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가 사랑을 기억하는 법 - 사랑과 기억에 관한 가장 과학적인 탐구
이고은 지음 / 아몬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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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사랑이 이제는 너무 싫다. 사랑에 심신(心身)을 불태울 시간도 에너지도 부족한 걸 떠나 아깝다. 일에 지쳐 나가떨어졌을 때 쓸쓸한 사랑의 온기가 간절하다가도, 어느 순간 사랑에 진절머리날 때도 있다. 『심리학자가 사랑을 기억하는 법』은 이런 어른이에게 딱 적절한 사랑의 균형을 보여준다. 잔잔하고 그윽하게, 그 사랑을 헤아려볼 수 있도록.


인간의 마음을 해부하는 심리학은 사실 보다 과학에 가까운, 차가운 학문이다. 자극을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일련의 정신 과정으로 공부하는 인지(認知) 심리학자가 자기 사랑을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해석하여 내어보내는 모습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전시(展示)하는 것이 아니라 발산(發散)하기 위해서. 이 겸손한 사랑의 모습이 하 잔잔하여,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는 순간 같은 마음을 가졌던 사랑의 기억을 되돌리고, 다시금 그러한 기억을 만들고 싶어 사랑하고 싶어진다. “어쩌면 누군가와 이 책을 함께 읽기 위해 당신은 사랑을 시작할 수도 있으리라”는 신형철 평론가의 말이 어쩌면 이다지도 정확한지.


“상대를 아름답고 지적인 사람으로 인정하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면 그 사람은 적어도 나에게 만큼은 아름답고 지적인 사람으로 행동한다. 서로 선순환의 궤적을 그리게 되는 것이다. 좋은 관계는 상대를 어떤 마음으로 대하느냐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뇌는 환경과 상황을 파악해 그에 맞는 가장 타당한 행동을 선택한다. 상대를 ‘소중하게’ 대하면 그는 정말로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사람이 된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상대란 불가능하지만 내 마음에 만족스러운 사람은 가능하다. 나 역시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상대에게 만큼은 흡족한 사람일 수 있다. 운명적인 사랑이란 건 없지만 사랑의 운명은 두 사람의 마음에 달렸다.”


내 깊은 곳의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는 에세이란 장르가 좀 그렇다, 속살 아닌 속살을 드러내는 것처럼 부끄럽기 그지없다. 에세이의 옷을 입은 심리학 교양서가 이미 낯설지 않은 이 시절, 진짜 에세이다운 심리학 에세이가 『심리학자가 사랑을 기억하는 법』이 아닌가 조심스레 입을 열어본다. 마음을 감정을 기억을 고스란히 열어 보이는 것이 에세이라면, 이 책이야말로 심리학자의 감정과 기억을 솔직하게 열어보인 에세이가 아닌가 싶고, 그 안에 저자의 학문적 기억이 드러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싶고. 예시로 첨부된 반가운 학자들의 이름을 눈에 담으며 과거에 담아두었던 그들의 연구들을 기억하고, <참고문헌>을 통해 저자가 공부한 흔적을 읽을 수 있는 것이 감사하다. 특히 『소모되는 남자』등으로 유명한 로이 바우마이스터의 ‘높은 마음’ 연구 레퍼런스를 찾을 수 있어 기뻤다.


“미국의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F. Baumei-ster)는 어떤 상황에서도 정돈된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높은 마음’이 기본 값으로 세팅되어 있다고 했다. 또한 높은 마음이 익숙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각종 사고나 중독 문제를 비롯해 여러 범죄를 덜 저지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사랑의 수명은 영생이지만, 사실 사랑은 언젠가 사멸한다. 슬프게도 우리의 유한한 기억 때문에, 기억이 사라지면 사랑도 사라진다. 소설가 이승우는 사랑의 숙주가 인간이라고 했지만 사실 사랑의 숙주는 인간의 기억인 셈이다. 벌써 다섯 번째 덮는 책의 마지막 장을 아쉬워하며, 이 사랑의 책을 좀더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이 마음을 기록한다. 이렇게 잔잔한 사랑의 속살들을 닮아갈 새로운 순간들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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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 미술에 대한 오래된 편견과 신화 뒤집기, 개정판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 지음, 박이소 옮김 / 현실문화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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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과거가 희미해지는 느낌이다. 분명 의미 있게 읽었던 책도 기억에 희미하고 한 장 두 장 넘기며 만나는 내 연필 밑줄과 필기에 흠칫 놀란다. 옛날 같았으면 완연한 내리막에서 불안해야 했을 나이, 세상이 변하여 아닌 척 한 자기 자리를 유지하며 아직도 내일을 바란다.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를 다시 펼친 건 정말 오랜만이다. 오래전 읽었던 책을 다시 읽을 수 있다는 건 책을 쌓아두고 치여 사는 이의 특권 아닐까.

