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서 꺼낸 미술관 - 내 삶을 바꾼 아웃사이더 아트
이소영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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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화가(日曜畵家)라 불리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5, 나인 투 식스로 생계를 성실히 유지하고, 퇴근 후, 혹은 주말에 자신의 취미, 혹은 예술을 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을 예술가라 부르지 않는다. 예술로 밥 먹고 살 수 없는 본인을 직장인이라 부르는 겸손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좋고, 나 역시도 그 부류의 인간이다. 우리는 예술가이고 싶지만 진짜 예술가가 아니라 생활이 우선인 용기 없는 사람들이라는 내면의 위축감이 있고, 그럼에도 시간을 쪼개 뭔가 계속 생산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사람들이라는 마음이 있으므로.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이 눈물 나게 좋았던 이유가 그래서였다. 세관원을 하여 르 두아니에(Le Douanier)’로 불렸던 대표적인 일요화가 앙리 루소로부터 시작하여 청소부였던 헨리 다거, 우체부였던 페르디낭 슈발과 루이 비뱅, 가정부였던 세라핀 루이 등 화가로서 인정받기를 감히 욕심내지 않고, 세간의 유행에 눈을 돌리지 않으며, 시간을 귀히 여겨 끊임없이 작고 간결한 (앤 라이언)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물론 이 책에는 착실하게 자기 세계를 다져간 조용한 화가들, 세파 가운데 생존조차 버거울 때 살고자 그림을 그린 화가들, 흑인 노예였기에 세상에 남긴 메시지가 거의 없는 화가. 정신적인 붕괴로 인하여 괴이한 그림을 그린 화가들도 나온다. 그러나 토레스 가르시아를 설명하며 기록한 이소영 작가의 이야기처럼 나 역시 삶의 물결이 비슷한 예술가를 만나면 나는 더 그의 삶을 돋보기를 가지고 바라본다.” 오늘 하루가 그냥 지나가는 것이 너무 아쉽고, 이 세상에 뭔가 남기고 싶어 몸서리를 치며 시간을 쪼개 쓰는 사람들. 뉴욕까지 미술 유학을 왔지만 생활비를 버느라 막상 그림 그릴 시간이 없어 ‘3×3’ 미니 캔버스를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며 지하철 안에서 그리는 그림으로 기쁨을 누렸던 강익중과 우리와는, 살아있을 때 종래 유명해지고 세상에서 인정받고 찬사를 얻었다는 것 이외에 무엇이 다를까?

 

목적 없이 못 배겨서 하는 창작의 생활. 누가 알아봐주기를 바라지 않으며 그저 삶 자체로 만족하는 그들이, 언젠가 그들의 삶이 아름다웠다 말하며 서랍에서 꺼내 주는 이 앞에서 얼마나 부끄럽고, 또 얼마나 감당할 수 없이 기쁠까. 이소영 작가의 초록빛 온아(溫雅)한 눈이 어찌나 귀하고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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