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인문학 :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 - 미술사 결정적 순간에서 창조의 비밀을 배우다
김태진 지음 / 카시오페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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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정, 나는 둘 중 어디에 치우쳐 있는지를 굳이 묻는다면 나는 감정 쪽이다. 물론 두 가지를 균형 맞추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어느 편을 드는지를 묻는다면 어쩔 수 없이 감정이다. 『아트인문학 :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의 저자 김태진 역시 나와 같은 사람일 것. 굳이 ‘시대’와 ‘영혼’으로 미술을 풀어나가려다가 ‘영혼’에 방점을 두어 『아트인문학』을 썼으니.

그렇다고 『아트인문학』이 작가의 신성한 영혼과 작품의 위대함만을 서술한 작품은 아니다. 너무나 체계적으로 르네상스 이후 고전미술의 형성과 해체, 그리고 현대미술의 개화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의 흐름 가운데 열 가지의 관점 혹은 세계관, 즉 패러다임 전환 사건을 제시한다. 원근법, 해부학, 유화, 명암법, 알라 프리마, 색채학, 현대성, 표현, 추상, 착상의 열 번의 전복.

이 패러다임들이 바로 뼈대다. 튼튼한 구조 위에 착실히 얹힌 것은 개념들을 뒷받침하는 설득력 있는 정보들. 어느 정도 미술사 지식을 쌓은 나이지만 『아트인문학』을 통해 수많은 빈틈을 확인했다. 고화질의 도판과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들, 그들의 깨알 같은 이야기들이 부족한 내 지식의 밀도를 채웠다. 게다가 툭하면 감탄할 수밖에 없는 저자의 유려한 글줄. 이건 지식이 아니라 영혼을 건드리는 글쓰기다. 한 노인을 그린 다음 페이지의 그림을 보자. 보는 이들을 몰입시키는 이 그림에서 우리는 렘브란트가 추구한 그림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그건 바로 ‘한 사람의 인생을 한순간에 담아내는 듯한’ 그림이다. 고요한 분위기로 화가를 바라보는 이 노인은 모자와 의상으로 보아 유대인이다. 그의 얼굴과 자세, 꼭 쥔 두 손을 보면서 우린 이 노인이 걸어온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져옴을 느낀다. 그는 아마도 올곧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수많은 시련에 아픔도 많이 겪었지만 자신이 믿는 바를 단단히 지켜온 자신감이 엿보인다. 렘브란트를 뛰어난 화가를 넘어선 위대한 화가로 만든 것이 바로 그의 이러한 후반기 작품들이다. 이들에서 렘브란트의 명암법은 스스로를 과시하지 않는다. 때론 숭고한, 때론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인간 내면에 대한 통찰’을 드러내는 데 적절히 참여할 뿐이다. 이 그림에 이르고 보니 명암법이 이르러야 할 목적지가 어디였는지가 분명해졌다. 그 목적지는 강렬함이 아니라 깊이였던 것이다. 카라바조가 만들어낸 명암법이 이처럼 렘브란트에 이르러 완성되었다.같은 글에서 느끼는 터치.

참 감성적이지만 참 이성적이다.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에 ‘믿고 거르려고’ 했던 내가 바보스러울 만큼 『아트인문학』은 좋은 책. 언젠가 나도, 공부가 쌓이고 능력이 자란다면, 이렇게 균형 잡힌 좋은 책을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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