저자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는 1장부터 여러 장의 도판을 제시하며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와 ‘이것은 미술이다’로 저자를 도발한다. 미술사의 틀을 잡으려는 목적으로 이 책을 읽은 이라면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다. 저자는 어떤 미술책이라도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라스코 동굴벽화’,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부터 미술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으니. 이게 무슨 말인가? 두 장의 도판으로 저자의 의도는 쉽게 드러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는 미술이 아니라고 하지만 뒤샹의 「엘라쇼오뀌」는 미술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외부 주문에 의한, 종교적인 의제를 위한, 생활의 이용 목적을 위한 미술은 미술이 아니다. 작가의 내면에서 일어난 자이의 표현이 미술이라고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의 저자는 주장하고 있다. 이 명확한 이야기를 하려고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는 한 권의 책을 썼다. 물론 뻔한 이야기만 주야장천 하지 않는다. ‘예술’이라는 용어, 미학 이론, 미술창작을 할 수 있는 특권, 아카데미의 영향력, 박물관의 역사, 모더니즘, 아방가르드-대중미술을 이야기하면서 미술의 사회학적 속성을 ‘계급’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한다. 서양 백인 남성 중심의 미술사 비판, 고급 취향의 부질없음, 대중문화의 가치 등 어찌 보면 뻔한 이야기가 전혀 뻔하지 않게 서술된다.

물론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는 최근 책이 아니다. 1995년 작, 역자 박이소가 부지런히 번역했는지 한국에는 1997년에 출간되었다. 이 책이 나오고 오래되지 않아 역자가 사망해 번역을 손볼 만한 여력이 없었을 텐데도 번역은 훌륭하고 문장은 매끄럽다. 어디 하나 불만이 나올 데가 없다. 중간중간 분홍색 별색으로 첨가한 역자 주(注), 전문용어의 설명은 친절하다. 가격까지 훌륭하다. 표지도 분홍색 별색 1도, 내지는 재생 용지를 사용하고 도판을 흑백으로 인쇄해서 이 저렴한 가격이 나왔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런데도 책 내지에는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도판들이 가득하다. 내지 레이아웃도 칭찬할 만하다. 도판이 글이 흘러가는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어 글을 읽다가 앞뒤 페이지를 뒤적거릴 필요가 없이 편안하다. 이미지가 중간중간 크게 들어가 있어 책장 넘어가는 속도가 빠르다. 중급 독자라도 술술 읽으며 성취감을 느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곰브리치에 밑줄 긋고 서양미술사 교양수업을 착실히 들은 대학 1~2학년에게 추천한다. 서양 남성 백인 중심으로 서술된 곰브리치나 잰슨의 서양미술사에서는 볼 수 없는 여성, 제3국, 대중문화의 이야기가 균형 있게 들어 있는 아주 좋은 책이므로. 좋은 책은 오래오래 살아남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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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훔친 미술 -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의 결정적 순간
이진숙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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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하다.

이진숙의 책은 늘 그렇다. (500페이지!) 시류에 타협하지 않아 크고 두꺼울 뿐 아니라, 내용도 가볍지 않다. 그래서일 것이다. 이진숙이라는 이름 하나에 담긴 묵직한 신뢰는. 이진숙의 책이 나올 때마다 기대를 가지고 구입하는 사람들이 나의 핵심 지인 몇몇이다. 물론 나 역시 그 ‘신뢰’ 그룹의 일부다. 전작 『러시아 미술사』도 좋았지만, 『시대를 훔친 미술』도 너무 좋았다. 대단하다.

