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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손 현대문학 핀 시리즈 장르 2
단요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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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작은 사회는 높은 폐쇄성만큼 그 안의 인간관계를 쉽게 비틀어 놓는다. 외부의 인간은 간섭하기 힘든 독자적인 규칙에 따라 아이들은 서로의 고통을 헤집는다. 누군가는 타인을 길들이고, 누군가는 모멸감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숙인다.

어린 시절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수많은 말들은 편견이며 상상에 불과하다. '기이함과 추함과 주먹질과 발작적인 웃음'을 제거하고 무해함과 다정함만을 내세운 기만행위다.

'예쁘지도 선하지도 않은 것이라면 구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저 짓밟아버려도 되냐'는 물음은 언제나 유효하다. 사회는 정상성이라는 개념을 무기로 범위 밖의 사람을 배척한다. 배척 행위 안에서 존중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사람은 자신과는 다른 타인에게 비정상이라는 판결을 반복하며 권력을 과시한다. 그들이 내보이는 연민이라는 감정 역시 과시의 결과물이며 오만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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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러리
사라 스트리스베리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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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많이 지난만큼 밸러리는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하지만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적어도 독자들의 기억 속에서는 부활했다.

허구로 되살린 인물은 얼마나 실재와 닮아있을까. 저자 본인이 환상문학이라 명명한 만큼, "그나마도 충실히 재현하지 않았다"한 만큼 거리가 있을 것이다.

읽는 동안,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특유의 연출은 그 혼란스러움을 더욱더 가중시켰다. 급변하는 화면 전환 속에서 이야기는 매끄럽기보다는 자주 끊어졌다. 이 모든 요소들이 저자가 구현한 밸러리다. 만들어진 모든 것이 파편적이기에 어쩌면 밸러리였을지도 모를 이 인물에 대해서도 부분부분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글로써 이미지화한 자기 파괴적인 면모만은 생생하게 다가왔다.

이처럼 환상문학으로 표현된 밸러리의 치열한 생존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애도다. 실재하던 밸러리가 아닐지라도 책을 통해 그녀의 삶을 기억할 수 있고 안녕을 빌 수 있다. `기록'이라는 책 본연의 기능답게.


#밸러리 #문학동네

*** 출판사 도서 협찬을 받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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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수사
연여름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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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의 기억이나 마음을 읽는 능력은 적어도 인간관계 안에서만큼은 한없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 초능력이 없는 상태에서도 인간관계는 이미 넘칠 만큼 복잡하고 쉽게 불행해진다. 오해와 대립은 흔한 일이며, 화해는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모래성이다. 


  초능력은 갈등의 증폭제다. 수많은 변수를 낳으며 기꺼이 불행을 향해 달려가게 만든다. 선택지는 얼핏 하나처럼 보인다. '인간관계의 휴정 상태'를 고수하는 것. '사랑도 증오도 없는' 무감정의 길을 걷는 것. 


  하지만 내면의 문을 영원히 닫아 둘 수는 없다. 애초에 길은 하나가 아니다. 사람은 '살아있음'의 상태만으로도 또 다른 선택지를 얻는다. 온전히 자기 자신만의, 자기 몫으로만 이루어진 선택이 아닐지라도, 결과물은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출판사 도서 협찬을 받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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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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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장소가 희망을 불러올 수 있을까. 누군가는 너무나 가볍게 희망을 이야기한다. 약속될 수도, 보장될 수도 없는 말은 내뱉은 순간 사라진다. 기록으로 명시된다 해도 결과물은 예측하기 힘들다. 모호한 만큼 닿을 수가 없다.

  희망의 얼굴은 시시각각 변화해서 곁에 있어도 눈치챌 수 없다. 대단한 업적 끝에 다다를 수 있는 신기루인 동시에 사소한 순간에 나타나는 익숙한 형태의 무언가다. 때문에 희망에 대한 욕구는 본질적으로 부질없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면서도 사람은 희망을 원한다. 인류의 문명이 언제나 희망과 함께했듯이. 더 나은 무언가가 될 수 있다는, 더 나은 길로 향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나아갔듯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인류세의 끝에서도 인류는 여전히 희망을 찾고 있다. 이제 와선 망상에 불과할지 모를 이 낙관을 붙잡고 있다. 낙관이 모든 것을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견딜 수는 있게 해줄 것이다. 견디는 행위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그 자리에 인간은 없을지도 모른다.  



**출판사 도서 협찬을 받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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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의 마법 살롱
박승희 지음 / 허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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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먼 드라마 장르, 짧게 힐링물이라 말할 수도 있을 이 장르는 언제나 수요가 있었다. 그렇기에 출판계에서 이 장르가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주로 주택 표지를 내걸고 나오는데, 성장의 규모를 볼 때 하나의 장르로 딱 떼어 놓아도 될 정도다. 『제인의 마법 살롱』 역시 이에 속한다. 상처받은 사람들과 상처를 달래주는 해결사가 등장하며,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독자들의 상처까지도 어루만져준다. 이 해결사가 전통적인 미스터리 장르의 탐정처럼 어떤 정답을 제시하는 건 아니다. 책의 부제와 같이 엉킨 기억, 더 자세히 표현하면 엉킨 감정을 해소해준다. 상처의 근본 원인이 사회 문제와 닿아있는 만큼 함부로 접근할 수는 없기 때문에 바깥이 아닌 캐릭터의 내면을 파고드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꼭 원인이 해소되어야 할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행복이라는 다정한 결론에 이를 수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그 어떤 전문가도 쉽게 내놓을 수 없다. 특히나 소설이 내놓아야 할 책임은 거의 없다. 더욱이 다정함이 부족한 세상이다. 아니,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야기 안의 다정함이야말로 이상적 해피엔딩 중 하나이기에 계속 쓰일 것이고 읽힐 것이다.

**출판사 도서 협찬을 받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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