. 오컬트 장르답게 그 힘만은 진짜지만, 결과물이 신통치않다. 사람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고려할 수 없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어떤 위대한 힘을 갖고 있더라도 수첩은 물건에 불과하다. (힘을 갖고 있다는 표현은 부정확하다. 그냥 붙어 있다. 기능이라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없다면 이 수첩은 불필요하다. 결국 여정, 필립, 기철의 마지막 선택은 필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욕망을 이루어준다한들 현실이 아닌 꿈에 불과한데 집착해서 뭐하나.



*** 출판사 도서 협찬을 받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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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43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황유원 옮김 / 휴머니스트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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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는 단어 없이 각각의 문장을 살려 놓은 명확한 번역.
보다 원어에 가까운 이해를 원한다면 이 판본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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