한 장의 그림이 나오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은 당대의 흐름 가운데 길어올라 세계의 냄새를 담고 생각을 입힌다. 그래서 『시대를 훔친 미술』에 나오는 핵심 그림들은 그 시대의 정수를 담은 한 컷이다. 1416년 플랑드르의 랭부르 형제 「배리 공작의 매우 호화로운 기도서」에서 시작하여 1993년에 독일에서 재현된 케테 콜비츠 「죽은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 까지, 저자는 28개의 키워드 그림을 제시하며 시대의 23순간을 밝히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책에 싣기 쉽지 않았을 수많은 근작 작품들이 인상적이었으며, 뒤쪽으로 갈수록 아는 듯 하면서 잘 몰랐던 내용들을 깊이 있게 읽어볼 수 있어 좋았다. 역시 근현대미술로의 접근성은 쉽지 않다. <민족주의의 발흥>부터는 정말로 뿌옇던 것들에 벽돌을 놓는 기분이었다. 솔직히 ‘대한제국의 사람들’이 나왔을 때 억! 소리가 나왔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어쩜 나 자신이 한국인인데 우리나라 미술이 나올 거라는 생각을 요만큼도 하지 못했다니. 나도 모르게 미술사의 중심에서 우리나라를 너무나 멀리 제외하고 있었던 것. 엘리자베스 키스의 그림과 함께 일제의 만행과 러일전쟁을 이야기하는 매끄러운 말솜씨라니. 저자 이진숙은 정말 대단하다. 흠을 잡을 수가 없다. 고급정보를 실은 묵직한 책이라 대중이 어려워할 거라는 걸 굳이 흠으로 잡아야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거기에 체코의 민족주의에 알폰스 무하를 끌어내는 솜씨란... 대박 대박 대단하다는 감탄사가 주르륵.

실은 이건 미술책이라기보다 역사책이다. 『시대를 훔친 미술』이라는 감각적인 제목도 좋지만 내가 이 책을 설명해야 한다면 ‘시대를 반영한 미술’ 혹은 ‘시대를 훔친 미술’같은 제목을 붙이리라. 역사의 면면을 키워드처럼 잡아 유연하게 흐르게 한 책이라 저자의 센스와 세계관, 다채로운 인문학 지식에 대한 칭찬이 주가 되겠지만, 이런 지식이 켜켜이 쌓인 두꺼운 책의 가치는 요즘에 있어 더욱 귀하고 대단하다. 이 책은 세 번 이상 읽어야 그 가치를 제대로 안다. 무조건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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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32가지 -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반 고흐 이야기
최연욱 지음 / 소울메이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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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화가’를 묻는 질문에는 늘 두 명의 화가가 후보에 올랐다. 장 프랑수아 밀레와 빈센트 반 고흐. 이전에는 두 사람이 팽팽했으나 요즘엔 고흐가 우위를 차지하는 느낌이다. ‘이발소 그림’의 대명사였던 밀레의 「만종」과 「이삭줍기」가 화려한 색깔과 율동적인 터치의 고흐 그림에 밀리고 있으며, 몇 년 전 《러빙 빈센트》영화에 이르러 결정적인 타격을 입었다. 나는 자주 생각한다. ‘왜 그렇게 사람들이 빈센트 반 고흐를 좋아할까?’ 『반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32가지』는 그런 알쏭달쏭 가운데서 고른 책, 어떻게 (전기도 아닌데) 반 고흐 하나로 책 한 권이 나올 수 있지?라는 궁금증도 포함해서.


『반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32가지』는 반 고흐의 삶을 32개의 꼭지를 잡아 좁고 깊게 파들어간 책이다. 이런 책 제목과 내용이라면 32개의 꼭지를 상위 목차 없이 흐름만 고려해서 나열했을 것 같은데 의외로 잘 세분한 목차를 보고 놀랐다. 하긴, 얇은 미니북도 아닌데 목차가 너무 구분 없어도 안되는 게 맞다. 고등학교 입학 때부터 고흐에 대해 단편적으로나마 배워온 내게 이 책의 80% 이상은 낯설지 않았다. 다만 이 책을 통해 나의 반 고흐 나무는 가지가 더 붙고 이파리가 더 무성해졌다고나 할까. 특히 이 책의 진수는 뒤쪽 20%다. 뒤로 갈수록 내가 잘 몰랐던 테오의 죽음 원인, 일본인들의 반 고흐 사랑 정보가 나오는데, 우키요에에 미쳤던 반 고흐를 역으로 일본인들이 사랑해 준다는 게 참 좋았다. 사랑을 주고 나중에는 받게 되는 사랑의 순환이 내게는 너무 좋았다. 물론 고흐가 살아생전에 누군가가 고흐 그림의 가치를 알아주면 더 좋았겠지. 그러나 그리되지 못했기에 지금 받고 있는 고흐의 사랑은 더 기쁘고 애틋하다. 누군가가 (가족이었던 테오와 요한나 봉어) 고흐를 철석같이 믿어주었기에 이 그림의 가치가 묻히지 않았다는 것. 이것 역시 사랑 말고 그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세상천지 외면한 것 같은 고흐에게 사랑 하나는 남아있었다.

