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 출판사의 작은 책들은 아주 작은 주제로 딱 알맞은 만큼의 수다를 전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 정리하는 법』을 써내린 저자는 헌책방을 운영하는 조경국. 그는 나와 당신과 같은 간서치처럼 책 분리불안증을 앓고 처치 곤란 책의 성 가운데에서 활자 중독으로 침침한 눈을 비빈다. 당연히 자기의 보물 혹은 짐(?)이 되어버린 책들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고민했던 시간을, 꿈의 서재를, 그러다 헌책방을 꾸리게 된 사연을, 오랫동안 닦고 붙이고 싸매고 꿰맨 소중한 책들을 선보인다. 세상에 책 싸는 재료, 책 싸는 법, 책 닦는 오일 스프레이 사진까지 보여줄 정도니 말 다 했다.
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좀 바보스럽다. 세상천지 돈 안되는 거 책 같은 게 없는데, 책에 반해서 낡은 책들만 애지중지하다가 정신을 못 차리다가 세상의 ‘인싸’가 아니라 ‘아싸’로 내내 산다. 저자 역시 그런 사람. 늘 책 때문에 아내에게 가족에게 타박을 당하고, 돈 안 되는 헌책방을 운영하고, 관심 있는 건 남의 멋진 서재 정도뿐. 그러나 간서치만이 알 수 있는 서로의 끌림. 그것 때문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책 수다가 계속 책이 되어 나오는 것이다.
특별히, 저자가 발췌해 적어둔 정수복의 파리 시절 서재 이야기가 눈부셨다. 몇 번을 읽어도 눈이 부시네. 아름다운 것은 눈에 담기만 해도 마음으로 읽기만 해도 사람을 적시는 것이다.
“내가 살던 아파트는 ㅁ 자 모양으로 되어 있고 가운데 정원이 있었는데, 내 아담한 서재의 유리창을 통해 그 안마당이 보였고, 마당 너머로 다른 건물 정원의 나무가 보였으며, 건너편 건물 돌벽을 덮고 있는 담쟁이덩굴도 보였다. 비가 오고 눈이 내리며 구름이 흘러가는 하늘도 보였다. 햇빛이 드는 집을 찾기 어려운 파리의 주택 사정을 고려할 때, 그런 서재를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은 내 인생의 행운 가운데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