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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 남들보다 더디더라도 이 세계를 걷는 나만의 방식
한수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글 잘 쓰는 에세이스트를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에세이라고 해서 다 같은 에세이가 아니듯이 에세이스트라고 해서 다 같은 에세이스트가 아니다. 지식으로 똘똘 뭉친 글을 쓰는 저자는 ‘공부를 많이 했으니까’ ‘유학을 했으니까’ 대단한 실력의 근거 거리라도 있지. 에세이를 쓰는 저자는 그야말로 지식이 아니라 감수성과 표현력으로 쓰는 게 아닌가.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의 한수희가 바로 그런 에세이스트다. 모난 데 없이 편안하게 흐르는 글줄이 돋보인다. 거슬리는 데 없이 자유롭다. 뜨겁지 않고 적당히 온안하다. 그녀의 삶이 왜 특별한가, 누구나 원하지만 그렇게 살 수 없는 라이프스타일로 살고 있다. 이 소비에 매인 자본주의 사회에 이건 용기다. “모든 사람의 인생이 판에 박힌 듯 비슷한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모난 돌이 정 맞는 사회라면 더더욱 그렇다.” 참 대단한 용기다.
《담담할 것》, 《씩씩할 것》, 《우아할 것》으로 구분한 차례는 항목 구분보다는 저자가 하고 싶은 세 가지 부탁에 가깝다. 저자가 무엇보다 추구하는 세 가지 가치, 그 아래 무엇으로 표현되면 어떠한가. 그저 살아갈 것일 뿐.
왜 이 에세이스트가 그렇게 호평을 얻는지 알겠다. 그녀는 무엇보다 ‘잘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 이렇게 물 흐르듯 살고 싶은 사람들이, 담담하고 씩씩하고 우아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이 그녀의 에세이를 찾아 읽는다는 것.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 에세이 아래 깔린 가장 큰 정조는 ‘담백함’. 이처럼 기쁨과 슬픔을 담백하게 표현하고 싶다. 정말로 그렇게 하고 싶다.
덧) 다음에는 이 책에서 소개한 김애란의 『비행운』을 , 이자벨 위페르의 『다가오는 것들』을 읽고 보겠다. 역시, 이런 게 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