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기술
유시민 지음, 정훈이 그림 / 생각의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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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한데 부드러운 문체(文體), ‘유시민 스타일’. 참 유시민답구나. 글은 글쓰는 이 그대로라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 나는 언젠가 예리하고 단정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한편 ‘간단하게나마’ 유시민의 책 쓰는 방법을 엿보았다는 데 내게 『표현의 기술』은 충분히 좋았다.

《국가란 무엇인가》는 제 자신이 국가의 본질과 진화 과정을 알고 싶어서 공부하면서 썼죠. 국회도서관에서 국가론 관련 책을 검색해서 100권 넘게 빌렸습니다. 하나씩 읽으면서 흥미로운 대목마다 색종이를 붙여 표시했어요. 하나라도 색종이가 붙은 책은 따로 추려서 표시한 대목들을 발췌했습니다. 발췌한 인용문을 큰 주제로 나누어 관련성이 있는 것끼리 묶은 다음 작은 주제로 또 나누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책의 목차를 만들었고, 엮어 놓은 인용문 사이를 헤집고 다니면서 제 생각을 보태 본문을 썼지요. 이런 식으로 썼기 때문에 인용 표시가 촘촘하고 각주에 같은 자료 제목이 여러 번 나옵니다. ‘같은 책 ○쪽’, ‘앞의 책 ○쪽’, 뭐 그런 것 말입니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순전히 표절 논란을 피하기 위한 인용 표시입니다.

《나의 한국현대사》는 정반대였습니다. 먼저 아무 참고자료 없이 생각나는 대로 제가 겪은 현대사 55년을 정리했습니다. 그렇게 초고를 쓴 다음, 내용이 사실과 맞는지 자료를 찾아 가며 한 단락씩 확인했어요. 국회도서관 자료를 키워드로 검색해 연표, 백서, 연구서, 보고서, 단행본 책을 찾고 통계청 홈페이지에서 인구통계와 경제사회통계 데이터를 가져왔습니다. 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고, 옳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하나의 사실에 대해 여러 해석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전혀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기도 했죠. 뉴라이트 역사학자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예전보다 잘 이해하게 되었고요. 그런 식으로 원고를 보충하고 수정하고 다듬었기 때문에 《나의 한국현대사》에는 단순한 출처 표시가 아니라 참고자료를 소개하고 해석하는 각주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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