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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ㅣ 스토리콜렉터 59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12월
평점 :
사람들이 놀라는 내 의외의 취향이 ‘스릴러’다. 공포영화는 하나도 못 보는 주제에 스릴러 일본드라마는 밤을 새워 본다. 소설도 마찬가지. 두세 달에 한 번은 꼭 스릴러 소설을 찾아볼 정도로 이 분야는 내 킬링 타임이다. 물론 굳이 사서 보지 않고 빌려 본다는 데 양심 없는 취향인 건 맞지만, 불량식품이 온몸으로 당겨올 때처럼 스릴러가 찌릿찌릿 당겨올 때가 있다. 오늘처럼.
간만에 소름 끼치는 스릴러 소설을 잘 읽었다. 제목부터 유치하고 적나라하기 그지없는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표지를 펼친 자리에서 끝냈을 정도로 몰입감 갑. 단점 아닌 단점이라면 무엇보다 잔인한 묘사가 너무 구체적이고 디테일해서 읽기 힘들었을 정도. (윽윽 우웩) 특히 마지막 1/5지점은 반전에 반전… 근 오륙 년간 읽었던 스릴러 중에서 최고의 결말이라고 본다.
주인공은 ‘개구리 남자’라는 연쇄 살인범이다. 이 범죄자의 프로파일링은 말할 것도 없이 정신이상자, 제정신으로는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모양의 범죄현장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피해자의 공통점을 어찌 찾을 수도 없고 예측할 수도 없다. 게다가 하루빨리 범인을 잡으러 고군분투하는 형사들이 더 힘 빠지는 건, 이 범죄자를 잡더라도 정신이상을 문제로 처벌을 하지 못하고 곧 사회로 내보내야 한다는 것.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이유는 여러 가지이지만 압축하면 결국 세 가지야. 애증, 돈, 광기. 이 중 애증과 돈은 용의자를 좁히기가 수월해. 그 사람이 죽어서 웃을 사람을 찾으면 되니까. 그런데 광기는, 이건 골치 아파. 용의자를 압축할 수가 없어. 그때는 우범자를 늘어놓고 골라내야 하는데 모수를 최대한 크게 잡아야 돼. 정신 이상자들 모두 동기가 있는 거니까.”
“하지만 그렇게 고생해서 범인을 잡아도 상대 정신이 온전치 않으면 39조로 결국 무죄가 되잖아요. 뭔가 허무하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내버려 둘 수도 없어. 일단 기소는 검찰 측 일이야. 우리 일은 어디까지나 범인을 검거하는 거고. 그리고 설령 유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범인이 체포된 시점에서 세상의 안녕이 유지돼.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커. 절대 허무하지 않아.”
고테가와는 일단 고개를 끄덕였지만 납득하지는 못했다. 분명 범인을 체포하면 세상은 안도할 것이다. 하지만 그 범인이 형벌을 면하고 담장 밖으로 나가는 순간, 공포는 재개된다. 더구나 과거의 사건을 완전히 잊고 평온한 세상 그 어두운 곳에서…….
내 마음이 걸린 이 소설의 특징은 ‘피해자의 무해함’과 ‘범죄자의 무자비함’을 대비하여 잔인함을 증폭시킨다는 것. 특히 피해자를 대하는 가까운 주변인의 태도가 사실적이어서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래서 또 생각했다. 내가 순간 떠나면 나를 이토록 안타까워해줄 이가 누구일지, 그(들)이 나를 어떻게 떠올려줄지.
“실례지만 형사님……, 여자 친구 있으세요?”
“……네?” “이 여자를 위해서라면 내 목숨도 내놓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냐고요.”
“그게 뭔 상관입니까?”
“없다면 제 마음을 이해 못 하실 겁니다. 정말 자신보다 소중한 존재였다면 설령 연이 끊기더라도 행복을 바라죠. 앙심 같은 건 품지 않습니다.”
담담한 말투가 오히려 강인한 의지를 풍겼다. 일부러 들으란 듯 쳇 하고 혀를 차지만 가쓰라기의 표정에는 흔들림이 없다.
“제 생각만 한 걸까요……. 네, 분명 그런 거죠. 레이코가 빨리 결혼하고 싶다고 채근하는 게 솔직히 싫고 무서웠어요. 당장 결혼해서 뭘 얻고 잃을지 순간적으로 계산했어요. 하지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간의 문제였고 함께할 거라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에요. 토라지고 화내도 저한테는 소중한 여자였어요. 화내는 얼굴, 우는 얼굴, 모두 좋아했어요……. 착한 여자였어요. 길에서 휴지나 전단지를 나눠 주는 사람을 보면 꼭 인사하면서 받곤 했어요. 무시하면 나눠 주는 사람이 불쌍하다고. 생판 남이고 그 사람한테는 일일 뿐인데…….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버릇이 있었어요. 태어나고 자란 나가노의 하늘은 아주 높았는데 도시의 하늘은 낮아서 짓눌리는 것 같다고 했어요. 그리고…… 아아, 아이를 좋아했어요. 공원에서 아이들 노는 모습을 볼 때마다 미소를 지었어요. 남의 애 아니냐고 하면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애는 모두 귀엽다고, 아이가 귀엽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냐고……. 레이코는 분명 좋은 엄마가 됐을 거예요. 그런데……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