고흐가 사랑받은 이유가 꼭 그림 때문일까? 나는 고흐가 남긴 기록 때문이라고도 생각한다. 다량의 스케치와 더불어 900통이 넘는 편지는 고흐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하여, 좋아하는 누군가를 알고 싶어 하는 인간의 마음을 충족한다. 그래서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아가 고흐를 사랑하게 된다. 고흐는 살아생전 사랑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토록 간절하게 사랑받을 씨앗을 뿌려두었다. 그의 씨앗이 봄을 맞아 싹트고 꽃 피고 열매를 맺고 다시 봄을 맞고. 그리하여 무성한 사랑을 거두고 또 거두는 것이다. 이런 책 한 권이 나올 정도로. 누가 뭐래도 기록이 이긴다. 고흐가 승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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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게 말을 걸다 - 난해한 미술이 쉽고 친근해지는 5가지 키워드
이소영 지음 / 카시오페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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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을 쓰셨군요.”

미술책 작가 슈퍼셀럽 이소영 작가의 신작 『미술에게 말을 걸다』를 읽으면서 내 입에서 나온 감탄은 다름 아닌 칭찬 of 칭찬. 344페이지에 이르는 두꺼운 책에 대충 들어간 내용이 없이 실한 읽을거리에 깜짝 놀랐다. Part 1과 Part 2로 구분한 간결한 목차와 함께, 미술과 친해지는 ‘일상’, ‘작가’, ‘스토리’, ‘시선’, ‘취향’ 다섯 가지 키워드가 한눈에 들어왔다. 두꺼운 책은 목차를 숙지하는 것이 필수, 이 다섯 가지 키워드를 잘 숙지한다면 『미술에게 말을 걸다』가 아무리 두꺼워도 페이지를 술술 넘길 수 있을 것.

『미술에게 말을 걸다』의 가장 큰 장점은 쉽다는 것. 책표지를 넘기고 책장을 넘기며 읽어봐야 쉬운지 안 쉬운지 알 수 있는 책이 아니라, 그냥 책표지만 넘기면 바로 읽고 싶은 쉬운 책이다. 이건 이소영 작가의 최고 장점, 뭘 쓰고 만들어도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지는 나로서는 아무리 바라도 따라잡을 수 없는 부러운 자질이다. 하루 만에 두꺼운 책 한 권을 훌렁 읽어버릴 정도로 문체도 쉽고 설명 역시 구체적이다. 구석구석 들어간 이미지를 보면서 생각이 많았다. 이런 신식 이미지는 저작권료가 많이 들었겠다. 이 화가와 어쩌면 안면이 있을까. 고화질 이미지를 구하느라 힘들었겠다. 다양한 이미지를 구하느라 고생이 많았겠다. 그런 잡다한 생각들. 그 다양한 이미지 중에 내 마음에 쏙 든 그림은 「법순과 푼수의 수표」, 1910, LH 토지주택 박물관. 모댁의 하녀인 병든 김푼수를 아내로 데려가려고 보통 여자 노비의 여섯 배인 300냥을 주인에게 지불한다. 이 사랑의 거래(?)를 두 남녀의 손을 그려 기록하는데. 나 역시 동일하게 믿는다. 모든 시각 예술은 예술 작품이며, 내 마음에 와 닿는 의미를 정확히 알 때 마음에 오래 남는다고.

이소영 작가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확고히 갖춘 것 같다. 접근성. 개인적으로는 짧을 수도 있는 Part 1이 가장 좋았다. 다섯 개의 키워드로 구성된 Part 2는 이미 미술 전공자인 내게 낯익어서 그럴 것이다. ‘일상’, ‘작가’, ‘스토리’, ‘시선’, ‘취향’ 키워드를 어찌나 잘 잡았던지 부럽부럽 감탄감탄. 미술에 관심 많은 고2학생이나 미대생이 아닌 대학생에게 딱 좋은 책. 또 다시 완성도 높은 좋은 책을 하나 손에 쥐어 반가웠다.

“그러므로 책을 읽다가 저와 생각이 맞닿은 부분, 반대인 부분에 밑줄을 긋고, 귀퉁이를 접고, 사색 속에서 저와 논쟁하세요. 그러면 자기만의 관점으로 미술을 감상하는 힘이 생기고, 사유가 역동적으로 변할 것입니다. 미술로 세상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익숙해지실 겁니다. 한마디로 미술과 좀더 친해지실 수 있을 거예요.”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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